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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
200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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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산도르 마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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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르 마라이는 1900년 독일과 헝가리 문화의 접합지이며, 1차 세계대전 후 체코에 귀속된 캇사에서 태어났다. 마라이의 아버지 집안은 작센에서 이주한 독일 계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헝가리어와 더불어 독일어를 말하고 배웠다. 그리고 슬로바키아어도 약간 말할 수 있었으며, 당시 중부와 동부 유럽의 시민 계층에서 대부분 그랬듯이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가 대학 생활을 시작한 부다페스트는 당시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급진적인 변화의 징조가 뚜렷했다. 군주제에서 좌익공화국으로, 그리고 다시 우익 호르티 정부로의 변화. 마라이는 눈앞에서 “모든 것이 붕괴한다”는
산도르 마라이는 1900년 독일과 헝가리 문화의 접합지이며, 1차 세계대전 후 체코에 귀속된 캇사에서 태어났다. 마라이의 아버지 집안은 작센에서 이주한 독일 계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헝가리어와 더불어 독일어를 말하고 배웠다. 그리고 슬로바키아어도 약간 말할 수 있었으며, 당시 중부와 동부 유럽의 시민 계층에서 대부분 그랬듯이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가 대학 생활을 시작한 부다페스트는 당시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급진적인 변화의 징조가 뚜렷했다. 군주제에서 좌익공화국으로, 그리고 다시 우익 호르티 정부로의 변화. 마라이는 눈앞에서 “모든 것이 붕괴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헝가리를 떠나 라이프치히의 신문학 연구소에서 강좌를 수강한 다음,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으로 옮겨 『프랑크푸르트 신문』에 독일어로 기고하기 시작했다. 귀족의 작위를 받은 작센-메렌-헝가리 시민 가문에서 출생한 마라이는 독일과 헝가리 양국의 언어에 능통했다.

1923년 잠시 베를린에 체류한 후, 그는 같은 고향 출신의 젊은 부인과 함께 파리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그는 『프랑크푸르트 신문』에 계속 기사를 쓰는 한편, 유랑민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당대의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읽는다. 그 가운데 그는 카프카·트라클·벤 등의 작품을 헝가리어로 번역한다. 카프카에 대한 헝가리 최초의 비평 역시 그의 손을 거쳐 1922년 『카샤우 신문』에 실린다. 1927년 그는 중동 여행기 『신들의 흔적을 좇아-여행 소설』을 출간한다.

그 후 그는 영영 잃어버린 조국애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헝가리 말로 쓰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간다. 거기서 그의 왕성한 작가 활동이 시작된다. 서정시·산문·희곡 그리고 마라이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수상록 『가난한 이들의 학교』(1933), 『나라, 나라』(1945~1947) 등에서 그는 중부유럽의 상황을 선명한 필치로 절조 있게 논평하고, 타국에서뿐 아니라 헝가리에서도 드러나는 자신의 이중적인 이질감을 설명한다. 그리고 마라이는 『어느 시민의 고백』(1934)으로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당대의 저명한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고독한 작가의 커져가는 인기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의 글 밑바탕에 웅크린 존재론적인 문제들 때문이 아닐까!”

마라이는 당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영향을 미친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러한 성공을 뒤로하고 1948년, 고개를 쳐든 독재에 혐오를 느껴 헝가리를 떠난다. 게오르그 루카치가 그를 골수 보수주의자로 공격하면서 그는 숨막히는 질식감을 느낀 것이다. 처음에 그는 나폴리에 정착하지만, 1952년 뉴욕으로 이주한다. 그는 뉴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흥미 있는 도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 애석하기 그지없다.” 마라이는 당시 미국 시민권이 있었지만 1968년에 이탈리아의 사례르노로 건너가 10년 이상 머무른다. 그러다가 다시 1979년 미합중국의 샌디에이고로 돌아간다.

이 무렵 역사·신화·성경에 관련된 주제를 비유적이고 함축적으로 다룬 소설들을 헝가리어로 집필한다. 마라이는 망명지에서뿐 아니라 헝가리에서도 전과 다름없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헝가리의 독재 정권은 그의 책들을 금지했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동시에 1943년에 시작한 일지를 1983년까지 계속 쓰는 한편(일지는 방대한 분량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31년에서 1947년 사이에 집필한 대하소설 『가렌의 업적』의 내용과 문체를 수정한다.

그의 망명 생활은 고독과 쓸쓸함의 연속이었다. 스위스에서 1년, 이탈리아에서 2년, 그가 증오한 뉴욕에서 15년, 다시 이탈리아, 그리고 결코 안식처가 될 수 없었던 마지막 거주지 캘리포니아 해안의 샌디에이고. 그는 그곳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 낯설기만 한 타향에서의 고독이 때때로 유럽을 생각나게 하는 뉴욕에서의 상실감보다 견디기 쉬었다. 게다가 샌디에이고에서는 적은 수입으로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마라이는 헝가리 망명 인사들의 모임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고, 헝가리 문인협회가 정치적인 화해의 표시로 발송한 초대장도 거절한다. 그리고 헝가리에서 자신의 희곡이 상연되는 것과 작품이 출판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의 고독을 대변해주듯 수상록 『하늘과 땅』(1942)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다. “파스칼·횔덜린·니체를 파괴했듯이, 고독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혹한 다음 무덤 속에 내팽개치는 세상에 아첨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실패, 붕괴가 사색하는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 …… 혼자 남아 대답하는 것……”
60년 이상 생을 함께한 부인이 죽었을 때 그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와 완전히 하나다. ……그녀는 마치 독립된 개체가 아닌 것 같다. …… 그녀는 아름답다. 사멸의 아름다움은 청춘의 도도한 아름다움이나 완벽한 여성미보다 때때로 더 설득력이 있다.”

이렇듯 자신과 완벽하게 합일한 인간의 사멸에 대한 관찰은 동시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신중한 준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부인에 이어 의붓아들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완전히 혼자 남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황을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나는 지루하지 않다.” 그러고 나서 그는 권총을 산 다음 경찰 강좌에서 무기 다루는 법을 배운다.

그의 고향은 그때까지 그를 계급의 적, 배반자로 칭했으며, 거의 40년 동안 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와 그의 작품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는 추호의 의심 없이 말했다. “어디로 떠밀려 가든지, 나는 항상 헝가리 작가일 것이다.”
그는 젊은 날 한때 독일어로 글을 쓴 적이 있었으며, 영어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지구상에서 잘해야 천만 명 남짓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소수 민족의 언어에서 가능한 최대의 것을 얻어내는 데 자신의 사명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에게는 독일어 번역들이 그의 예술의 한 가닥 빛을 전해주어 참으로 다행이다. 그는 지극히 아름다운 문장들로 시적인 깊이를 창조했다. 그 때문에 씌어진 지 60~7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소설들은 선명함과 생명력, 슬픔과 사랑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1988년 ‘전환기’가 예고되었을 때, 부다페스트의 출판사 세 곳에서 그의 대작을 출판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갑자기 깨어난 이러한 관심이 그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는 러시아 군대가 완전히 물러나고 자유로운 민주선거가 실행된 다음에야 자신의 작품을 출판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
“문인협회라는 사람들이 집으로 전화해서 나와 내 책들의 기념비를 만들겠다고 한다. …… 모든 기념비 공동의 운명은 개들이 발치에 오줌을 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떠한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전환기가 새로운 답변을 요구하기 직전인 1989년,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글도 쓸 수 없게 된 마라이는 샌디에이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9세의 그는 거의 한 세기를 헤아리는 자신의 삶을 권총으로 마감했다. 그는 죽음 앞에서도 자유로운 정신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그의 죽음은 그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무려 4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기다린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부인처럼 자신의 유골을 태평양에 뿌려달라고 했다.

산도르 마라이의 다른 상품

산도르 마라이는 누구인가?

"산도르 마라이는 20세기 유럽이 얻어낸 산물이다."
마라이는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이었던 소도시 카샤우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마찬가지로 마라이가 대학을 다닌 부다페스트 역시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군주제에서 좌익공화국으로, 그리고 다시 우익 호르티 정부로 바뀌었다.
마라이는 라이프치히 신문학 연구소에 가서 강좌를 수강하고, 프랑크푸르트로 옮겨가 『프랑크푸르트 신문』에 독일어로 기고하기 시작한다. 귀족의 작위를 받은 가문에서 출생한 마라이는 독일어에도 능통했다.
23세의 나이에 마라이는 부인과 파리로 이주한다. 그곳에서도 『프랑크푸르트 신문}에 계속 기사를 쓰는 한편, 자주 옮겨다니며 당대의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읽는다. 카프카·트라클·벤 등의 작품을 헝가리어로 번역하고, 카프카에 대한 헝가리 최초의 비평을 써 1922년 『카샤우 신문』에 싣는다. 1927년 중동 여행기 『신들의 흔적을 좇아 : 여행 소설』을 출간한다

마라이는 오랜 동안 타국을 돌아다니다가 고국 헝가리로 돌아간다. 헝가리어로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고 나서 왕성한 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서정시·산문·희곡 그리고 수상록 『가난한 이들의 학교』(1933), 『나라, 나라』(1945-1947) 등에서 마라이는 중부 유럽의 상황을 선명한 필치로 절조 있게 논평한다. 마라이는 자서전적인 『어느 시민의 고백』(1934)으로 최초의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당대의 저명한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고독한 작가의 커가는 인기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작가의 글 밑바탕에는 존재론적인 문제들이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마라이는 당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도 이러한 성공을 뒤로하고 독재에 혐오를 느껴 1948년 헝가리를 떠난다. 처음에 나폴리에 정착하지만, 1952년 뉴욕으로 이주한다.

1968년 마라이는 미국 시민권이 있었지만, 다시 이탈리아의 실레르노로 건너가 10년 이상 머문다. 1979년에는 다시 미국 샌디에고로 간다. 이 무렵 역사·신화·성경에 관련된 주제를 비유적이고 함축적으로 다룬 소설들을 헝가리어로 집필한다. 마라이의 소설들은 망명지에서뿐 아니라 헝가리에서도 전과 다름없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다. 헝가리에서 마라이의 책들은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마라이는 동시에 1943년 시작한 일지를 1983년까지 썼다. 일지는 양적으로뿐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마라이는 헝가리 망명 인사들의 모임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헝가리 문인 협회가 정치적인 화해의 표시로 발송한 초대장도 거절한다. 그리고 헝가리에서 자신의 희곡 상연과 작품 출판을 금지한다. 그는 수상록 『하늘과 땅』(1942)에 이렇게 썼다.
"파스칼·횔덜린·니체를 파괴했듯이, 고독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혹한 다음 무덤 속에 내팽개치는 세상에 아첨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실패, 붕괴가 사색하는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 혼자 남아 대답하는 것……"

1989년,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었을 뿐 아니라 글도 쓸 수 없었던 마라이는 샌디에고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8쪽 | 276g | 123*193*20mm
ISBN13
9788981334710

책 속으로

나는 저항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태롭지 않은 순조로운 삶이었다. 반대로 라요스는 위험한 삶을 살라고 촉구한 니체의 말을 따랐다. 그러나 라요스는 정작 위험을 두려워했다. 정치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모험에 나설 때마다, 그는 거창한 말을 떠벌렸다. 그러나 비밀무기, 따듯한 속옷과 화장품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미리 거짓말을 준비하고 , 호주머니 안에는 상대방에게 불리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 내 삶도 한동안 정말로 '위험'한 적이 있었다. 라요스가 내 가까이 있을 때였다. 위험이 지나간 다음, 나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며 그 위험이 내 삶의 단 하나 질실한 의미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 p.59

" 나는 결실을 약속하는 조용한 서재의 고독을 사람이 사람과 투쟁하는 싸움터의 소음과 위험하고 맞바꾸기로 했어요."

라요스는 언제나 책에서 인용하듯이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으며 흥분했다. 라요스가 안개같은 불확실한 목적을 좇아서 예정된 길을 떠나, 이제부터 어떤 것이나 누군가, 아니 전 인류를 위해 학문의 무기 대신 실제 삶의 무기로 싸우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희생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 p.48

" 그저 사랑하는 것으로 다가 아니오. 용감하게 사랑해야 하오. 우리는 서로를 용감하게 사랑하지 않았소......그게 바로 문제였고, 그건 당신의 잘못이었소. 남자들이 사랑에서 보이는 용기는 하잘것없기 때문이오. 사랑, 그것은 당신네 여자들의 작품이오. "

--- p.167

" 나는 결실을 약속하는 조용한 서재의 고독을 사람이 사람과 투쟁하는 싸움터의 소음과 위험하고 맞바꾸기로 했어요."

라요스는 언제나 책에서 인용하듯이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으며 흥분했다. 라요스가 안개같은 불확실한 목적을 좇아서 예정된 길을 떠나, 이제부터 어떤 것이나 누군가, 아니 전 인류를 위해 학문의 무기 대신 실제 삶의 무기로 싸우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희생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 p.48

" 그저 사랑하는 것으로 다가 아니오. 용감하게 사랑해야 하오. 우리는 서로를 용감하게 사랑하지 않았소......그게 바로 문제였고, 그건 당신의 잘못이었소. 남자들이 사랑에서 보이는 용기는 하잘것없기 때문이오. 사랑, 그것은 당신네 여자들의 작품이오. "

--- p.167

출판사 리뷰

■『유언』은 산도르 마라이SANDOR MARAI 전집의 일환이다

"벌써 오래 전부터 그를 알았어야 했다."

솔출판사에서는 그동안 『버지니어 울프 선집』『푸쉬킨 선집』『옥타비오 파스 전집』『카프카 전집』『야마오카 소하치 전집』등 각 나라(언어권)의 굵직굵직한 작가의 선집 또는 전집을 선보여왔다. 이는 오랜 시간과 정열을 투자한 결과다.
이번에는 우리 나라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헝가리의 대문호『산도르 마라이 전집』을 2001년에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 여름 이미『열정』이라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인 마라이는 이번에는 『유언』을 가지고 올겨울에 다가왔다.
『유언』에 앞서 출간한 『열정』은 산도르 마라이를 20세기에 들어 유럽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칭송하게 만들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깊은 성찰과 치밀한 묘사가 바탕을 이루는 마라이의 글은 읽는 이에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고민들을 안겨준다. 『유언』은 솔출판사가 계획한 산도르 마라이 전집 가운데 두번째 작품이며, 다른 작품들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2002년에는 『볼자노의 대화』(소설) 『하늘과 땅』(산문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산도르 마라이가 1939년에 발표한 『유언』은 20세기 유럽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열정』보다 먼저 씌어진 소설이다. 그러나 『유언』의 전체적인 구성과 갈등, 인물 설정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열정』(1942)과 유사하다. 두 소설 모두 사랑과 증오, 신뢰와 배반, 환상과 기만, 애틋한 그리움과 덧없는 감정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과 운명에 대한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그러나 불완전한 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열정』보다 실제로 『유언』에서는 문학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하는 사회에서 인정받아 편안하게 작업한 흔적이 강하게 보인다. 또한 주인공이 『 유언』에서는 40대 중반의 여인, 『열정』에서는 70의 노인이라는 점에서는 다르다. 마치 사랑을 이루는 양극, 남자와 여자의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사랑을 두 번 조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두 소설을 읽고 나면, 성별이나 나이와 같은 모든 구별과 조건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완성하려는 사랑의 절대적인 힘과 운명의 가혹함이 그 어디에서보다 절실하고 강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몽유병 이야기와도 같은 이 짧은 이야기 『유언』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연합해 있던 제국 말기와 그 여명기가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영원한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열정·기다림…… 진부해보이는 소재로 산도르 마라이는 다시 한번 대가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마라이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 감정과 더 안쪽에 있는 인간 본성을 특유의 깊은 인식과 성찰로 파헤친다. 사랑과 정열의 가혹한 율법, 사랑의 절대적인 힘을 묘사함으로써 마라이는 독자들을 인간 존재의 깊은 심연 속으로 인도한다. 마라이의 사색에는 과장이나 허위를 찾아볼 수 없고, 언어 표현은 예리한 현실 감각과 어울려 더욱 절묘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인식과 성찰은 글에 군더더기를 없애고, 할말만 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사소한 듯 보이는 지점에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암시로 시작하여 결국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야 만다. 인간 영혼의 갈등과 혼란은 마라이의 사색과 언어를 거쳐 치밀하게 정리가 된다.
마라이는 『열정』과 마찬가지로 『유언』에서도 주요한 만남과 갈등을 간결한 대화를 통해 풀어낸다. 자칫 지리해질 수도 있는 존재에 관한 것, 성찰을 에스터와 라요스의 대화로 풀어 전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극적인 긴장을 높인다. 독자는 보이지 않는 줄을 따라가듯이 자기도 모르게 마라이가 소곤대는 인간의 영혼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유언』은 어떤 내용인가?

"우리는 서로를 용감하게 사랑하지 않았소……"

이 소설은 20년 만에 라요스가 찾아온 날의 24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을 에스터가 유언의 형식을 빌려 고백하는 이야기다. 에스터는 라요스의 방문, 그의 모든 악행, 사이 나빴던 언니 빌마, 자신의 삶에 대해 더할 수 없이 침착하게 이야기한다. 마라이는 사랑과 배반, 기다림과 좌절, 열정과 미움 등 진부해보이는 소재들을 놀라운 직관력으로 우리에게 묘사해준다.

에스터와 누누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집에 어느 날, 라요스가 찾아온다. 매혹적인 사기꾼, 거짓말쟁이 라요스는 20년 전 그 특유의 매력과 뛰어난 기지로 에스터의 가족을 사로잡았고, 에스터와 열렬한 사랑의 감정을 키웠다. 그러나 놀랍게도 에스터의 언니 빌마와 결혼을 하고 멀리 떠난다. 이제 20년이 지난 뒤, '오페라 기사' 같은 전보로 방문을 알린다. 아직도 라요스를 향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에스터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과거의 의상'을 입는다. 에스터는 그 오랜 세월 동안 라요스의 진실, 삶의 진실,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기다려왔던 것이다.
라요스는 다 자란 두 아이와 낯선 두 사람과 함께 끔찍한 진실이 담긴 비밀스러운 3통의 편지를 가지고 나타난다. 라요스의 딸 에파는 에스터가 자신들을 방관했으며 이는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라요스는 자신의 궁핍한 처지에서 헤어나기 위해 에스터의 마지막 남은 재산인 집과 정원을 요구한다. 에스터와 라요스 사이의 극적인 대화는 중대한 결과를 낳는다. 라요스는 에스터가 의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이 에스터에게 있다고 비난한다.

에스터의 의무는 사랑, 라요스를 향한 정열이었다. 사랑의 정열은 상대방이 사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인지 묻지 않고, 또 어떤 핑계나 도피도 용납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맺으라고 명령한다. 이것은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라고 요구하는, 거역할 수 없는 존재의 명령, "세상과 오성의 법칙보다 강한 명령"이다. 몰랐던 가혹한 진실이 드러나고, 에스터는 법률이나 이성의 규칙을 벗어나는 엄격한 율법을 고통스럽게 인정한다. 마침내 에스터는 삶의 진실, 존재의 의미를 어렴풋하게 깨닫는다. 에스터는 자신이 사랑과 정열의 준엄한 율법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삶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그것은 갚아야 할 존재의 빚으로 남아 있다고 믿는다. 결국 에스터는 라요스의 요구대로 집과 정원을 그에게 내주고 만다.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을 선뜻 내줌으로써, 존재의 빚을 갚고 삶의 의무를 다한다.
에스터에게 집과 정원을 선물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존재의 확인이면서 동시에 사랑을 통한 존재의 완성이다. 그렇기에 아무런 미련 없이 담담하게 죽음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에스터는 라요스가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그 일요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도 벗어난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리뷰/한줄평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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