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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미르 1: 단팥빵 찾을 때는 단팥빵만 생각하는 거야 정길 1: 자미자미 오 테 경희 1: 그러다가 빵을 만난 거야 미르 2: 로이, 윤중업, 윤정길, 그리고 우당 정길 2: 그러니 제발 세상으로 나오세요 경희 2: 빵한테 고백을 받았지 뭐냐 미르 3: 아닌 건 아닌 거다 경희 3: 첫사랑과 결혼하는 사람 봤니? 정길 3: 호밀빵 할머니가 뭐랬냐면요 미르 4: 혼자 가슴에 품고 가야만 하는 촛불 같은 것 정길 4: 오랜 사랑과 기다림을 인정할 차례예요 경희 4: 나보다 빵이 더 좋아? 미르 5: 아침깜짝물결무늬풍뎅이가 있었죠 정길 5: 정말 맛있구나 경희 5: 이제 너에게 고백하마 미르 6: 그와 함께 안동 가는 날 |
具孝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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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엄마가 미르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죽어도 그걸 먹고 죽어야겠다고 말했다. 단팥빵을.
“먹으면 되지.” 미르가 말했고, “그냥 그런 빵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 단팥빵.” 엄마가 말했다. --- p.12 중에서 “전설은 10년째 은둔 중이십니다. 저는 그분의 제자고요. 우리는 우당의 조속한 복귀와 단팥빵의 부활을 기다립니다.” “10년이라잖아.” 미르는 엄마의 팔을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가자.” 엄마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무개제과점 안에서 아주 작은 할머니 한 분이 타원형의 커다란 호밀빵을 안고 나왔다. “전설이 다시 돌아와 만들기 전에는 단팥빵을 안 만들겠단 거군요.” “정확하게 이해하셨습니다.” --- p.34 중에서 그러다가 빵을 만난 거야. 빵은 물론 먹는 빵을 말하는 거지만, 빵 가져다주는 학생의 별명이기도 했어. 다른 친구들에게 그를 칭할 때 내가 몰래 썼던 호칭이어서 그는 내가 자기를 빵이라고 부른다는 걸 몰랐지. 그를 빵이라고 했다니까 은근 무시했다는 느낌이 드니? 그런 건 아니었어. 무엇보다도 내가 그 빵을 무지 좋아했으니까. 그가 가져다주는 빵. (……) 궁금하지?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말하면 너는 알 수 있게 될까. 내가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빵만 답삭답삭 받아먹었던 이유를. --- p.123~126 중에서 “몬티주마에서 그 빵 맛있었는데. 꾹빵.” “베링 해협의 맛이었지.” “해협의…… 맛?” (……) “그런 거라든가, 아니면 60년 전의 알이 부화해서 어느 날 아침 깊은 나이테를 뚫고 툭 튀어나오는 풍뎅이 이야기라든가.” “사각사각 뿅 툭.” “응. 사각사각 뿅 툭의 맛. 100년 만에 핀다는 유카꽃의 맛. 그런 것. 시간의 맛. (……) 맛이란 그런 거 아닐까. 식재료도 식재료지만 기다림의 맛이란 것도 있을 테니까.” --- p.214~215 중에서 “누구보다도 너는, 이기적인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어. 꼭 필요한. 그게 미안하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어. 어느새 입은 다물었지만, 내게 결혼할 상대가 열네 살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사실과 곧 해외로 떠난다는 말까지 한꺼번에 들었으니 충격이 컸겠지. 게다가 군 입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염치도 없이 그토록이나 오랫동안 너에게 단팥빵을 얻어먹은 이유를 끝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거, 그래서 몰랐던 거, 미안해.” --- p.237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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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지워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
어긋나고 어긋남으로써 다시 만나는, 기다림의 맛을 더한 인연들 미국 애리조나에서 단둘이 살아가던 미르와 경희 모녀가 한국 땅을 밟은 이유는 단 하나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단팥빵을 먹기 위해. 다소 엉뚱한 이유로 30여 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경희와 생애 처음 입국한 미르는 경희의 기억 속 단팥빵 맛을 찾기 위해 전국 순례를 시작한다. 대전, 대구, 부산, 전주를 오르내리며 단팥빵 순례를 하던 모녀가 이윽고 다다른 곳은 목포. ‘전설의 단팥빵’을 맛보겠다는 기대를 안고 찾아왔지만 정작 전설의 빵은 제빵사가 세상으로부터 자취를 감춰 언제 다시 부활할지 모르는 영구결번 상태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 경희를 위해 미르는 잠시 목포에 머물며 전설의 제빵사를 찾기 시작하고, 이윽고 자신이 몇 년 전 미국에서 출장 가이드를 해 준 문화 칼럼니스트 중업이 바로 전설의 제빵사 정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르는 정길과 만나 그를 세상으로 다시 내보낼 수 있을지 가늠해 보지만, 정길은 미르의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고 그저 몇 년간 잊지 못한 미르와 재회한 것이 믿기지 않아 설레일 뿐이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동안 시간은 경희를 따라 30여 년을 뛰어넘기도, 미르와 정길을 따라 5년 또는 60년, 또는 몇만 년을 넘나들기도 한다. 대학생 시절 자신에게 매일 빵을 가져다주던 남학생과의 인연을 회상하는 경희, 함께 방문한 인디언 마을에서 맛본 꾹빵과 마을 사람에게 들은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긴 시간을 넘나드는 맛과 향을 느끼는 미르와 정길의 모습은 어긋나고 스치더라도 결국 다시 만나는, 기다림의 맛을 더한 인연과 그리움을 전달한다. 세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차례차례 풀리는 이야기는 미르가 잠시 일하고 정길이 자취를 감춘 나무개제과점의 친근한 이웃들과 함께 한 편의 현대적인 동화를 형성한다. 작고한 남편이 남긴 오래된 단팥빵 봉지를 발견하고 제과점을 방문하지만 단팥빵이 영구결번된 탓에 매일 호밀빵만 사 가는 ‘호밀빵 할머니’, 스승을 기다리며 제과점 앞 나무벤치에서 플랭크 운동을 하는 ‘베이커 백’ 등 나무개제과점 이웃들의 모습은 단팥빵 전설에 신비함과 더불어 친근한 온기를 더한다. 빵이 너무 좋아 눈치가 보이는 작가의 진심 가득한 힐링 소설 요요요요, 빵 먹듯 이어 가고 싶은 따뜻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 구효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빵이 너무 좋아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고백하며 ‘요요요요, 빵 먹듯’ 작품을 써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등단 이래 묵직하고 깊은 작품들을 선보여 온 작가가 새로운 필치로 산뜻하게 선사하는 소설 《빵 좋아하세요?》는 말 그대로 독자에게 “저어, 혹시 빵 좋아하세요?”라고 묻듯 친근하게 슬쩍 다가온다. 빵 향기 속에서 익어 가는 동화 같은 단팥빵 전설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당장 빵 사러 나가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세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에 다시 한번 마음 한켠이 따듯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