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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ko Ogawa,おがわ ようこ,小川 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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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점으로 얼룩덜룩한 그의 등을 핥는다. 배의 주름 사이로 혀를 밀어 넣는다. 땀으로 축축한 겨드랑이와 모래가 잔뜩 묻어 있는 발바닥도 혀로 핥는다. 어디 한 군데도 빈틈이 없도록 오일을 바른다. 내가 떠받드는 육체는 추악하면 추악할수록 좋다. 그런 편이 나를 훨씬 비참한 기분에 젖게 할 수 있으니까. 난폭하게 다루어지는 그저 살덩어리가 되었을 때에야 그 깊은 곳에서 순수한 쾌감이 스며나온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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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공간 ‘호텔 아이리스’에서 펼쳐지는 초로의 번역가와 소녀의 광기 어린 사랑
아이리스는 창포란 뜻이다. 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이라는 뜻도 있다. 호텔 ‘아이리스’의 딸 마리는 호텔에서 문제를 일으킨 손님인 초로의 남자에게 흥미를 갖게 된다. 두 주일 후 일요일, 장을 보러 동네에 갔다가 우연히 남자를 본 마리는 그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바로 남자도 그녀를 알아채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유람선 승선장에서 그를 배웅한다. 남자는 마을에서 유람선을 타야 갈 수 있는 F섬에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의 살지 않는 섬에서 그는 러시아어를 번역하고 있었다. 얼마 후 남자에게서 편지가 온다. 승선장에서 손을 흔들어 배웅해주는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뻤다고, 마침 마리라는 이름이 나오는 러시아어 소설을 번역하고 있다고, 매주 일요일에 시내로 장을 보러 나가니 그때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마리는 남자의 얼굴을 떠올릴 수 없었다. 늙음의 그림자 외에 그를 특징짓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늘 아래를 향하고 있는 시선, 손가락의 사소한 움직임, 숨결, 목소리의 울림은 기억하고 있는데……. 섬에 도착한 순간 그의 그녀에 대한 지배가 시작되었다. 그가 그녀의 몸에 가한 행위가 흔히 일어나는 일인지 어떤지 그녀는 알 수 없었고,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옷 벗어.” 이것이 그가 그녀에게 내린 첫 번째 명령이었다. 이 말의 울림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그녀의 가슴은 뛰었다. 그렇게 그들의 에로틱한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사흘 간격으로 남자에게서 편지가 오게 된다. ‘내가 지금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당신이 존재해주는 것, 그뿐입니다.’라고. 그리고 매주 구실을 만들어 엄한 어머니의 눈을 피해 그녀는 남자와 만나게 된다. 남자는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었다. 눈앞에서 아내를 잃은 것, 죽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 세상에서 자신이 사라진다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등. 어쨌든 남자는 고독했다. 철저한 외톨이였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녀도 외로웠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마음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도 없고, 호텔에서 매일 같은 일만 반복되는 나날. 성에 눈을 뜬 감수성이 풍부한 사춘기 소녀는 그 외로움의 돌파구를 러시아어 번역가에게서 찾는다. 그 돌파구에서 파괴적이고 가학적이고 비일상적인 행위가 자신에게 가해질지라도 그녀는 그것을 자신에게 ‘베풀어진’ 남자의 순수한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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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있다. 해변의 쇠락한 여관(이름은 호텔 아이리스지만 이미지는 여관에 가깝다)에서 일하는 그녀는 늘 동백기름을 발라 한 오라기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게 빗어 틀어 올린 머리를 하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여관 주인)는 그녀의 머리를 빗어주면서 반듯함 속에 그녀를 포박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나이에 받아야 할 교육도 받지 못하게 하고 여관에서 시중을 들게 한다.
여관 속에서 그녀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어머니의 부속물로서만 존재한다. 한 번도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그녀의 고백은 아름다움이 누려야 할 진정한 가치로서 그녀가 대우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대변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일상은 껍질뿐이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술에 취해 얻어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간 아버지의 음울한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있다. 러시아어를 번역하는 이름 없는 번역가. 그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 그 자신을 홀로 유폐시키고 있다. 유람선을 타고 뭍에 발을 디딜 때만 세상과 소통하면서. 그가 그 자신을 유폐시킨 원인은 과거의 참혹했던 사건에 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스카프 자락이 열차의 문에 끼여 달리는 열차에 끌려가면서 죽어간 아내를, 그 현장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의식, 또 아내가 안고 있었던 어린 조카를 희생시키려 했다는 자책감. 그 피로 얼룩진 스카프가 서랍장 깊은 곳에 간직돼 있는 것처럼 번역가의 의식 밑바닥에는 이 죄의식과 자책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 둘의 만남은 호텔 아이리스에서 창부에게 명령하는 그의 목소리를 계기로 이루어진다. 아버지 같은 나이의 남자가 내리는 절대적인 명령과 그에 대한 소녀의 절대적인 복종. 이 관계는 거의 종교적 차원에 가깝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리는 남자와 그 명령에 몸 바치는 소녀의 복종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처절한 폭력을 동반한다. 마치 피로서만 죄를 구원할 수 있듯이. 남자가 소녀에게 휘두르는 채찍은 아내를 죽음으로부터 건져내라고 자신에게 명령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학대의 채찍이며 또 고통으로 일그러진 소녀의 모습은 죄의식과 자책감으로 일그러진 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소녀가 껍질뿐인 자신의 일상에서 탈출하여 극렬한 고통 끝에 한없는 희열에 도달하는 것과 남자가 자기 학대의 궁극에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자신을 파멸시킴으로써 해방을 얻는 것은, 따라서 같은 맥락이다. 비록 홀로 남은 소녀 마리에게는 이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고, 번역가와의 사랑은 그 행적을 찾을 수 없는 번역 원고(마리라는 소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의)처럼 현실 저편으로 사라져버렸지만, 《호텔 아이리스》는 이렇게 폭력의 정점에서 희열과 해방을 얻는 것, 이 또한 사랑의 형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