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삼중주
열린문 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마지막 수업 사랑을 그치고 삶이 있게 하라 순장 |
권현숙의 다른 상품
|
정염(情炎), 이브의 천형
오래 전에 시인 김남조는 ‘금지된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에게 신은 제일로 아파할 천형을 내리셨다. 죽도록, 또 죽은 다음에도 못내 사나이를 그리워하도록’이라고 썼다. 그럴 법하다. 이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어디 축복이기만 한가. 그것은 뼈를 깎는 번뇌를 수반하지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버려지지 않는 미혹이다. 이브는 고통에 질려 정염의 사슬을 끊고 싶어도 언제나 다시 그것에 나포된다. 애욕과 번뇌, 환상과 환멸의 악무한은 과연 이브의 천형이요, 인간의 굴레라 이를 만하다. 권현숙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 역시 죽도록 이성을 그리워하며, 한번의 포옹이 통곡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들은 외로움에 떨며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과 조우하고, 권현숙은 마치 무당처럼 이들의 탄식을 받아 내린다. 이런 면에서 그를 ‘정염’의 작가라 부를 만하다. ‘정염(情炎)’의 사전적 의미는 ‘불같이 타오르는 욕정’이다. 정염의 다른 얼굴, 외로움 존재의 고독이란 동서고금의 소설들에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다루어진 주제지만, 이 소설집에서만큼 그것이 핍진하고 절실하게 묘파된 경우도 드물다. 이들의 고독 즉, 외로움은 대개 이성에 대한 그리움의 다른 표현이다. 연인의 죽음으로 외로워하거나, 이성을 매혹할 자질이 결여되어 외로워한다. 두 경우 모두 이성과 관계 맺고자 하는 갈망이 좌절됨으로써 비롯된 외로움이라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 그들의 외로움의 전제도 정염이고 귀결도 정염이다. 그들은 정염을 보유하나 충족할 수 없기에 외롭고, 또 외롭기 때문에 정염에 이끌리게 된다. 이때 작가 권현숙이 인간의 외로움을 섬세한 촉수로 포착하고, 인간의 정염으로 확산되는 모습은 자연스러우나 결코 이 소설에서 정염이 묘파되는 방식이나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