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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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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카메라와 옷 몇 벌에 내 청춘의 무게를 싣고 1부 현실은 책과 다르다 파라오와 걸인들 고시생이 서쪽으로 간 까닭은? 낯선 땅에서의 첫날 밤 한국인이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부딪쳐야 변한다 동물에게도 민족성은 있다 한 사회주의자의 작은 반란 2부 테러와 미니스커트 하이파의 밀레니엄 축제 2000년을 버틴 습관 신의 아들이 걷던 길 멍청한 유대인, 똑똑한 이스라엘 열정과 신념의 화신, 헤르츨 우리의 성문화, 경쟁력은 있는가 기록에 집착하는 사람들 3부 이스라엘에 예수는 없다 바르타의 엇갈린 두 운명 작은 무덤 옆에서 보이지 않는 국경선 여군이 거리를 누빌 때 돈이 시간을 만든다 4부 부딪힌 만큼 보인다 내가 만난 고려인 여성 검은 유대인, 흰 유대인 유혹의 땅, 예리코 이스라엘에선 참으세요 정체불명의 감시자들 열두 살에 만나는 섹스와 마약 벌레와 뱀의 화해는 가능한가 다시 한국으로 짧게 읽는 이스라엘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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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은 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었다. 그 집에는 여섯 명이 집세를 나눠내며 함께 살고 있었는데 필리핀 사람이 네 명, 태국 사람이 두 명이었다. 그들 모두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어색함이란 별루 없었다. 그들이 나에게 돼지고기를 좋아하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웬 떡이냐. 간만에 고기 구경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애써 미소를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웬걸! 저녁상이 나왔는데 족발탕이었다. 언뜻 보아도 기름 천지였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저걸 먹었다간 분명 배탈이 날 게 뻔했다. 그래도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난관을 벗어날까?' 고민하는데 마침 가방 안에 있는 라면이 생각났다. 나는 그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답례로 한국 라면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그들도 좋다고 응했다. 결국 족발탕은 그들에게 슬그머니 미루고 저녁은 라면에 밥을 말아서 해결했다. 이들 동남아시아인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래서 그날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유대인 가정이나 병원에서 노인들 '케어care(간병인)'로 일하며 길게는 5년에서 짧게는 2년까지 이스라엘에서 장기 체류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유대인에 대한 생각들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대부분 유대인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아주 지겹다는 평가였다. 휴대폰이나 TV, 비디오를 보여주며 너희 나라엔 이렇 거 있냐, 있더라도 부자들만 구입할 수 있지 않느냐는 등 무시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기까지 했다. 이곳에는 우리 자동차와 휴대폰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므로 이들처럼 구박을 받지는 않는다. 가난한 나라의 백성들은 서러울 수 밖에 없다. 남의 나라에 돈 때문에 와서 자존심을 구기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 pp.254~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