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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_05
공지영_나의 치유자, 나의 연인 그리고 나의 아이들_14 구효서_꾸준히 꾸물거리다_26 권여선_용서를 비는 글_40 권지예_운명적 짝사랑, 소설을 향한 집념_50 김경욱_아버지의 무릎_70 김 숨_ㅇ, ㅊ, ㅁ 18번지 그리고 ㅅ_78 김애란_카드놀이_86 김연수_이 세상 그 누구도 대신 써주지 않는 15매_100 김영하_나쁜 버릇_116 김지원_‘소설 나부랭이’를 읽으며 시작된 작가의 길_140 박민규_자서전은 얼어 죽을_152 박상우_내 영혼의 아라베스크_166 손홍규_절망한 사람_178 신경숙_‘문학’은 생의 불빛_194 윤대녕_문학으로 가는 길을 찾기까지_210 윤이형_다시 쓰는 사람_222 윤후명_‘나’를 찾아 헤매 온 길_240 전경린_쓴다는 것의 현재성이 나를 구한다_256 정미경_영원을 꿈꾸는 나의 노래여_266 최수철_언어와 글쓰기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모색_282 최 윤_먼 우회 끝에 찾은 나 자신과 소설_292 편혜영_타인의 삶_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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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행복하다. 아니, 글을 쓰는 한 나는 최소한 불행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글은 내 소녀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내 스승이고 내 친구이며 고해신부이고 치유자이며 내 연인, 그리고 내 아이들이다. --- p.25
나는 오늘도 그곳으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소설이라는 기묘한 물고기가 걸려오기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 p.84 ‘학부모 편지’라도 한번 쓰려면 끙끙대며 골치를 앓는 이들이지만, 살면서 내가 처음 한 말 그리고 평생 쓸 말을 가르쳐준 이들이 바로 내 부모였기 때문이다. --- p.95 지금 나는 다시 십 년 뒤의 일들을 생각하는데, 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할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자명한 유일한 사실은 그때도 소설을 쓰고 있으리라는 점이다. --- p.112 문득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내가 시작된 공간, 내가 머물렀던 공간, 그리고 내가 돌아가야 할 공간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어머니는 현재 평택의 한 요양원에 계신다. --- p.164 사실 나는 절망을 말하고 싶다. 절망한 사람을 말하고 싶다. 절망한 사람 가운데 정말 절망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를 말하고 싶다. --- p.187 그래서 간혹 누군가 본인은 어느 작품이 마음에 드느냐? 물어오면 뭐라고 말을 못 하겠어서 그 작품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겠지요, 하고 만다. --- p.209 그러므로 사랑할 때는 오직 사랑에 몰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것이 혹은 헛된 일이라도, 나중에 가서 나를 구하고 또한 아픈 너를 함께 구하는 일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 p.221 다음번에 나의 ‘역사’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아무리 하찮아 보이더라도 내가 지나온 나 자신의 시간들을 최대한 정직하게 다시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결과물이 이 글이다. --- p.238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선언이 신의 영원성에 대한 선언이듯, 언어 외엔 도구가 없는 문학만이 영원과 겨룰 수 있지 않을까. --- p.281 어느새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나는 소설을 쓰고 있었고, 먼 우회 끝에 나를 되찾으면서 가히 행복했다. --- p.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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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야 할 때 외에는 말하지 말라.
써야 할 때 외에는 쓰지 말라. 너는 작가다. 써야 할 때 외에는 결코 써서는 안 된다.” 한국문학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상문학상은 해마다 신년 벽두에 수상작을 발표한다. 그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수상 소감’과 함께 ‘문학적 자서전’을 발표하는데, 이 ‘문학적 자서전’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독자들에게 여과 없이 말해주는 일종의 자기 고백이다.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작가들이 감정의 심연까지 드러내는 이 특이한 글쓰기가 유별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라도 말해주고 싶은 작가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은 글이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숨김없는 내면의 고백을 읽고 있으면,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어떻게 소설가로 출발하게 되었을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어떤 책을 읽었을까?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을까? 등등 작가에 대해 막연히 품고 있었던 호기심이 절로 풀린다. 또한 아하, 이분은 이렇게 글 솜씨를 갈고 닦았구나. 아하, 또 이분은 이런 삶의 고통을 글로 승화시켰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감동하게 된다. 작가들이 살아온 저마다의 이력을 보며 감동하는 이유는 이처럼 한 사람의 작가에 대해 알아보려고 기대했던 것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인간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아무 일 없다는 듯 툭툭 바지를 터는 것 같은 소박함에서부터 한 자리에서 봄과 겨울을 동시에 겪으며 살아가는 일상의 희망과 아픔까지, 한 사람의 작가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삶을 사는 한 사람의 인간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시대 최고 작가들의 이야기가 다정하고 소담하게 담겨 있다. 가나다순으로 수록한 작가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제각각의 세계관과 함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살며시 미소 짓게 하는 사연부터 울컥 치미는 슬픔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상처와 아픔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따스하고 잔잔한 시선으로 전한다. 그립고도 소중한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오래전 내 꿈은 소설가였고 지금 나는 소설가인데 여전히 내 꿈은 소설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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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누구에게라도 말해주고 싶은…… 작가는 여간해서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만 말한다. 작품만이 작가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쓰는 일이 작가의 일이고 쓰지 못한다면 작가일 수가 없다. 어디선가 읽었던 톨스토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말해야 할 때 외에는 말하지 말라. 써야 할 때 외에는 쓰지 말라. 너는 작가다. 써야 할 때 외에는 결코 써서는 안 된다.” 여기서 ‘써야 할 때’란 작품을 써야 할 때를 말한다. 이번에 문학사상이 엮어내는 이 책은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은 자가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다. - 권영민 (문학평론가, ‘책머리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