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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봄 꽃이 피고 강이 풀리면 길을 떠나라 나팔꽃이 피면_곽재구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_정호승 한 잎의 여자_오규원 무화과_김지하 꽃피는 날 꽃 지는 날_구광본 섬진강 1_김용택 강_이성복 애기똥풀_안도현 낙화_이형기 갈대_신경림 얼음 풀린 봄 강물_섬진마을에서_곽재구 여름 산은 가까워지고 바다는 하얗게 춤추네 산_백석 경주 남산에 와서_유안진 박달재_도종환 남해금산_이성복 미시령_정호승 칠갑산 1_신대철 삼각산_이성부 추풍령_양성우 산_김광섭 섬_도종환 깊은 바다와 같이_허영자 섬_조병화 가을 고즈넉한 산사와 한없이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화암사, 깨끗한 개 두 마리_안도현 산문에 기대어_송수권 길_천상병 선운사 동구에서_서정주 그리운 부석사_정호승 길_윤동주 실상사의 돌장승 -지리산에서_신경림 길_정희성 밤길_박남수 여행자_기형도 상여길_허수경 디아스포라 -길에서_고정희 겨울 첫눈이 내리면 내 어두운 마음도 하얘지고 첫눈_김남주 고개_조병화 눈 내릴 때면_김지하 눈보라 치는 날 -국토 21_조태일 첫눈_강은교 밤눈_기형도 눈_김수영 대설주의보_최승호 겨울산_최하림 눈 내리는 포구_황동규 당신이 첫눈으로 오시면 나는 손톱 끝에 봉숭아 꽃물 들이고서_박남준 문의마을에 가서_고은 맨발로 걷기_장석남 산길에 접어들면서_신정일 *한번은 꼭 걸어야 할 우리 길 10 *이 책에 나오는 시인들 *이 책에 실린 작품 출처 |
辛正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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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산천이 곧 책이고 길이고,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사물이 나의 스승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있다”는 니체의 말이나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다”라고 노래한 서정주 시인의 말처럼 세상 모든 것을 ‘길’ 위에서 배웠다. 세상을 떠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때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보다 이 땅에 대한 열정으로 진정한 ‘연애’, 즉 사랑이 시작되었고, 그 사랑 때문에 이 나라 산천을 지치지 않고 떠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라 곳곳을 떠돌면서도 마음 한 귀퉁이엔 시에 대한 열망이 수그러들지 않고 사화산처럼 남아 있어 가끔씩 정신을 들쑤시고 일어나곤 했다. 그때마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300~400편의 시 중 한 편을 골라 읊조리기도 했다.
--- 머리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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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이 피면
곽재구 나팔꽃이 피면 함남 도안에 살았다던 이모 생각이 나 여학교 작문 시간 일본말 하이꾸가 쓰기 싫어 원고지 빈 칸마다 나팔꽃 한 송이를 새겼다던 눈이 맑은 이모 생각이 나 함남 도안 백석이 쩔쩔 끓는 귀리차를 마시며 고원선 막차를 기다리던 곳 기다리다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았던 곳 나팔꽃이 피면 낡은 가족 사진 속 백석에게 연애 편지 백 섬도 썼다는 이모 생각이 나. ********* 곽재구 시인은 나팔꽃을 바라보면 이모 생각이 난다고 했지만 나는 나팔꽃을 바라보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생각난다. 다산 선생은 뜻 맞는 선비들과 함께 죽란시사라는 풍류계를 맺고서 다음과 같이 규약을 정했다.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 필 때와 함여름 참외가 무르익을 때 모이고, 가을 서련지에 연꽃이 만개하면 꽃 구경하러 모이고, 국화꽃이 피었을 때 첫눈이 내리면 이례적으로 모이고, 한 해가 저물 무렵에 매화가 피면 다시 한번 모인다.” 새벽녘, 서련지에 배를 띄우고 연꽃에 귀를 대고 눈을 감은 채 무엇인가를 기다린 적이 있다. 바로 연꽃이 필 때 내는 소리, 청랑한 미성을 내며 꽃잎이 터지는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나팔꽃도 새벽녘에 귀를 기울이면 연꽃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을까? --- p.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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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학자 신정일의 독특한 앤솔러지를 만난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이 엮은 기행 시집이 나왔다. 이 책은 우리 땅 걷기 모임(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산천 곳곳을 걸으며 자연 속에서 만난 우리 시 50편을 담은 앤솔러지(여러 작가의 시를 엮은 선집)다. 안도현, 신경림, 도종환, 정호승 등 한국 대표 시인들이 노래한 아름다운 사계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산천 곳곳을 직접 여행하는 듯한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저자 신정일은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해 8대 강의 도보 답사를 끝냈고, 한국의 산 400여 개를 올랐으며, 조선시대 우리나라 대동맥인 삼남대로와 영남대로를 두 발로 걷는 등 사라져가는 지역의 문화를 발굴하고 되살리는 데 힘쓰고 있다. 길을 걷는 순간, 시가 내게 와서 속삭였다 “길 위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는 저자는 길을 떠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그가 길을 떠날 때마다 시가 찾아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이렇게 저자가 만난 자연과 사람, 인생에 관한 이야기는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처연하게 시와 잘 어우러져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자연 풍광을 담은 27컷의 사진은 바라보는 자체로도 신선하고 흐뭇한 감흥을 선사한다. 책의 맨 뒤에는 <한 번은 꼭 걸어야 할 우리 길 10>이라는 부록을 달아, 시를 읽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독자를 손짓한다. ‘퇴계 이황이 걸었던 청량산에서 도산서원까지 가는 길’, ‘한국의 나폴리, 통영 앞 섬 미륵도’ 등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가면 좋은 우리나라 길 열 곳을 엄선해 소개했다. 봄꽃이 피고 언 강이 풀리면 길을 떠나라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총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부는 꽃과 강, 산과 바다, 길과 산사, 그리고 눈을 주제로 한 시를 싣고 있다. 봄 꽃이 피고 강이 풀리면 길을 떠나라>에서는 허물어진 돌담길을 걸으며 안도현의 시 <애기똥풀>을 만나고, 거침없이 흐르는 섬진강을 걸으며 김용택의 시 <섬진강1>을 만난다. 여름 산은 가까워지고 바다는 하얗게 춤추네>에서는 남해금산을 오르며 이성복의 시 <남해금산>을 만나고, 쓸쓸한 바닷가를 걸으며 도종환 시 <섬>을 만난다. 가을 고즈넉한 산사와 한없이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에서는 지리산을 오르며 <실상사의 돌장승>을 만나고 부석사 무량수전에 가서 정호승의 시 <그리운 부석사>를 만난다. 겨울 첫눈이 내리면 내 어두운 마음도 하얘지고>에서는 바람이 문풍지를 흔드는 겨울날 김지하 시인의 <눈 내릴 때면>을 만나고, 눈 쌓은 밤길을 헤치며 기형도의 시 <밤눈>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