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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영하 30도의 냉동고
요리사, 네스터 채핀치 | 최초의 목격자 | 새벽의 외침 | 점성술사의 예언 | 끔찍한 사고 2부 용의자들: 3월의 어느 여섯 날 첫 번째 날: 네스터와 비밀노트 | 두 번째 날: 카렐과 클로에 | 세 번째 날: 세라핀과 마담 롱스태프 | 네 번째 날: 카를로스와 아델라 | 다섯 번째 날: 안토니오와 텔디 부부 | 여섯 번째 날: 에르네스토와 미스 라모스 3부 마지막 행적: 출발하기 전날 밤 네스터와 카를로스, 그림 속 여자를 만나다 | 클로에, 유령을 마주하다 | 세라핀, 피자를 먹다 | 카렐과 롱스태프, 란체라를 부르다 | 에르네스토와 아델라, 승강기에 갇히다 4부 거울 놀이 릴리스 별장의 파티 | 사람들은 모두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 그리고 만찬이 시작되다 | 닫힌 문과 네 개의 T | 네스터의 시체에 비친 햇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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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분별은 언제나 그의 좌우명이었다. 아니, 어느 누구도 네스터가 알고 있는 사소한 일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요리사 일을 삼십 몇 년간 하다보면 더 이상 놀랄 일은 없기 마련이다. 여러 곳에서 일을 하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네스터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이제껏 그 사실을 이용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뒤에서 들은 것을 남몰래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게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기에 그런 정보를 알기가 쉬웠다. 특히 요리사들은 남의 뒷소문들을 좋아했다.
-위엄 있는 요리사 네스터 --- p.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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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료수를 함께 마셨을 뿐이야, 노라. 난 과일 소다를, 그 친구는 콜라를. 우리가 같이 살았던 행복한 결혼생활을 걸고 맹세할 테니, 당신은 나를 믿어야 하오. 지난 43년 동안 난 새로운 인생을 살았어. 그토록 사랑했던 음악도,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아이들 손가락도 추억하지 않았지. 그때 이후로 난 피아노를 건드리지 않았어. 당신은 내 인생을 바꿔놓았소, 여보. 난 그런 당신을 따랐지. 우리는 우리만의 어른스러운 세상에서 아주 안전하게 살았어. 노라, 성인 남자가 플란넬 반바지를 입은 스포츠머리 소년과 우연이라도 마주칠 기회를 주지 않는 그런 세상에서 말이야.
-존경받는 판사 세라핀 --- p.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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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동자는 어느 정도 멍한 상태로 보였다. 심지어 지금 꺼져가는 성냥 불빛 아래에서도 그 눈에서 의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그녀의 동생이 지옥 같았을 3층에서 뛰어내려 베란다 포석에 축 늘어져 쓰러져 있는 시선을 발견했을 때처럼. 그녀의 비틀어진 시신은 터무니없게도 의문 부호 같은 형태로 보였다. 그 시신이 아델라의 동생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하는 동안, 그 의문 부호 같은 시신 밑에서는 검은 얼룩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들 중 두 명에 대한 뒤늦은 복수였다, 불성실한 남편과 언니에 대한. 자살이 남긴 핏자국은 너무 진했다. 물을 부어도 완전하게 씻기지 않았다.
-우아한 귀족부인 아델라 --- p.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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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욕망을 간직한 사람들의 위험천만한 가면놀이
뛰어난 심리 서사로 파헤쳐낸 스페인 상류사회의 부패와 위선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3월의 어느 날. 시골 파티에서 출장 요리를 나온 네스터를 마주친 사람들은 일순 긴장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네스터는 그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네스터 채핀치. 그는 뾰족한 금빛 콧수염을 한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혼혈로, 유명한 요리사이자 패스트리 장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사로잡힌 것은 미각을 자극하는 훌륭한 손맛이 아니라, 그만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사사롭지만 치명적인 비밀이었다. 네스터는 지난 수십 년 간 출장요리를 다니면서 아무도 모르는, 무수한 사람들의 비밀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군부와의 은밀한 하룻밤 거래를 통해 큰돈을 모은 별장 주인 에르네스토. 그는 지금 상류계급에 진입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20년 전의 그 거래로 수많은 무고한 정치범들이 희생당한 사실을 알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죄를 고백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 가지, 그 일을 요리사가 알고 있다는 게 문제다. 모범적이며 우아한 부잣집의 안주인인 에르네스토의 부인 아델라. 남편과는 무늬만 금슬 좋은 부부이지만 그것이 상류층 생활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 인생의 유일한 오점을 알고 있는 자가 나타났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20년 전 그 사건, 동생의 남편과 바람을 피운 덕분에 결국 그녀를 투신자살로 몰고 간 현장에 있었던 요리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서 파티가 끝나길 기다린다. 네스터와 둘만의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아델라의 친구로 참석한 세라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스포츠머리를 하고 다닐 정도로 세련되고 정갈한 남자다. 하지만 파티장에서 네스터를 발견한 순간 그만 소다수를 바지에 쏟고 말았다. 40년간 억눌러온 동성애적 성향을 끝내 참지 못하고 찾은 게이 바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기 때문이다. 하필 네스터를 거기서 만나다니, 그를 믿기에 네스터의 콧수염은 어쩐지 너무 음흉해 보였다. 작가 카르멘 포사다스는 추리소설의 치밀한 플롯 안에,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가면놀이를 절묘하게 끼워 넣어 이야기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또한 등장인물의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로 스페인 상류사회의 부패와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저마다 고고한 자기만의 가면을 쓰고 살았던 그들에게 네스터라는 천한 요리사는 눈엣가시이다. 사회적 성공과 명예, 부를 지키기 위해 수십 년간 감춰온 욕망의 이면을 들켜버린 이들에게 사람들로 북적이는 화려한 파티 현장은 시장통의 단두대 형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서 연회가 끝나고 네스터의 방으로 달려가서 그의 입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려 찾은 그의 방에 네스터의 흔적은 없다. 그 시각 모두의 비밀을 안고 있던 요리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폐쇄된 냉동고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모두가 잠든 시각에 홀로 냉동고의 문을 두드려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에서 사용된, 외딴 공간에 모인 비밀을 간직한 용의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라는 플롯은 애거서 크리스티식 추리에 대한 절묘한 오마주라 할 만하다.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룬 인간이 느끼는 허무의 페이소스는 한편의 매혹적인 셰익스피어 비극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범인을 잡는 탐정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의 예상에서 가장 벗어난 사람이 범인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은 모든 훌륭한 추리소설이 그렇듯,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