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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책의 결혼 책벌레 이야기 나의 자투리 책꽂이 소네트를 멸시하지 말라 너덜너덜한 모습 진정한 여성 면지에 적힌 글 책 속으로 걸어들어갈 때 그/녀의 문제 당근 삽입 영원한 잉크 식탐을 부르는 책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카탈로그 독서 내 조상의 성 낭독의 쾌감 수상한 책의 제국 집 없는 책 - 더 읽어볼 만한 책들 - 그리고 고마움의 말 - 옮기고 나서 |
Anne Fadiman
앤 패디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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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시를 쓰고 싶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그다지 재능이 없는 저자는 소네트 예찬자이다. "잘만 밀어넣으면 온 세상을 집어넣을 수도 있는" 이 소네트는 2년 전 여든여덟인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의미가 깊다. 평생 편집자로 살아온 저자의 아버지는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는 "읽거나 쓰지 못한다면 나는 끝난 것이다"고 침울해하지만 밀턴도 시력을 잃은 뒤에 《실락원》을 썼다고 아버지를 위로하며 함께 어두운 병실에서 밀턴이 쓴 소네트 <나의 실명에 대하여>를 한 줄씩 기억해 낸다. 희미한 한 조각 빛처럼 소네트 한 편이 때로는 절망에 빠진 이들을 구해낸다.
--- "소네트를 멸시하지 말라"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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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이제 타자기 리본을 갈거나, 만년필의 잉크를 채우거나, 연필을 깎기 위해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장황하게 쓰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나는 특히 워드프로세서로 친 편지를 수상쩍게 생각하는데, 거기에서는 판에 박힌 문구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 "영원한 잉크" 中, 모든 글쓰기가 컴퓨터로 대체된 것을 애석해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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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접근 방법의 문제는 책을 사랑하다 못해 조각을 내 버린다는 것이다. 오빠는 완전히 해체되어 버린 <조류 황금 가이드>를 비닐 지퍼백에 넣어 보관하다. '이 책은 수십 권의 분책으로 나뉘어 있어서 읽을 수도 없어. 집어들면 해오라기들이 떨어지지. 하지만 이 책을 버리면 내가 나팔 고니를 처음 보았을 때 적어 놓은 메모가 사라져 버리잖아. 게다가 나는 아주 맣은 종들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만일 개정판을 사게 되면 내 오랜 친구 노란배 딱다구리한테 죄를 짓는 기분일 거야. 그 새는 지금 세 가지 종으로 나뉘어 버렸거든.'
--- p.70-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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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 지 10년, 함께 산 지 6년, 결혼한 지 5년 된 사이다. 서로 옷도 바꿔 입고 양말도 바꿔 신을 만큼 익숙해졌지만 서로가 가진 책만은 한데 섞지 못했다. 둘 다 글쟁이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가치 기준도 다르고 또 행여 갈라서게 된다면 겹친다고 버린 책들을 어디서 다시 구할 것인가. 아이까지 하나 낳은 뒤 드디어 작심을 하고 일 주일에 걸쳐 온 집안을 들쑤시고 뒤엎어 치열한 타협과 협상 끝에 드디어 "장서 합병"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하여 "나의 책"과 "그의 책"은 이제 "우리 책"이 되었다. 진정한 결혼이 이루어진 것이다.
--- "책의 결혼"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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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서가에는 자주 손이 가는 책이나 혼자만 아껴 읽는 책을 꽂아두는 자투리 부분이 있다. 저자의 경우에는 극지방 탐험에 관한 책들이 이 자투리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아문센처럼 성공한 탐험가가 아니라 실패한 로버트 팰컨 스콧의 책을 십여 권 간직하고 있다. 그는 2만 킬로미터가 넘는 남극까지 책을 갖고 가 읽고, 펭귄에게 직접 먹이를 게워 주고, 개를 부리기보다는 차라리 사람이 썰매를 끌 것을 고집하는 그런 사람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 이 스콧 일행의 주검 옆에는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은 화석 돌무더기 16킬로그램이 있었다. 만일 돌을 버렸다면 그의 일행은 마지막 20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민족주의나 종교, 인종 차별 같은 대의에 목숨을 바치지만, 16킬로그램의 돌이 든 가방과 그것이 상징하는 사라진 세계도 목숨을 걸기에 과히 나쁜 명분은 아니다.
--- "나의 자투리 책꽂이"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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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위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 글자가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제외한 우리 모두가 그런 자세였다 - 나는 우리 얼굴에 똑같이 떠오르는 황홀한 표정이 어떤 음식을 먹을까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는 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데이라Madeira 소스에서 e자 하고 i자를 바꾸어 썼네.'오빠가 한 마디 했다. '벨 파에제Bel Paese는 붙여 써 놓았네.' 내가 거들었다. '게다가 소문자로 써 놓았어.' '그래도 지난 화요일에 저녁을 먹었던 집보다는 철자가 낫구나.'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그 집에서는 P-E-A-K-I-N-G(원래는 Peking(북경)) 오리요리를 한다더구나.' 우리는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우리 패디먼 가족은 수십년을 같이 지냈으니 이제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우리의 부족적 정체성의 구석구석을 남김 없이 알고 있을 법도 한데, 아직까지도 진단해 내지 못한 가족 공통의 유전자가 적어도 하나는 남아있었다. 우리는 모두 교열 강박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 p.115-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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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7살인데, 다른 2학년 생의 부모 가운데는 자식이 재미삼아 책을 읽지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들 에 가보면 아이들 방에는 값비싼 책들이 가득하지만 부모의방은 텅비여있다. 그 아이들은 내가 경헙한 것과는 딜리 자기 부모가 책읽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 p.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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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들 가운데도 부모에게 책이 전혀 없어 이웃이나 선생이나 사서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있으련만,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내 딸은 일곱살인데, 다른 2학년 부모 가운데는 자식이 재미삼아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불평하는사람도 있다. 그들집에 가 보면 아이들 방에는 값비싼 책들이 빽빽하지만, 부모의 방은 텅 비어 있다. 그 아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 경험한 것과는 달리 자기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반대로 현관에 들어섰을 때 책꼿이에 책이 보이고, 침대맡 탁자에 책이 보이고, 바닥에 책이 보이고, 화장실 수조 위에 책이 보이면, 내 방! 어른은 출입금지 라고적힌 문을 열었을 대 무엇이 보일지 안 봐도 뻔하다. 물론 침대에 엎드로 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 p.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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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독자의 고백, "나의 모든 것은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평범한 독자》에서 "서재라고 부르기에는 초라하지만 그래도 책이 가득하여 개인들이 열심히 독서를 하는 그 모든 방"에 대해 이렇게 썼다. 평범한 독자는 비평가나 학자와 다르다. 그들은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다. 이 책은 이처럼 책을 읽는 목적이 "읽는 재미"에서 비롯된 일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저러한 책을 읽어야 한다" 또는 "책을 많이 읽어라" 같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애초에 독서가 얼마나 "즐거운 목표"였는지 상기시켜준다. 마치《한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처럼 무슨 책이든 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저자 앤 패디먼은 한번 책 속에 빠지면 누가 신발을 벗겨가도, 모자를 씌우며 지분거려도 모르던 소설가 존 맥가헌처럼 자신도 누가 잡고 흔들어야 "책에서 깨어나오던" 그런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책을 좋아하는 부모 밑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자라고, 책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고, 또 자식 둘을 낳아 함께 책을 읽는 그런 평범한 삶 속에 언제나 책이 있어 더 풍요롭고 행복하다는 것을 매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재치있고, 유머가 넘치며, 개성이 강한 저자의 펜은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도 삶의 묵직한 여운이나 책과 관련하여 사라지고 있는 풍경 또한 빠트리지 않고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다. 눈이 멀게 되어서도 손에서 책을 떼놓지 않는 그의 아버지나 돌 한 무더기에 목숨을 건 스콧 대령, 또는 만년필 한 자루에 생명을 불어넣는 저자의 감성이나 통신판매용 카탈로그를 탐독하는 이야기는 사실 "평범한 독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그나마 장식용으로라도 거실을 지키던 책장이 사라진 오늘날, 이 책은 다시 책에게로 우리를 이끌어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는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시빌리제이션Civilization』지에 "평범한 독자의 고백"이라는 고정 칼럼으로 연재되면서 수백만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책이 주는 그 행복한 즐거움에 대해선 등한시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온다. 왜 그들의 도서관은 책을 읽는 사람들로 가득한데 우리의 도서관은 입시 공부나 취업 준비생들로 빽빽한지, 왜 학교를 졸업하면 손에서 책을 놓는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의 집에 가보라. 아이들 방에는 책들이 빽빽하지만 부모의 방은 텅 비어 있다. 그런 아이들은 자기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 책 을 만 들 면 서 저자 앤 패디먼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으로 책에 온통 지문을 묻히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지호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만지도록 사람의 손맛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책등이 아닌 책면이 앞을 보도록 표지를 꾸미고, 종이도 결이 살아있는 한지 느낌을 찾아 옷을 입혔습니다. 까칠한 종이의 느낌이 손끝에 전해지도록 표지에는 코팅을 입히지 않았으며, 거기다 만질수록 손때가 묻어 더욱 좋은 느낌이 나는 우리의 한지로 책갈피를 만들어 늘 책 가까이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책갈피는 기계가 아니라 일일이 사람의 손을 여러 번 거쳐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책갈피가 조금씩 다릅니다. 결국 이 책갈피가 끼워져 완성되는 이 책은 한 권도 같은 것이 없게 되는 셈입니다. 지호는 이 책이 활자 매체가 죽어가는 오늘날에도 굳건하게 책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하나의 상품인 동시에 귀한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