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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상상, 책 읽는 책
보글보글 주방 이야기 / 과일 바구니 속 수다 / 달콤한 알사탕 / 책 읽는 책 / 양파의 눈물 /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의 건배 / 날개 달린 책 / 감기 걸린 수도꼭지 / 새 칫솔의 호들갑 / 책 먹는 암소의 고뇌 / 위풍당당 WC의 전설 / 생쥐 아줌마의 괴물 퇴치법 / 젖소를 사랑한 우물 엉뚱한 상상, 낚시하는 물고기의 상상 수호자 누렁이 / 두더지의 혼자놀기 / 오리 선생의 출근길 /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달팽이 / 엄마 사과나무 / 낚시하는 물고기의 상상 / 달걀들의 섣부른 탈출 / 책상과 즐기는 산책 / 최고급 만년핅의 실수 / 꽃병의 행복 / 솜씨 좋은 나무가위 따듯한 상상, 냉장고를 사랑한 고양이 치즈 소년의 사랑 / 기고만장한 홍당무 소년 / 사모님의 티타임 / 사랑의 별에 사는 녹색 새 / 냉장고를 사랑한 고양이 / 펭귄 가족과 노래하는 사람 / 친구 찾아가는 테디베어 / 허수아비의 춤 / 몽당양초의 기도 / 눈사람의 소원 / 벽난로 할아버지 / 어느 가죽 구두의 일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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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박식하고 총명한 책은 재미있고 유쾌한 책을 아꼈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진지하고 슬픈 책은 이마에 주름을 만들면서 깊이 깊이 고민했다. 크고 박식하고 총명한 책이 어째서 시시하고 유치한 우스갯소리나 잔뜩 담긴 책을 좋아하는 걸까? 재미있는 이야기란 그저 하릴없이 시간 보낼 때나 필요한 허섭쓰레기일 뿐인데.
어느 날이었다. 크게 박식하고 총명한 책이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 바보야,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아. 너처럼 생각만 많고 복잡한 책을 누가 좋아하겠니?" 그러고는 우울증에 빠진 진지하고 슬픈 책을 번쩍 들어 마구 흔들었다. 그 순간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있던 생각들이 우르르 떨어져 나갔다. ♧ 지나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으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머릿속도 가끔씩 대청소가 필요합니다. --- p.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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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던 물고기는 깜짝 놀랐다. '아, 뭔가가 미끼를 물었어! 어, 어, 안 돼, 안 돼……! 이건 마치 내가 낚싯줄에 걸린 것 같잖아. 안 돼, 그럴 순 없어. 살려줘!' 낚시하던 물고기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총알처럼 물 밖으로 끌려 나갔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사태에 미끼에 딸린 낚싯대를 따라 자신이 오히려 물 밖으로 낚아채인 것이었다.
♧ 그럴싸한 겉모습만을 보고 헛된 것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때때로 되돌아볼 일입니다. --- p.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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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하는군. 달걀부침이라니.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고작 달걀부침이라니?" 이때 용감한 달걀이 소리쳤다. "우리 함께 도망갑시다." 탈출을 결심한 달걀들은 조심조심 줄지어 찬장을 내려왔다. 그러나 막상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결국 그들은 가장 가까운 문을 향해 열심히 굴러갔지만 가까스로 도달한 문 앞에는 덩치가 산만 한 강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 준비하지 않은 서툰 희망은 달걀처럼 쉽게 깨집니다. --- p.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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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펭귄은 걱정이 되어서 잠도 오지 않았다. 작은 사람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아빠 펭귄이 탁! 무릎을 쳤다. '그렇군, 새장이 마음에 안 드는 게야!' 마음씨 고운 아빠 펭귄은 작은 사람을 새장에서 꺼내 알록달록 더 예쁜 상자로 정성스럽게 옮겨주었다.
♧ 아무리 예쁜 새장이라도 그저 구속일 뿐입니다. 가두지 마세요. 사랑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노래합니다. --- 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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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만나는 별의별 것들 속에 숨겨진 '세상살이에 대한 성찰'
심심했던 흑백의 일상이 총천연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작가는 우리들이 생활하면서 늘 접하고 사용하지만 한번도 소중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평범한 사물들을 놀라운 이야기꾼으로 변신시킨다. '작고 하찮아 보인다고 해서 의미나 역할까지 보잘것없는 것은 아니기에 내 생각이 아닌 사물 자체의 목소리를 듣고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따듯한 시선 속에서 컵, 공, 화분, 전등, 양파, 칫솔, 냉장고 등은 엉뚱생뚱ㆍ엽기발랄ㆍ촌철살인의 수다를 늘어놓는다. 호기심 많은 물고기가 겪었던 성장통에 관한 엉뚱한 상상, 냉장고 선생과 고양이 아가씨의 로맨스를 그린 따듯한 상상, 책 먹는 암소가 과식하는 당신에게 일침을 가하는 발칙한 상상까지, 카스파라비키우스의 상상력은 종횡무진 일상을 누빈다. 작가의 말 : 구박받고 무시당했던 것들에 대한 정중한 사과 책은 대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책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고 상대방의 의견을 묻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라는 것이 워낙 애매모호하다 보니 주위 사물에 빗대어 비유를 많이 합니다. 백합 같은(기품 있는) 자태, 강아지 같은(순한) 눈, (실속 없는) 허수아비 노릇…… 백합이나 강아지나 허수아비는 동의한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나는 사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백합이나 강아지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서 받아 적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듣는 순간 곧바로 '아, 그렇구나' 하고 알아챌 정도로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부끄러운 고백 하나 하겠습니다. 젊은 시절, 나는 화가로서의 나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을 원망했습니다. 내 재능을 빛내주지 않는 환경이 미웠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자주 부러지던 연필을 뚝 뚝 부러뜨려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습니다. '선 하나도 제대로 안 그려지는 연필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 순간 휴지통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눈빛에 담긴 책망과 연민을 보면서, 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괜스레 구박받고 무시당했던 작은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정중한 사과입니다. 나의 엄한 비난을 묵묵히 감내해주는 주위 물건들에 대한 감사의 편지입니다. 《낚시하는 물고기의 상상》의 한국어판 출간에 마음이 설렙니다. 이 작은 책을 통해서 나는 한국을, 여러분은 내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를 잠시나마 떠올리겠지요. 그런 우리의 만남에 놀라고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내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책상 밑에서 졸면서 나와 함께해 준 우리집 강아지 '퓨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