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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 ㅣ 현실 속 정원에서 행복 찾기
프롤로그 ㅣ 정상적인 원예가 나의 정원을 꿈꾸다 모두가 그 집을 알고 있다 잡초 수정주의 유기농 사과는 없다 채소밭 침입자들과의 사투 내 마당에 풀밭이 없는 이유 채소밭과 요리법의 긴밀한 관계 정원사 '크리스토퍼 워큰' 텃밭에 나타난 연쇄 살인마 조각상 따윈 필요 없어 수확의 기쁨, 저장의 고통 밭에 선 실존주의자 64달러 토마토 나의 아름다운 정원 감사의 글 참고 서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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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원예란 피를 보는 스포츠이며, 날씨, 벌레, 사슴, 우드척, 잡초, 적대적인 정원사, 무능한 잡역부, 중년의 신체적 한계와의 끝없는 싸움이다. 무엇보다 이 일은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왜 계속 하냐고?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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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는 본래 경험 지식을 능가하는 낙관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올해에 아무리 흉작이어도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고, 경험은 수치화할 수 있다. 4년 내내 당근에 혹이 생기고 이상한 모양으로 비틀어진 데다 쓴맛까지 났다 해도, 다음 해에 똑같이 혹이 생기고 기형이 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정원 건망증’이라 부르는 증상이 영원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다행히 밭에서는 ‘아, 제발 그만!’이라는 부정적인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나 자신도 끝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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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에서 사투를 벌인 한 남자의 유쾌한 원예 회고록
"원예와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다." _클리프 클레이븐,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 <치어스Cheers> 중에서 미국 정신 의학 연구소에서 기술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윌리엄 알렉산더는, 밭과 과수원은 물론 글쓰기와도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유쾌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덕에 책이 발간되자마자 평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2006년, 북 어워드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만큼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책에 상을 주는 퀼 북 어워드The Quill Book Awards('올해의 데뷔 작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 대체 그의 정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뉴욕 허드슨 밸리에는 낡은 석조 건물이 하나 있다. 지은 지 90년이 지난 오래된 벽돌집 '빅 브라운 하우스Big Brown House'. 좌충우돌 원예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이자 값비싼 대가를 치른 후 얻은 원예 철학이 열매를 맺은 곳이다. 윌리엄 알렉산더 부부가 뉴욕 시 전체를 1년 내내 뒤지고 다닌 끝에 찾아낸 이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완벽한 폐가였음에도 윌리엄 알렉산더는 만만치 않은 재건축 비용을 들여 집을 되살렸다. 결국 빅 브라운 하우스는 그의 가족의 현재와 미래를 영원히 꾸려 갈 운명의 장소가 된다. 윌리엄 알렉산더는 200평방미터 남짓한 크기의 뒷마당에 스물두 개의 채소밭과 과수원을 일군다. 처음에는 평범한 도시민에게 작은 농장이 생긴 것처럼 온갖 기대와 로맨틱한 환상으로 가득했다. 낮에는 울창한 숲 속 같은 정원을 거닐고, 밤에는 반짝반짝 윤이 나는 커피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 환상 말이다. 하지만 작물을 포함해 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원 일의 행복, 즐거움은 결코 쉽게 오지 않았다. 끊임없이 작업 일정을 미루는 조경 전문가는 무책임한 데다 말썽을 일으키고,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잡초는 그야말로 밭의 최강자다. 1만 볼트가 넘는 전기 울타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익은 토마토를 먹기 위해 밭을 헤집고 다니는 우드척은 또 어떤가. 잔디 위에 똥오줌을 잔뜩 싸 놓아 병균을 옮기는 사슴 무리도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쯤 되면 땅을 일구는 건 정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일이 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유머'라는 값진 거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섬세한 필치로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가을날 과육을 듬뿍 머금은 사과나 토마토처럼 싱싱하고 감칠맛 난다. 특히 영특하기 그지없는 짐승들과 벌인 사투는 슬랩스틱 코미디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당연히 저자가 제리보다 항상 한발 늦는 톰이다. 밭의 침입자들과 옥식각신하다 보니 정말 믿기지 않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밭과 과수원의 작물을 몽땅 먹어 치우는 흰꼬리사슴이나 잔디를 온통 누렇게 만드는 잔디나방 애벌레, 사과나무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쐐기벌레와의 에피소드도 웃기지만, 그중 우드척의 만행이 가장 배꼽 빠지는 경우다. 이 녀석은 "리비에라호텔의 브리짓 바르도처럼" 편안히 채소밭을 누비며 배터지게 먹고 산책하고 일광욕을 한다. 게다가 두꺼운 털가죽 때문에 3천 볼트 전기 충격에도 꿈쩍하지 않는 불사조 감각의 소유자다. 윌리엄 알렉산더는 전기 울타리를 지나다가 전기 충격에 몸을 비틀면서도 울타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우드척의 모습을 본 후, 결국 피땀 흘려 키운 토마토로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다. 잡초의 왕성한 활동도 무시하지 못할 존재감을 발휘한다. 손바닥에 동전만 한 물집이 잡히도록 제초기를 들고 밭을 기어 다녀야 그나마 밭의 모양새가 살아났다. 보이면 무조건 뽑는다는 정신으로 잡초와 사투를 벌이는 중, 저자는 삶의 아이러니에 폭소하고 만다. 자신에게는 골칫거리 잡초인 쇠비름이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 주방장에게는 샐러드 재료였던 것이다. *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밭에서 속을 태우는 건 항상 밭을 일구는 자의 몫이다. 현관 밖에는 동네 아이들 대신 사슴 무리가 태연하게 과일을 따 먹기 위해 돌아다니고, 우드척은 뉴욕 지하철이 무색해지는 지하망을 채소밭에 건설한다. 그리고 이들을 간신히 막아 내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등이 굽어라 제초기를 돌려 대야 한다. 그럼에도 왜 흙에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어느 날 우연히 윌리엄 알렉산더는 토마토 한 개를 키우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까라는 의문에 재미 삼아 원가 계산을 해 보았다. 정원 설계부터 기초 공사, 전기 울타리 설치, 잔디깎이 및 원예 서적 구입 등을 감안하자, 결과는 64달러! 그는 토마토 한 상자도 아니고 토마토 한 개를 키우는 데 자그마치 64달러가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지지만, 그래도 결국 행복하다며, 괜찮다며 너털웃음을 친다. 윌리엄 알렉산더는 정원이 바쁜 생활 중 잠시 쉬어가는 소중한 쉼터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나를 무시하며 가르치려 들었고, 위안인 동시에 전쟁터였고, 자존심의 원천인 동시에 좌절의 원천이었으며, 여가 시간을 잡아먹는 하마"라고 말한다. 원예란 전혀 고상한 취미가 아니라 피가 튀는 사투라는 것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체득한 그는, 비록 토마토 한 개를 키우는 데 64달러나 들었지만 그만큼의 행복이 있기에 이 일은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원예란 본래의 경험 지식을 능가하는 낙관론의 승리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흙에 미쳐 흙에서 살았지만, 자연은 적응하는 것이지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와 함께. 이 책은 이 진리를 찾아 떠나는 사려 깊고 신나는 여정이다. 윌리엄 알렉산더가 밭에서 벌이는 사투가 바보 같은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저자 스스로도 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사건에 대해서 자신은 방어전밖에 치를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다. 방어전이 최악의 전투 형태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습관적으로 로또 복권을 사는 것처럼 그는 작은 밭에서 매번 도박을 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올해에는 좀 더 잘 익은 토마토나 신선한 상추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박한 행복을 위한 도박 말이다. 흙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맛 그 자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든다. 엉뚱해서 유쾌하지만 진한 흙냄새가 나는 이 이야기는, 토마토를 보면서 '나도 충분히 키울 수 있어!'라고 자신했던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싶은 격려의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