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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나무'가 펴내는 21세기 시의 풍경
21세기의 첫 겨울이다. 이번 겨울은 안개와 비슷한 스모그, 스모그와 같은 안개를 동반하고서 진입하고 있다. 21세기 도시의 겨울은 20세기의 겨울보다 더울 것이다. 시인족(族)들은 이제 그토록 추웠던 겨울들을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는 이 겨울이 아주 추웠다고 기억할 것이다. 날씨의 실종과 문학의 실종은 동시에 접수되었다. 소설은 부유한 시대의 백화점 회전문 속으로 들어가고, 시는 속도의 시대의 랩이 되었으며, 평론은 오늘의 문학은 어제의 문학이 아니라는 (수신처 없는) 진정서가 되었다. 글쓰기를 둘러싼 논전은 쉽게 추문이 되어버리고, '문학'과 '문학상'의 거리는 이론의 여지가 쉽게 비집고 들어간다. 콘서트와 퍼포먼스, 쇼핑과 해프닝 사이에 놓인 문학. 자아의 세계화, 세계의 자아화로서 문학의 운명은 이제 제 처지를 근심하는 소내(疎內)의 자리만을 돌본다. 이러한 때에 기이한 풍경 하나가 연출되고 있다. 문학 계간지들이 잇따라 창간되고 있다. 전반적인 출판 시장의 침체와 장기적인 문학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미 넘쳐나는 문학잡지 판매대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려 하는, 문학 출판에 '사로잡힌' 이들은 무엇을 꾀하는 것일까. 20여 년 만에 찾아오는 새로운 문학 매체의 회귀가 경계를 넓히고, 차이를 확인하고, 지평을 다지고, 설왕설래를 북돋고,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여기에 또 다른 문학의 지류의 발생을 보고하고자 한다. 문학 출판에 대한 기꺼운 애정이 일견 산문에 대한 경사로 비춰졌을 생각의 나무가 드디어 시집을 선보인다. 생각의 나무는 그간 다수의 본격소설과 대중소설을 통해 한국문학의 지도에 기입될 요소를 늘여왔다. 한국문학의 자그마한 자산이 될 그 산문의 숲 곁에, 쏴아쏴아 맑은 바람소리를 내는 문학의 길을 예비하는 시 나무의 모종을 심는다. 생각의 나무가 선보일 시선(詩選)들은 <생각의 시>라는 명패를 달고 있다. 사유와 사색을 묶어 정갈한 생각으로 수렴하는 몸과 마음의 내부 풍경을 보여줄 <생각의 시>는 새로운 세기의 시의 체위를 묻고 답할 것이다. 개인과 세계, 존재와 언어의 협화음, 숲의 기억과 자라나는 도시의 열병, 생에 대한 열정과 저주, 허무와 혁명, 황홀과 죄의식, 풍경의 이면 등 인간의 근황에 대한 흔적을 찾아갈 <생각의 시>는 어떠한 지정된 액자도, 고착된 전시장도 없는 현재형 시의 전람회이자 언어의 만화경, 생각의 진경이 되려 한다. <생각의 시>는 기존의 시집들과 구분되는 특징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우선 시집 편집에 있어 흑백톤 일색을 버리고 컬러톤의 옷을 입혔다. 이는 컬러 시대의 시의 외양을 실험하기 위해서이다. 자칫 화려하게 보일 수도 있는 컬러 이미지의 활용은 시상의 자극은 물론 고루한 시집들의 오래된 감각과 대별되는 시집 편집의 새로운 방향을 일러줄 것이다. 또한 <생각의 시>는 죽은 장르라고 공공연히 발설되는 시의 시름하는 몸체를 보듬고, 시들한 시의 힘을 추스르기 위해 치열함이 살아 있는 젊은 시, 포용과 불화를 끌어안는 힘 있는 시, 긍정과 부정을 탐문하는 사려 깊은 시, 언어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시 등 다양한 시 세계를 소개함으로써 한국시의 운명을 연장하는 작업을 펼칠 것이다.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밭 <생각의 시>를 찾은 첫 시인은 정해종이다. 정해종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 안의 열대우림』은 무성한 마음의 숲을 헤치고 나가 무연(無緣)의 길을 찾는 배회하는 몸의 고해성사이자, 불미한 생의 의미를 찾는 위무의 헌시이다. 90년대 전반기의 우울의 기록인 첫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이후 90년대 후반기의 찬란한 혼선의 은밀한 술회인 두 번째 시집을 통해 시인은 욕망의 아우토반을 지나온 자가 얻은 미립을 견결한 시의 문법 속에 저리게 심어 놓는다. 『내 안의 열대우림』은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은유의 힘과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 변해가는 인간의 성숙에 관한 지극한 대응이자, 앙상해진 시의 마음을 무성하게 키우고자 하는 언어의 유산균이다.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로부터 『내 안의 열대우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