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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니를 찾아 삼만 리
2. 등 뒤의 세상 - 바람결 머릿결 1 3. 꿈 안으로 깨는 꿈 - 바람결 머릿결 2 4. 바람결 머릿결 - 바람결 머릿결 3 5. 친구가 있는 초상화 - 집 1 6. 스승이 있는 초상화 - 집 2 7. 꽃철에 보내는 팩스 - 집 3 8. 사랑의 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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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철에 보내는 팩스』는 작가 김지원이 이상문학상 수상 이후 5년 만에 펴낸 신작 소설집이다. 미발표 신작 「어머니를 찾아 삼만 리」를 비롯한 8편의 중단편소설을 한데 묶은 이 소설집은 사랑과 생명을 주제로 하는 김지원 작품세계의 정수로 평가받을 만하다. '97 이상문학상 수상작 「사랑의 예감」이 일상의 구속과 시간적 제약을 초월하는 영원한 '사랑'의 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 이 소설집은 그 연장선상에서 작가가 윤회 사상에 바탕을 둔 '모성적 구원'의 세계에 눈뜨게 되는 눈부신 개화開花의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소설집의 프롤로그이자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어머니를 찾아 삼만 리」는 그러한 작가 의식이 빚어낸 작품이다. 1900년 유럽에서 시작되어 2002년 한국으로 끝나는 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시공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플롯을 통해 존재의 기원인 '우주적 자궁'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제공한다. 이 같은 '환상성'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며 주제를 나타내는 중요한 계기로서 작용하고 있다. 삶이란 우울하고 소란스럽고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라는 것, 그러나 사실 우리는 꿈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속에 살고 있다는 것, 그 꿈과 현실의 두 세계를 연결시키는 통로 속으로 들어설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찾는 모험이 시작된다는 것. 작가는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케 하는 환상적 에피소드들을 통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무미 건조한 일상으로부터의 한 가닥 출구를 열어 보인다. 고독한 예술가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고아 출신 여자가 안식의 '집'을 찾아 떠도는 이야기인 <바람결 머릿결> 연작 3편과 사소하고 번잡스러운 일상적 현실에서 벗어나 근원적 삶의 진실에 대해 깨달아가는 여자의 우주적 '눈뜸'을 그린 <집> 연작 3편 역시 궁극적으로 모성적 구원의 세계를 그 테마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드러냄의 방식은 「어머니를 찾아 삼만 리」와는 사뭇 다르게 표출된다. 이들 소설에서 작중인물들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현실의 풍경이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세세히 묘사되고 있는 현실의 풍경은, 그러나 단순히 외부적 배경으로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연 묘사와 건조하고 삭막한 일상의 사실적 서술을 교차시킴으로써, 우리의 일상 한복판에 부비트랩처럼 잠재되어 있는 갈등과 분열의 징후들을 은근히 내비친다. 그리고 그 미세한 파동에 따라 흔들리며 움직여가는 마음의 결들을 섬세한 필치로 돋을새김해낸다. 어떤 각성의 순간들이 섬광처럼 문득 주인공들을 스치며 지나가고, 그 속에서 존재의 뿌리를 찾아나가는 여정은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김지원 소설에 흔히 나타나는, 일관된 시간 구조나 논리로부터 일탈된 파편화되고 비논리적인 구조들은 그렇듯 순간순간 스쳐 가는 풍경들과 마음의 움직임을 잡아내고자 하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사실적인 서술과 신비롭고 주관적인 시적 묘사가 뒤섞이는 작가의 문체는 이로써 과도한 낭만성이나 감상성의 유혹을 극복하며 특유의 내면적 리얼리티를 확보하게 된다. 존재의 뿌리를 잃고 '집'(존재의 안식처)과 '이름'(존재의 의미)을 찾아 떠도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소설집은 생명과 영혼의 순환이라는 윤회 사상에 기대어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해답을 구하고 있다. 「스승이 있는 초상화」「꽃철에 보내는 팩스」에서 여주인공 송자의 정신적 스승으로 나오는 상 선생과 수빈-강운 부부, '이름'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강 선생 등은 그러한 작가 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어머니를 찾아 삼만 리」에서 1900년 여주인공의 영혼이 시간의 문을 넘어 2000년 한국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환상적 결말 또한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소설집의 발신지가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 9·11 테러로 상징되는 첨예한 현실 질서의 각축장 뉴욕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현재 뉴욕에 거주중인 작가는 이 '꽃철에 보내는 팩스'를 통해 현대 세계의 반목과 불화와 갈등을 녹여내고 치유하는 근원적 힘의 존재에 대해 들려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이 봄, 죽음과 상처의 그림자를 밀어내는 '모성적 신비'와 '사랑의 힘'에 대한 예찬을 흠뻑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