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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옛 절터
한국의 폐사지를 돌아보다
신정일
디오네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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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_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장소, 폐사지
탑·승탑·석등·범종의 구조와 명칭

제1장 강원도

찬란한 옛 절의 풍경을 떠올리다_원주 거돈사지
어머니의 포근한 품 같은 곳_양양 진전사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_양양 선림원지
진리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곳_원주 법천사지
물 위에 뜬 해를 품은 절터_강릉 굴산사지와 신복사지
아름다운 풍광에 깃든 화랑의 발자취_강릉 한송사지

제2장 경기도

흐르는 시간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_여주 고달사지
미움도 그리움도 세월을 따라 흘러간다_양주 회암사지

제3장 경상도

꽃은 늦게도 피고 일찍도 핀다_산청 단속사지
현풍을 휘도는 낙동강을 내려다보며_달성 대견사지
상처 입은 옛 절터에 서서_경주 장항리사지
서울로 떠난 탑은 고향을 그리워하고_김천 갈항사지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가 만났던 것_경주 굴불사지와 백률사
일두 정여창의 흔적을 품은 공간_함양 승안사지
천년의 절터와 찰나의 삶_합천 영암사지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염원_경주 감은사지
처용 설화와 낭지 전설이 깃든 곳_울산 망해사지
경주 남산 종주길에서 느낀 신라의 숨결_경주 폐사지

제4장 전라도

신비로운 수행의 방에서 얻은 깨달음_부안 불사의방
돌아서면 다시 그리워지는 곳_익산 왕궁리 오층석탑과 제석사지
백제가 꿈꾼 미륵의 세상_익산 미륵사지와 석불사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무대_남원 만복사지
폐사지에 남은 문화재 수탈의 흔적_완주 봉림사지
기러기 떼처럼 솟아 있는 천불천탑_화순 운주사지
무등산 자락에 새겨진 신라의 기록_담양 개선사지
산은 기울지언정 비석은 변하지 않으리_강진 월남사지와 무위사

제5장 충청도

가야산에 남겨진 역사의 흔적_서산 보원사지와 예산 가야사지
찬란했던 대가람의 흔적_보령 성주사지
남한강 끝자락에서 만난 청룡사_충주 청룡사지
명당으로 이어지는 옛 고갯길_천안 천흥사지
사라진 왕국이 남긴 아름다운 석탑_부여 정림사지
남겨진 유물로 역사의 궤적을 찾다_공주 대통사지와 무령왕릉
하늘재 너머 월악산에 남은 두 개의 절터_제천 사자빈신사지와 충주 미륵대원지
역사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_제천 장락사지

저자 소개 1

辛正一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 바닷길을 걸은 후 문화체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 바닷길을 걸은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장 거리 도보답사 길을 제안하여 ‘해파랑길’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다. 2010년 9월에는 관광의 날을 맞아 소백산자락길, 변산마실길, 전주 천년고도 옛길 등을 만든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독학으로 문학·고전·역사·철학 등을 섭렵한 독서광이기도 한 그는 수십여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걸어온 이력과 방대한 독서량을 무기로 《길 위에서 배운 것들》,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섬진강 따라 걷기》,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전3권), 《낙동강》,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 60여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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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152*225*30mm
ISBN13
9791157748006

책 속으로

답사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소는 아무래도 폐사지일 것이다. 어떤 폐사지에는 절마다 있는 대웅전이나 요사채는커녕 아무런 건물도 없이, 탑 하나만 덜렁 남아 있다. 또 어떤 폐사지에는 탑도 불상도 없이 오직 조각난 기왓장만 쓸쓸히 옛터를 지키며 뒹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 눈시울을 붉히며 지난 역사를 돌아보게 만드는 폐사지가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진전사지다.
--- p.25

왼쪽으로 공장들이 들어선 풍경과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회암사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질서 정연하게 쌓아 올린 축대와 계단이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 터에 이르면 웅장한 석축과 500여 개가 넘는 주춧돌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속되는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절의 치밀한 배치와 규모를 보고 있노라면, 익히 알려진 익산 미륵사지나 경주 황룡사지 못지않은 장엄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특히 맨 앞 축대의 정면 계단에는 둥근 북 모양 안에 태극 문양을 새겨 놓았는데, 이는 궁궐 건축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장식이다.
--- p.88

당나라 문종이 절을 세울 터를 찾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세수를 하려고 떠 놓은 대야의 물에 아주 아름다운 경치가 비쳤다. 문종은 그곳이 절을 세울 자리라 여겨 신하들을 보내 찾게 했지만 중국에서는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신라에 사람을 보내 그와 같은 경치를 찾아냈는데, 바로 이 절터였다. 중국에서 바라본 절터라 하여 절을 창건한 뒤 이름을 대견사라 하였다고 전하며, 그 뒤의 역사는 전해지지 않는다.
--- p.111

완주 봉림사지의 석등과 오층석탑이 이곳을 떠난 시기는 일제강점기였다. 군산 개정면 발산리에 대규모 농장을 소유했던 일본인 시마타니 야소야는 1940년대 자신의 정원을 꾸미기 위해 봉림사지에 있던 석등과 오층석탑을 옮겨 갔다. 해방 후 그가 일본으로 돌아가고 농장 터에는 발산초등학교가 들어섰지만, 정원에 있던 유물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채 지금까지 학교 안에 남아 있다.
--- p.244

“아빠, 이 부처가 백성들 같다.”
그 말을 들은 이태호 선생이 “너 뭐라고 했니?” 하고 되묻자, 지원이는 다시 “백성들 같다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태호 선생은 “아주 탁월한 상상력이다”라며 웃었다.
어린아이의 한마디였지만, 그 말처럼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은 하나같이 굶주리고 빼앗긴 민중의 얼굴을 닮았다. 위엄을 드러내기보다 투박하고 소박하며, 삶의 고단함을 품은 사람들의 모습에 더 가깝다.

--- p.263~264

출판사 리뷰

“남겨진 돌 하나에도 천년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전국의 폐사지를 걸으며 사라진 가람의 역사를 만나는 여정

책은 강원도에서 시작해 경기도와 경상도, 전라도를 거쳐 충청도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주요 폐사지 30여 곳을 답사한다. 강원도의 산과 계곡에 자리한 옛 절터에서는 고승들이 남긴 흔적과 자연 속에 스며든 불교문화를 만나고, 깨달음의 의미를 생각한다. 이어 경기도에서는 한때 번성했던 사찰의 역사를 따라가며 흥망성쇠와 시간의 무상함을 떠올린다.

신라의 흔적이 짙게 남은 경상도에서는 찬란했던 과거를 마주한다. 사찰을 세우고 탑을 만들며 불국토를 꿈꾸었던 사람들의 염원,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신앙,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라져 간 과정을 함께 바라본다. 전라도에서는 백제가 꿈꾸었던 미륵의 세계와 후대 사찰의 흔적을 만나고, 문화유산이 겪은 훼손과 수탈의 역사에도 시선을 돌린다.

마지막으로 충청도에서는 사라진 왕국과 옛 가람의 자취를 따라가며 석탑과 불상, 비석 등에 남은 역사의 궤적을 되짚고 변화와 기억, 길과 삶의 의미를 돌아본다. 지역마다 만나는 풍경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 여정에서 반복해서 마주하는 것은 시간 앞에서 변하고 사라지는 인간과 그럼에도 남겨지는 기억이다.

또한 『사라진 옛 절터』에는 각 폐사지의 이야기를 여는 글귀가 실려 있다. 불교 경전과 선승의 가르침부터 이백과 보들레르, 페소아와 푸시킨, 카프카와 니체, 비트겐슈타인과 이문구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문화권을 넘나드는 문장들이 폐사지의 풍경과 만난다. 폐허와 소멸을 바라보는 문학의 시선과 인간의 의지,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오래된 절터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 결과 폐사지는 과거를 설명하는 장소를 넘어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도 끝내 남는 것이 있다”
폐사지에서 시간과 삶, 기억의 의미를 되묻는 인문기행

『사라진 옛 절터』는 폐사지의 풍광을 소개하고 유적의 연대와 건축적 특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이 품었을 생각으로 시선을 넓힌다. 왜 이 깊은 산중에 절을 세웠을까. 무엇을 염원하며 석탑을 쌓았을까. 한때 이곳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으며, 그들의 바람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향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쌓으며 살아간다.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애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 폐사지는 시간이 문명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보여 주는 풍경이기도 하다. 한 시대의 권력을 상징하던 사찰도 자취를 감추고, 그곳에 머물렀던 고승과 신도들의 이름도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천년을 견딘 석탑 앞에서는 한 사람의 생이 얼마나 짧은지 실감하고, 흔적조차 희미한 절터에서는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 되새기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소멸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라진 자리에서 새로운 발견이 시작된다. 절터에 남은 흔적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과거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겨진 석탑을 통해 역사를 되살리고,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잊힌 공간을 다시 기억하는 순간 과거는 현재와 연결된다.

『사라진 옛 절터』는 사라진 절을 찾아가는 여정의 기록이지만, 결국 사라지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오래된 절터 앞에 선 독자에게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따라 걷는 인문기행이다.

추천평

신정일 선생은 건강하다. 70대인데도 이렇게 전국의 폐사지 답사를 다니며 책을 낸다는 것이 그렇다. 폐사지를 다니다 보면 공空을 느낀다. 불교의 팔만대장경을 한 글자로 압축하면 ‘공’이다. 넓은 공터에 오직 돌탑 하나 덩그러니 남아 있고, 주변 산천은 숨죽이며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 폐사지이다. 다 지나가고! 다 사라졌구나! 하루하루 뭔가 채우고 더 벌고, 더 성취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향하여 크게 한 방 먹이는 풍광이 폐사지이다. 도시의 건물이 무너지면 다시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지만, 폐사지는 그대로 비어 있다. 비어 있으면서도 과거에는 불멸과 영혼을 추구했던 신앙심들이 뭉쳐 있었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대비되는 마음이 묘한 슬픔을 준다. 그 슬픔이 공사상으로 이어지고, 그 공의 철학이 결국에는 마음을 크게 열게 하고 일상을 풍성하게 만든다. 폐사지의 미학이라 할 것이다. - 조용헌 (칼럼니스트, 강호동양학자)
세월이 짓밟은 오래된 절터는 주름투성이에 땀범벅인 늙은 우리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 같다. 그건 아틀라스의 어깨가 짊어진 지구본보다 더한 육중이요, 제우스가 삼지창을 겨눈 분노보다 더한 근엄이다. 선도산 너머로 지는 해가 황룡사지 장육존상의 뺀질한 화강암을 비추는 찬란한 황홀과 그에서 비롯하는 거룩한 허무를 본 적 있는가? 여기 국토 유산 답사의 위인 신정일이 절터를 보듬는 따뜻한 어루만짐이 있다. 그의 발끝에서 절터들이 아우성친다. 나는 죽지 않았다고. 나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고. 여기 그 잔잔하면서도 따듯하며 둔중한 울림이 있다. - 김태식 (문화유산 전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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