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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대문
양장
최윤
현대문학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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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책소개

목차

파랑대문 009
작품해설 190
작가의 말 210

저자 소개 1

崔允, 최현무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발표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수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최근에는 소설집 『동행』(2020), 장편소설 『파랑대문』(2019), 산문집 『사막아, 사슴아』(2023)를 펴냈다. 1992년 「회색 눈사람」으로 동인문학상을, 1994년 「하나코는 없다」로 이상문학상을, 2000년 「소유의 문법」으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작품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튀르키예어, 일본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발표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수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최근에는 소설집 『동행』(2020), 장편소설 『파랑대문』(2019), 산문집 『사막아, 사슴아』(2023)를 펴냈다. 1992년 「회색 눈사람」으로 동인문학상을, 1994년 「하나코는 없다」로 이상문학상을, 2000년 「소유의 문법」으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작품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튀르키예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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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96g | 110*190*22mm
ISBN13
9788972759980

책 속으로

결국 S를 피해 여기까지 왔다. 단순한 이름 이상의 S!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많은 것, 생각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모든 것을 넣어두는 문 닫힌 골방 같은 것? 무엇이건 그 골방에서 찾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지지 않는 꿈속의 미로 같은 것. 그 문을 열기만 하면 기억의 잡동사니 사이에서 무언가 실마리가 찾아질지도 모르지만 골방 앞을 매일 외면하고 지나간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나올까봐 다가가기 두려운 그 문.
--- p.64

어릴 적 우리는 구름샘 마을의 3형제, 그 이상이었다. 자라면서 친구가 되었고 나와 그녀는 성인 문턱에서 결혼했다. 우리에게는 연애의 과정이 없었다. 그녀와 S 사이에는 간단히 요약할 수 없는 역사가 있다. 나와 S 사이에도 많은 상처를 남긴 가족사가 있다. 어느 집엔들, 어떤 가족 사이엔들 전쟁이 없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결과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와 S의 사이에는, 나와 S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놓이게 되었다. 누구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말자. 우리 각자의 실수가 모여 우리의 운명을 만들었다.
--- p.68~.69

트럭에 대강 짐을 챙겨 야반도주해 큰아버지네 마당에 도착한 날 아침을 나는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다. 짐 사이에 끼어 누나 옆에서 잠을 깨니 생소한 곳에 와 있었다. 스산한 아침, 겨우 눈을 떴을 때 눈에 들어온 굳게 잡은 작고 통통한 두 개의 손. 잡은 손에서 갈라지는 두 가지를 따라가 보니 이쪽저쪽에 두 얼굴이 있었다. 미소를 띠고 사촌을 맞기 위해 달려 나온 한 소년. 그 소년의 손을 힘주어 잡고 새로운 마을 식구가 될 트럭 위의 소년을 큰 눈망울로 집중해서 바라보던 한 소녀. 선잠에서 깨어 투정할 나이 일곱 살 때였다.
--- p.96

사실은 우리 이리로 도망 왔어. 대안이 없어서. 너도 눈치챘겠지만 아기가 죽었어. 10년 만에 생겼는데 말이야. 다시 뺏긴 거야. 당연해. 우리는 둘 다 자격이 없었거든. 아기를 잃고 난 다음에야 알았어. 그런데 대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네가 알다시피 시작이 잘못되었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겠어. 그게 다가 아니거든…….
--- p.118

S가 건사하는 부친의 유업은 번창했다. 그의 말더듬증이 비결인 듯, 주변에는 속이는 사람 못지않게 그를 돕는 사람들이 있었다. 말을 잃은 대신 새로운 재능을 부여받은 것 같았다. 그의 소유가 된 물려받은 땅만은 유독 값이 치솟아, 건축업을 하던 지향이네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 전원주택 단지를 짓게 되었다. 대성공이었다. S는 그중의 한 채를 우리들을 위해 남겨두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집 이름을 지었다. ‘파랑대문 집’.
--- p.123

이것을 내가 너희 둘에게 전할 때가 언제가 될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이 녹음 파일이 네게 먼저 도착할지 내가 그 전에 네 앞에 나타날지 그건 잘 모르겠어. 그 전에 내가 이 파일을 모두 삭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볼 수 있겠지. 나는 가끔 이 파일을 듣고 있을 너와 상미를 생각해. 그러나 아무것도 상상할 수가 없어. 너, S의 얼굴도, 상미의 얼굴도 떠오르지가 않아. 블랙아웃이야.
--- p.146쪽

“너와 약속한 것 이제 실행하려고 해.”
걸으면서 나는 소리 내어 그 문장을 발음해본다. 천천히, 외국어를 처음 배운 사람처럼 어색하게. 그래 이 문장은 내게는 외국어다. 외국어처럼 반복해본다. 우선 상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 상미가 요청한 단 하나의 결혼 조건은 내가 S에게 가서 모든 것을 고백하고 용서를 얻어오라는 것이었다.
--- p.165~166

“성호야 나는 고향에 가도 갈 데가 없어. 아니지 누구네 집에나 갈 수 있지만 그래도 그건 좀 그렇잖아.”
애를 셋이나 키우다 보니 성호에게는 자면서 듣는 기술이 생긴 모양이다. 그는 조금도 창피해하거나 미안한 기색도 없이 부스스 깨어나 대답했다. 마치 자기 집이니 가라는 듯이.
“뭐 걱정이야. 파랑대문 집에 가면 되잖아.”

--- p.186

출판사 리뷰

구름샘 마을의 나와 S, 상미는 친구로 자랐다. 상미와 S 사이에는 요약할 수 없는 과거가 있었고, 나와 S 사이에도 많은 상처를 남긴 가족사가 있었지만 이 모두를 뒤로하고 상미와 나는 성인의 문턱에서 결혼했다.

나와 상미는 결혼 후 연고 없는 프랑스로 갔다. 결혼 10년 만에 아이가 생겼지만 내가 출장으로 집을 비운 어느 날 상미의 불의의 사고로 뱃속의 아이를 잃었다. 사고가 일어나던 그날 S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나는 상미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사고 이후 다시 쫓기듯 그곳을 떠나 우리는 한 마을에 정착했고 거기에 작은 화방을 열었다. 오랜만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 덕에 잠시 활기가 생기기도 했지만 우리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의 회복은 불가했다. S를 빼고는 설명되지 않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큰아버지를 배신한 아버지, 그리고 그 배신을 방조하거나 혹은 도운 나, 무엇보다 상미를 차지한 나는 S에게 씻을 수 없는 죄가 있었고, 상미는 나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그 모든 것을 S에게 고백하고 용서 받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는 결혼생활 내내 상미 앞에 떳떳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탓에 S를 그리워할 수도, 궁금해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 행복의 모든 것이었던 파랑대문 집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점점 말을 잃어갔다.

부채의식 속에 살아가던 나는 결국 모든 것을 S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고, 하루하루 그날의 이야기를 USB에 담았다. 늦은 고백을 통해서라도 진정한 자유를 얻기로 한 것이었다. 상미는 홀연 한국으로 떠나버린 내가 남긴 녹음 파일을 들으며 여전한 그녀의 일상을 이어갔다. 연극 무대를 준비하기도 하고, 말을 잃은 성호의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억누르고 참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비로소 하기 시작한다.

“말할 수 없었던 말들이 말해진 뒤, 참회와 속죄가 이루어진 이후의 삶에는 무엇이 남겨질까. 이미 누군가 사라진 자리에, 어떤 언어와 시간들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파랑대문』은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고백으로 그 마지막 이야기를 이어간다. (……) 그러니까 최윤의 ‘침묵’은 형언하지 못하는 날들의 절망뿐만 아니라 오직 언어로만 다시 가능할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감내하는 안간힘의 시간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 시간들이 고이 고였다 흘러내리는 자리에 마법처럼 눈물이 흐를 수 있기를.”(임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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