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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끝내주는 학교로 전학 왔습니다
2장 내 스트레스는 내가 알아서 합니다 3장 아픕니다 4장 당신의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5장 나는 정의롭지 않습니다, 다만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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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SC? 그게 뭐야?”
“우수고등학교 스트레스클리닉!” “엥?” 범석이 아니라 내가 낸 소리였다.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명성을 바라보았다. 명성은 보란 듯이 팔짱을 끼었다. 잘생기고 키도 훤칠해서 그런 자세가 멋지게 보였다. 당당하기도 했다. 문제는. “SC는 이 똥통 학교를 다니느라 스트레스가 쌓인 학생들을 위해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는 활동을 한다. 주된 활동은 바로 너희 같은 놈들을 혼내 주는 거지! 스트레스 쫙 풀리거든! 카하하하!” ……이거 분명히 제정신이 아니다. --- p.34~35 “우리와 함께하자. 네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학생들의 스트레스도 풀어 주는 거야. 어때?” 나는 세 사람을 죽 둘러보았다. 명성과 종태는 웃음을 머금은 채, 소피아는 냉랭한 표정으로 내게 시선을 고정해 두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모두 멀쩡한 애들 같다. 생긴 게 튀는 애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똥통에 빠져 있는 똥덩어리 같지는 않았다. 겉보기에는 말이다. --- p.53 “나하고 같네.” “그래, 너도 요즘 애들 같지 않아. 별나. 무지하게 별나. 그리고.” 소피아가 또 시선을 던져왔다. 이번에는 째려보는 게 아니라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는 시선이었다. “무지하게 독종이지.” 많이 들어 본 소리였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는 너도 만만치 않아.” “난 독종 아니야. 이래 봬도 눈물 많고 마음 약한 애야. 천생 여자야.” 켁. 이 계집애가 아까부터 농담을 하는 건지 헛소리를 하는 건지. --- p.139 “지금 우리가 하려는 짓도 더러운 짓이다. 정의가 아니야. 그냥 폭력일 뿐이지. 우리는 결코 정의의 영웅이 아니다. 정의가 뭔지도 몰라. 하지만 이건 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해야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거. 정당한 스트레스라면 참고 견뎌야겠지. 근데 너는 그런 게 아니거든. 우리는 너처럼 부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놈을 그냥 놔두지 않아. 우리는 SC다. 변변찮은 놈들이지만 부당한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맞설 줄 안다는 것 하나만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놈들이지.” --- p.248~249 앞장서는 명성과 주석은 기가 막히게 잘 싸웠다. 통통 튀는 듯한 스텝으로 상대방의 주먹을 흘려 버리고 스트레이트와 훅을 연달아 날렸다. 한 놈이 쓰러지는 데 오 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떤 놈이든 그들에게 걸리면 두 대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무릎이 꺾였다. 초보의 솜씨가 아니었다. 둘 다 권투 선수 출신이 분명했다. 종태는 그들처럼 날렵하지도 기술이 있지도 않았지만 그 대신 덩치에 걸맞은 괴력을 과시했다.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도 않고 그냥 맞아 준 다음, 때린 놈을 덥석 들어서 다른 놈에게 던졌다. 무슨 짐짝을 부리는 것 같다. --- p.250 “너희는 왜 화내지 않는 거야?” 다시 한 번 말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부르짖었다. “왜 화내지 않느냐고! 화가 나지 않아? 왜 화를 안 내! 도대체 너희는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 p.287~2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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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김근우가 선보이는 새로운 감각의 청소년 소설
김근우의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은 나무옆의자 청소년문학 시리즈 〈소설BLUE〉의 네 번째 작품이자, 2015년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로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의 최신작이다. 불꽃의 전학생 같은 냄새를 풀풀 풍기며 ‘똥통’ 우수고로 전학 온 명문 외고 출신의 문제아 오자서와,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학내 스트레스의 제거를 위해 우수고 학생들 스스로 결성한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OHSC)'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렸다.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은 일찍이 『바람의 마도사』, 『흑기사』, 『위령』, 『피리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장르문학계에서 활약한 작가의 흡입력 있는 필치가 십분 발휘된 소설로, 강렬한 캐릭터와 재치 넘치는 묘사, 힘 있는 서사와 속도감 있는 문체가 어우러져 청소년 독자는 물론 일반 성인 독자들까지 아우르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학교 안에서 생기는 스트레스, 어른들이 해결 못 하겠다면 우리가 하는 수밖에 개성적인 캐릭터와 경쾌한 호흡, 만화적 서사가 돋보이는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은 학원 청춘물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결코 가볍지 않은 태도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학교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부당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스트레스클리닉(SC)의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학생들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조직(서클)이라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장식하는 학교 내 사건 사고에 대해 전시 행정, 탁상공론으로 일관하면서도 학생들을 향한 통제욕만은 포기하려 들지 않는 기성세대와 제도들, 그 무능함에 대한 불신과 반발이 ‘SC’라는 다소 풍자적이면서 이상화된 형태의 집단을 탄생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몰이해와 엄격한 관료주의가 아이들의 세계에 비극으로 작용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작가로 하여금 일종의 대안으로서 SC라는 ‘조롱하는 집단’을 고안하게 만든 것이다. SC는 일견 학생들이 만든 자경단처럼 보이지만 자경단 특유의 도덕적 딜레마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고려되지 않았다기보다는 ‘정의를 지킨다’는 등의 거창한 목적에 SC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거론되는 문제들의 제거를 위해 활동하는 그들은 외부적으로는 사명감이나 의무감 또는 복수심 따위의 비장한 감정적 요소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도 철저한 수평 관계의 탈권위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SC는 다만 ‘스트레스클리닉’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김근우가 제시하는 청소년 소설의 미래 만화적인 감각마저 엿보이는 소설로서의 재미는 물론, 진중하고 철학적인 테마를 부여해 본격문학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작가 김근우의 솜씨는 어른들의 시선에서 ‘가르치기 위해’ 쓰인 청소년 소설이 아닌, 청소년들이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청소년 소설’로서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오자서와 SC의 만남이 앞으로 ‘SC 시리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펼쳐질 그들의 활약상을 한층 기대하게 만드는 것처럼 작가가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을 통해 보여준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모델이 과연 한국 청소년문학계에 어떤 신선한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