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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개미의 허리 농부와 세 아들 마지막 잎새 난초의 소망 은동전 바위나리와 아기별 소년과 어머니 신비한 샘물 건방진 상어 삼년 고개 솥 안에 든 거인 의좋은 형제 꽃씨와 가랑잎 알프스 소녀 하이디 벼슬아치와 고양이 박송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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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도, 존시는 일어나자마자 또 커튼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앗! 그런데 어쩐 일인지 담쟁이잎 하나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를 바라보던 존시가 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못된 생각을 해서 마지막 잎새가 저기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죽는다는 생각은 아주 나쁜 생각인데 말이야. 수! 나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 뭐든 먹을 것 좀 줄래?" 존시의 말에 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따뜻한 햇빛이 존시의 침대를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개를 등 뒤에 받쳐 줘. 일어나 앉아서 네가 요리하는 것을 구경하고 싶어." 정말이지 존시는 마음을 새롭게 먹은 것 같았습니다. 오후가 되자 여느 날처럼 의사가 왕진을 왔습니다. "상태가 아주 좋아졌군요. 간호만 잘 해 준다면 며칠내로 일어날 수 있을 거에요. 나는 이제 아래층에 있는 버만 노인을 돌보러 가야겠군." "그럼, 버만 할아버지도 폐렴에 걸리셨나요?" "네, 그 환자는 나이도 많고 몸도 약해 존시보다 훨씬 더 위험 하답니다." 다음 날, 바깥 거리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그리고 창 밖 저 멀리에 영구차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수의 귀에 들려 왔습니다. "이층의 늙은 화가가 죽었다는군." "그저께 밤에 눈보라가 치는 거리에 너무 오래 있어서 폐렴이 심하게 걸렸대요." "이상하게도 그 날 한밤중에 내 집으로 등불을 빌리러 왔지 뭐야." 수는 슬픈 얼굴로 말없이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존시가 궁금한 듯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응, 간밤에 버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구나." "어머, 불쌍해라." 수는 조용히 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밖에는 바람이 씽씽 부는데도 담쟁이잎은 까딱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닌가요? 버만 할아버지가 세찬 눈보라를 맞으며 정성껏 그려 놓은 잎사귀였으니까요. "존시, 창 밖을 봐. 아직도 담쟁이잎이 남아 있지. 저렇게 세찬 바람이 부는데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정말 이상하지 않니?" 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이 동그래진 존시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저것이야말로 버만 할아버지가 남긴 일생 일대의 걸작품이란다. 마지막 잎이 떨어지고 나자, 그분이 밤새 눈을 맞으며 이웃집 담에 마지막 잎새를 그려 놓은 거야." 이웃집 담 밑에는 버만 할아버지의 팔레트, 붓 그리고 이웃집 노인에게서 빌려 온 등이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습니다. -- pp.38-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