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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작가한마디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홍어를 흥미롭게 봤어요. 홍어는 존재가 잘 확인되지 않는 방랑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홍어는 제 아버지의 이미지입니다.

金周榮

20대부터 30대까지 16년 동안 엽연초 조합의 4급 주사 경리 직원으로 이름없이 살던 한 남자가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얼마 뒤 그는 소설가로 제 이름을 알리는데, 그가 바로 김주영이다. 『객주』를 통해 ‘길 위의 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활빈도』, 『화척』 등의 대하소설로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우리 시대의 거장 김주영.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탁월하게 재현해내는 작가이다. 1939년 경상북도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1년 단편소설 「휴면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대부터 30대까지 16년 동안 엽연초 조합의 4급 주사 경리 직원으로 이름없이 살던 한 남자가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얼마 뒤 그는 소설가로 제 이름을 알리는데, 그가 바로 김주영이다. 『객주』를 통해 ‘길 위의 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활빈도』, 『화척』 등의 대하소설로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우리 시대의 거장 김주영.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탁월하게 재현해내는 작가이다.

1939년 경상북도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1년 단편소설 「휴면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봉놋방 구석"으로 밀려난 민중 생활의 세부를 풍부한 토속어 문체로 되살려 낸 『객주』는 뛰어난 이야기꾼의 기량이 유감없이 빌휘된 김주영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우리 소설상의 큰 성과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시골 장터를 돌아다니며 화석으로 굳어가는 조선 시대의 언어와 풍속을 발굴하고, 당대의 풍속사를 유장한 서사 형식으로 완벽하게 재현한다. 평론가 황종연은 『객주』를 두고 "신분과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 상인들의 모험은 피카레스크 소설의 코드, 숱하게 많은 모략과 술수의 이야기들은 의협 로맨스의 코드, 저잣거리를 비롯한 사회적 장소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풍속 소설의 코드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객주』는 조선 말기의 특정 집단을 내세워 당대 풍속사를 꼼꼼하게 그려낸 작품일 뿐더러, 더 나아가 제국주의 열강의 경제적 침탈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이루어진 봉권 권력 집단의 와해와 사회 질서의 재편 과정을 실감나게 재현한 작품이다. 『객주』에의 곳곳에는 당대 상업의 현황, 다시 말하면 특권 상업 체제인 시전, 그것과 대립하는 사상 도가와 난전, 전국 각처의 외장, 객주와 여각, 금난전권, 매점 매석, 밀무역, 개항 이후 왜상의 진출 상황 등 조선 말기의 물화의 생산과 유통의 양상이 사실적이며 박물적으로 그려진다.

김주영은 절륜의 술실력으로 유명하다. 노래판이 벌어지면 `개화창가에서 신구잡가, 신체유행가'를 거침없이 부르고 재담 농담에도 능하다. 또한 김주영은 여행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소설에서 번 돈을 모두 여행에 쏫아부었다고 틀린말이 아니다. 작가는 여행할 때 결코 메모를 하지 않는다. 그 공간과 그 나라 터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낄 뿐이기 때문이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빈집』, 『잘 가요 엄마』, 『뜻밖의 生』, 『광덕산 딱새 죽이기』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유주현문학상(1984),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3), 이산문학상(1996), 대산문학상(1998), 무영문학상(2001), 김동리문학상(2002), 은관문화훈장(2007), 인촌상(2011), 김만중문학상(2013), 한국가톨릭문학상(2018), 만해문예대상(2020)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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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8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9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4560867

책 속으로

어머니는 항상 모자라는 일손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이후 모든 가게운영을 어머니 혼자 감당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처지에 있었으면서도 어머니는, 이웃의 남정네들과는 철저한 단절을 두었고, 아낙네들끼리라도 야단스런 교류를 하지 않았다.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는데도 지병 하나쯤은 앓아가며 살아야 하는 것처럼 약도 쓰지 않았다. 소모적인 감정발산을 최대한으로 절제하려는 그 이면에는 남편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모멸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닦달하느는 일만은 매우 따끔한 편이었는데, 그것은 애비 없이 자란 버릇없는 자식이란 평판을 들을까 봐서였다.

--- p.41

어머니는 내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읍내의 그 술집 여자를 만나고 왔다는 것조차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리고 끝내는 아버지를 떠나기 위해 내게서 삼례를 훔쳐간 것이었다.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가장한 어머니의 신발자국은 두 번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결연한 의지를 아버지가 아닌 내게 은밀하게 귀띔한 것이었다.

--- p.293

아버지는 눈의 궁전에서 찾아온 눈의 사자인지도 몰랐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너무나 많은 눈이 내려 있었다.

--- p.292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바로 이튿날, 어머니는 어째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어머니의 가슴속에 6년 동안이나 간직되었던 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아침에 문을 열고 내다보았던 폭설로 말미암아 모두가 허상으로 침몰되어 버린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 p. 293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들은 모든 소유물을 몽땅 가지고 다닌다. 비단과 향수, 그리고 씨앗과 소금, 요강과 유골, 하물며 고통과 증오까지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격정적인 삶으로 그 모든 것이 탕진되는 날, 하나의 무덤이 거친 바람이 흩날리는 초원에 마련될 것이다.

--- 작가의 말중에서

그해 겨울 초입부터 어머니는 가오리연을 만드는 대신 조각보를 짓기 시작했다. 옷이나 버선을 마름질하고 남겨두었던 젖먹이들 손바닥 같은 자투리 천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방 한 켠에 있는 반짇고리에 쌓아두기만 했던 그것들을 뒤적여 이리 붙이고 저리 덧대어 한땀 한땀 촘촘하게 기워 나가는 그 반추의 바느질은, 시간과의 약속을 다툴 수 없는 지루하고 고독한 작업이었다. 한 벌의 삯바느질감이 완성되어 손에서 떨어지는 사이사이에 어머니는 짓다 만 조각보를 꺼내들곤 했었다. 산비탈을 타고 다닥다닥 올려 붙은 다락놀을 연상하게 만드는 그 조각보들은,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어머니의 직선적인 시간들을 나선형의 시간들로 구부려 주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그것은 사람들이 가오리라고 말하기도 하는 홍어(洪魚)였다. 언제나 부엌 문설주에 너부죽하게 꿰어 매달려 연기와 그을음을 뒤집어쓰고 있던 말린 홍어가 보이지 않았다. 하찮은 홍어포 한 마리였지만, 그것이 어머니에겐 내가 열 살 되던 해부터 집을 떠나버린 아버지로 상징될 만한 건어물이었다. 그것이 매달려 있는 자리가 항상 부엌 문설주 였기 때문에 부엌문을 열고 닫는 아침저녁으로 어머니는 좋든 싫든 홍어포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 p. 19

- 나는 어느새 콘도르가 되어 구름낀 밤하늘을 유유히 선회하고 있었다. 내 온몸은 고공의 기류가 뿜어내는 혹한을 막아낼 수 있는 두툼하고 긴 깃털로 촘촘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나는 낮게 드리운 구름을 꿇고 높디높은 하늘 한가운데로 몸을 솟구쳤다.

- 고개를 드는 순간 금방 눈뿌리가 시려왔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마을과 들녘은 온통 눈나라가 되어 있었고, 산기슭의 나무들에는 상고대가 때으르게 핀 목력처럼 흐드러졌다. 뜰과 골목길과 새로 손질한 담장의 이엉위로 눈무더기가 누가 한자루 쏟아 붓고 자취를 감춘 듯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 p.147 ---p.292

출판사 리뷰

<객주>, <활빈도>, <화척> 등 주로 대하드라마를 연출해 온 중견작가 김주영 씨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소설 <홍어>는 작가가 유년기의 추억을 더듬은 자전적인 성장소설로, 가부장제 질서로 표상되는 모순된 사회질서를 거부하고 야성적 생명이 넘쳐흐르는 세계를 찾아 길을 떠나는 겨울새 같은 이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13세 소년을 화자로 내세워 전개되는 이 소설은 흐트러짐 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떠돌이 삼례, 부엌 문설주에 매달린 홍어, 소년이 겨울마다 언덕 위에서 날리던 가오리연, 박꽃같이 소복하게 내리쌓인 하얀 눈으로 뒤덮인 적막한 시골마을 등 아름다운 상징과 이미지들로 채색되고 있어 한폭의 흑백사진을 연상시킨다. 또한 작가 특유의 강인한 호흡에 정밀한 감각적 표현까지 더해져 세련된 장인적 솜씨를 느끼게 하는 문체로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우리는 빛바랜 과거의 조각들을 일순간에 섬광처럼 되살려내는 탁월함을 지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저마다의 아름답고 소중한 과거를 새삼스럽게 반추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순을 앞둔 중견작가가 빛나는 감수성을 되살려낸 <홍어>는 제6회 대산문학상 수상으로 그 문학성을 공인받으며 감각 위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소설풍토에서 소설미학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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