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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우리 삶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무대_승효상
개정판을 내면서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들어가는 말 제1장 - 장소의 몸짓_자세를 닮은 장소 단순한 몸짓 : 원초적 행위 집 안의 장소들 도시 안의 장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 제2장 - 길의 몸짓 시작과 끝. 경계현상 곧은 길 시간의 방향. 되돌아올 수 없는 길들 휨, 굽이, 곡선 오르막. 내리막. 상승과 하강 지연. 가속 시시포스 현상들. 끝없는 길 제3장 - 침묵의 장면. 휴식공간_공간에서 사라진 시간 사적 은둔의 공간 보존과 유지. 기억의 공간 명상적인 장면들 죽은 공간, 까무러칠 듯한 공간 제4장 - 동요하는 장면들. 불안의 공간_시간 속에서 해체된 공간 형태의 혼란, 공간이 파열되어 열림 순간적 필요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 무대의 공간 도취, 미쳐버린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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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공간에 대한 동/서양의 공통 가치 발견
『공간의 안무』의 초판은 1999년 독일에서 출간된 Choreografie des architektonischen Raum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수록하여 국내에서 재출간하게 되었다. 국내 최고의 건축가 승효상은 지난 2004년 여름, 뒤셀도르프 대학 강연 후 이 책의 저자인 볼프강 마이젠하이머 교수의 집과 그가 설계한 작품들을 볼 기회를 가졌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마이젠하이머 교수의 생각과 자신이 스승 김수근으로부터 배운 건축철학이 놀랄 만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한국과 독일의 독자 모두와 그 가치와 사유를 공유하고자 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승효상은 저자 마이젠하이머의 철학이야말로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본질적 건축이라고 선언한다. 마이젠하이머 교수가 그 공간을 설명하면서 ‘자궁공간(womb space)’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자궁공간, 이 개념은 내가 김수근 선생의 ‘공간’ 시절 수없이 듣던 말이었으며 그 당시 김수근적 건축을 그릴 때마다 반복하던 개념어였고, 김수근 선생만의, 가끔은 한국성을 기초로 한 현대한국건축의 핵심어라고 주장하곤 했던 건축어휘였다. 그런데 그 단어를 김수근선생의 사후 20년이 지난 지금 독일의 낯선 곳에서 조우하다니, 묘한 감회가 일었다. 건축이 우리의 귀중한 삶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이상, 그의 언설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본질적 건축이다. 특히, 건축이 우리의 가능한 삶을 암시하는 무대라는 선언적 사유는, 이성과 합리를 명분으로 우리 삶을 재단하며 마감시킨 전시대의 계량적 건축과는 궤를 달리한다. 또한 그가 단정짓지 않은 채 비워놓은 감성의 공간이 확정할 수 없는 우리의 갊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 차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그냥 페이지를 넘길 수 없게 만든다. -승효상, <건축, 우리 삶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무대> 중에서 한 페이지 속에서 3개 국어의 율동을 읽는다! 한국어, 영어, 독일어를 함께 수록하여 출간하자는 계획은 신선하면서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를 위하여 각 나라의 언어를 담당하는 감수자와 번역가들이 동원되었고 수개월 간의 작업과 수정작업을 거쳤다. 이 책을 소개한 크누드 조슈아 엠(Knud Joshua Ehm)은 저자 마이젠하이머 교수의 제자로, 이 작업을 위하여 지난 1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영문 및 독일어 감수는 물론, 원전의 정확한 해석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공간인 ‘마당’을 자신의 학위논문 주제로 선정하고 한국에 머물며 연구하고 있다. 이런 그의 관심은 동?서양의 공간이나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완화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독일어로 된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준 김정근은 독일에서 독문학을 전공, 특히 독일 연극을 공부하고 돌아온 이 분야 전문 번역자이다. 그는 번역자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자신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조슈아 엠, 그리고 편집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작업해 완성도 있는 책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번역자가 건축 비전공자인 점을 감안하여 독일에서 근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를 전공하고 있는 김영철을 불러들여 원문 해석에 정확성을 기했다.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한 디자이너 박우혁은 이미지와 언어의 아름다운 조화로 이루어진 원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각 페이지마다 새로운 책을 만드는 노력으로 디자인하고 글을 배치하였으며, 《공간의 안무》라는 제목에 걸맞게 매 페이지의 안무가가 되어 작업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여러 차례의 문제가 발생했으나, 모두 《공간의 안무》의 출간을 위하여 이해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많은 사람의 조력으로 이 책이 탄생한 것이다.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이미지와 함께 이어지는 3개 국어는 마치 또 하나의 디자인과 같다. 서로 다른 언어들이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며 춤추는 듯한 그야말로 ‘공간의 안무’ 가 연출되는 것이다. 공간과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신체 움직임의 수많은 가능성! ‘안무’란 무대라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인간 육체의 조형 예술을 뜻한다. <공간의 안무>에서는 건축물과 공간이 인간의 신체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안무라고 본다. 공간이 규정하는 보이지 않는 틀 안에서 신체는 움직임의 폭을 결정하고, 공간의 안무를 통하여 아름다운 춤과 같은 동작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별 육체의 세세한 동작뿐 아니라 춤꾼들의 전체적인 배치와 조화,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 공간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는 근원적 질문들, 공간을 이해하는 독특한 방법을 소개하는 이 책은 무엇보다 다양하고도 적절한 일러스트 및 사진과 본문의 절묘한 배합이 최고의 장점이다. 저자 볼프강 마이젠하이머 교수는 곳곳에서 공간미학의 ‘객관성’이 존재하는 듯 행세하는 건축이론의 허점을 지적하며, 건축이라는 현상 속에 서로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는 공간구조와 시간구조의 특성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무거운 자세나 가벼운 자세를 취하는 것, 사지를 내리고 올리는 것은 생리학적인 두 극단을 결합시킨다. 지속적인 자극은 의식을 통제하고, 이때 의도적인 이념이 운동 속으로 들어가게 되며, 운동은 주변공간을 조사하여 그것을 표현한다. 인간은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서 공간을 열어 놓는 것이다. 건축공간에서 시간의 요소는 계획에 의해서 생겨나는 ‘가상적 움직임’ 속에 존재한다. 실제적인 삶의 진행과정이 완전히 불확실한 상태라고 할지라도, 공간 속에 있는 육체의 가능성을 발전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과 춤은 ‘가능성’에 대한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때문에 유토피아적인 장면이 되는 것이다. -4장 동요하는 장면, 불안의 공간 <춤 : 신체 운동을 통해서 생겨나는 공간의 개방> 중에서 마이젠하이머는 현상학적 의미에서 접근하여 건축의 설계와 설치, 혹은 분석을 실제 이용자나 관찰자의 체험과 연결시킨다. 이 책의 전개방식이 인간 신체와의 연관성 안에서 건축술의 ‘안무 예술적’ 이론인 건 그래서이다. 시공간 경험은 불가피하고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체험되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행하기도 하지만, 상상하기도 하는 행위와 관련해서 건축된 공간의 표현을 고려한다면, 건축은 춤이나 팬터마임, 그리고 다른 무대예술들과 아주 가깝습니다.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중에서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사진과 그림들은 건축은 물론 그 적용 범위가 훨씬 더 광범위하다. 공간을 기본으로 작업하는 예술의 광범위한 분야, 예술을 좀 더 총체적인 사고로 풀어가고자 하는 무대예술가와 디자이너, 연극이나 영화 연출가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책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진과 그림들이 마치 춤을 추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