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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들 · 정지용 | 15
작품론 / 윤동주 시의 비극성 또는 시적 의지 · 권영민 | 193 작가론 / 삶의 시간과 기도의 공간 · 이기철 | 206 윤동주 연보 | 215 시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 초 한 대 | 27 삶과 죽음 | 28 내일은 없다 | 30 조개껍질 | 31 오줌싸개 지도 | 32 창구멍 | 33 기왓장 내외 | 34 비둘기 | 35 이별離別 | 36 식권食券 | 37 모란봉牧丹峯에서 | 38 종달새 | 39 거리에서 | 40 공상空想 | 41 이런 날 | 42 오후午後의 구장球場 | 43 “꿈은 깨어지고” | 44 창공蒼空 | 45 빗자루 | 46 햇비 | 47 비행기 | 48 굴뚝 | 49 무얼 먹구 사나 | 50 봄 | 51 참새 | 52 개 | 53 편지 | 54 버선본 | 55 눈1 | 56 사과 | 57 눈2 | 58 닭 | 59 호주머니 | 60 거짓뿌리 | 61 둘 다 | 62 반딧불 | 63 만돌이 | 64 개 | 66 나무 | 67 창窓 황혼黃昏 | 71 가슴1 | 72 가슴2 | 73 가슴3 | 74 산상山上 | 75 양지陽地 쪽 | 76 남南쪽 하늘 | 77 빨래 | 78 가을 밤 | 79 닭 | 80 곡간谷間 | 82 겨울 | 84 밤 | 85 할아버지 | 86 장 | 87 풍경風景 | 88 달밤 | 89 울적鬱寂 | 90 그 여자女子 | 91 한란계寒暖界 | 92 야행夜行 | 94 비 뒤 | 95 비애悲哀 | 96 명상瞑想 | 97 창窓 | 98 바다 | 99 유언遺言 | 100 산협山峽의 오후午後 | 101 어머니 | 102 아침 | 103 소낙비 | 104 가로수街路樹 | 105 비 오는 밤 | 106 이적異蹟 | 107 사랑의 전당殿堂 | 108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 110 코스모스 | 111 ‘고추밭’ | 112 비로봉毘盧峯 | 113 햇빛, 바람 | 114 해바라기 얼굴 | 115 애기의 새벽 | 116 귀뚜라미와 나와 | 117 산울림 | 118 달같이 | 119 장미薔薇 병病들어 | 120 ‘산골 물’ | 121 투르게네프의 언덕 | 122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서시序詩 | 127 자화상自畵像 | 128 소년少年 | 130 눈 오는 지도地圖 | 131 돌아와 보는 밤 | 132 병원病院 | 134 새로운 길 | 135 간판看板 없는 거리 | 136 태초太初의 아침 | 138 또 태초太初의 아침 | 139 새벽이 올 때까지 | 140 무서운 시간時間 | 141 십자가十字架 | 142 바람이 불어 | 143 슬픈 족속族屬 | 144 눈 감고 간다 | 145 또 다른 고향故鄕 | 146 길 | 147 별 헤는 밤 | 148 습유작품拾遺作品 산림山林 | 153 황혼黃昏이 바다가 되어 | 156 위로慰勞 | 159 팔복八福 | 160 못 자는 밤 | 161 간肝 | 162 참회록懺悔錄 | 163 흰 그림자 | 164 사랑스런 추억追憶 | 166 흐르는 거리 | 168 봄 | 169 쉽게 씌어진 시詩 | 170 산문 달을 쏘다 | 175 별똥 떨어진 데 | 178 화원花園에 꽃이 핀다 | 181 종시終始 | 184 |
尹東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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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화상自畵像 전문 1. 새벽처럼, 윤동주 아름다워서 슬픈 시. 수난의 저녁에서 십자가가 드리워진 성찰의 우물로 걸어가고자 했던 윤동주. 어둠으로 가득한 심연의 시대에 고요한 파문을 그렸던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문학사상에서 출간되었다. 정지용은 그의 초간본 서문에서 윤동주를 향해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라는 애절한 서문을 남겼고, 그의 방벽의 언어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새벽의 정신으로 숨 쉬고 있다. 윤동주의 시는 바쁜 일상에 쫓겨 사는 우리의 삶에 거대한 성찰의 우주를 마련한다. 이 공간은 다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고 홀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완전한 고독의 세계이며, 다른 시인의 언어가 형상화할 수 없는 윤동주만의 영원한 낙원이자 순수 영혼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시인과 달리 윤동주의 시가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는 까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적막하고 순결한 마음의 공간에서 발화된 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언어와 시간은 분주하고 소음으로 가득한 일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깊은 새벽의 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2. 동주를 헤아리는 밤 식민지라는 시대의 너울 속에서 윤동주의 언어는 ‘민족’이나 ‘이념’에 귀결된 시를 품지 않았고, 오히려 서정적 저항의 시와 내면적 성찰의 세계를 그려냈다. 용정과 교토, 이상향과 식민지의 현실, 신앙과 자아. 윤동주는 민족에게 드리워진 시대적 어둠과 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개인의 내적 갈등에서 고뇌와 성찰의 흔적을 시로 남겼다. 분리될 수 없는 이상과 현실을 마주해야 했던 윤동주는 벗어날 수 없는 고독 속에서 비애와 슬픔의 정서를 끌어안았고 결국 우물 속의 ‘나’와 마주해야 했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십자가』 중에서)라고 고백하며 창백한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고독의 세계에서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일은 우물 안에 반영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우물을 응시하는 ‘나’와 우물 속에서 반영된 자신은 분리되면서도 분리될 수 없는 이상과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분리와 비분리의 자아 속에서 윤동주가 갖게 되는 정서는 ‘부끄러움’이다. 그 부끄러움은 자신을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선물이며 자신과 마주함으로 얻을 수 있는 고결한 깨달음이다. 윤동주의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섬광과 같은 통점을 갖게 한다. 3. 다시, 윤동주를 읽는다 윤동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시편들, 『서시』에서부터 『자화상』, 『참회록』까지. 습작 시절의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까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정지용의 서문과 118편의 시 그리고 4편의 산문, 작품론과 작가론을 담아 윤동주의 시와 그의 시 세계를 조명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별을 헤는 마음으로, 새벽을 다시 맞이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그리고 고요히 새겨 읽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