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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이
주절주절 식물원 | 아이 러브 티비 | 비포 애프터 | 배트맨 앤 로빈 | 시시티브이는 쉬쉬, 한다 김도언 극장 안의 관객과 극장 밖의 관객 | 여름 노래 | 불안의 우주 | 풍문 | 질투심 김태용 비 시 | 자연 | 누운 책 | 여름날저녁미친사랑의노래 | 돌아와 문형렬 무기여 잘 가거라 | 경주분황사모전석탑 | 쇠별꽃 앞에서 | 아주 키 작은 나무 | 12월에 쓰는 편지 서하진 어머니 | 세 자매 | 김밥 마는 오후 | 찜질방에서 은미희 별리 | 폭염주의보 | 이상 기온 | 사하라 | 슬픔을 모르는 시계 이만교 미래의 노인들을 위하여 | 폐가 | 천사의 그네 | 물고기가 들어 있는 겨울 방학 | 노래 이명랑 턱수염 도마뱀 | 턱수염 도마뱀 | 소금 | (밧줄)과 (의자) | 플라스틱으로 만든 방에 발을 들여놓다 | 드라이플라워 전경린 노랑 레몬 | 사물이 우는 방식 | 보통의 외로움 | 이중 책장 | 공휴일 한창훈 뱃사람 | 바다에 비 내리면 | 여수 | 계엄1 |계엄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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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실종되었다, 종일 수만 개의 모니터를 구름 속에 펼쳐 놓고 의자에 앉아 가끔 코를 쑤셔가며 무료하게 관찰만 하는 저 사내의 호떡 반죽 같은 상상 속으로
--- 「권재이, 시시티브이는 쉬쉬, 한다」 중에서 누가 저런 제목의 시를 쓰나 내가 쓴다 오늘은 다이얼 전화를 생각했다 그땐 수화기를 귀에 대야만 잠들 수 있었다 깨도 깨도 계속 잠이었다 잠의 밀밭에 누워 밤이 오리라는 희망도 없이 미끄럽고 간지러웠다 --- 「김태용, 여름날저녁미친사랑의노래」 중에서 분황사, 나는 눈먼 탑이네 해 지고 어둠이 걸어오는데 꽃 피어서 눈보라 지는데 무너지고 무너져도 허공을 받들고 있네 --- 「문형렬, 경주분황사모전석탑」 전문 의자에 등을 대고 고개를 젖힐 때면, 한 계절 전에 내린 비가 방울방울 떨어진다. 찢어진 우산처럼 천장이 운다. --- 「전경린, 사물이 우는 방식」 중에서 이만하면 잘살았다.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아흔셋의 어머니는 바람하고도 얘기하신다. 먼 곳으로 떠날 사람처럼 허공을 보며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신다. 그 할매도 올봄에 갔다. 죽은 이들이 다녀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고요하고 고요하다. 어머니는 바람하고도 이야기하신다. 꽃잎 하나 스쳐 가도 누가 왔나, 물으신다. --- 「서하진, 어머니」 중에서 그물 올리는데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힘에 부칩니다 소주 마십니다 창고 정리 시작하자 잠 쏟아집니다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 선장이 지랄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선장 저도 마십니다 --- 「한창훈, 뱃사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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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영혼으로 가득한 시★
★10명의 소설가가 쏘아 올린 문학의 크로스오버★ 소설가들의 펜 끝에서 피어난 응축된 언어 잉걸북스에서는 소설가가 시를 쓰고 시인이 소설을 쓰는 크로스오버 개념의 『소설가의 시』, 『시인의 소설』을 동시에 출간했다. 소설가들은 자신의 문학적 영역을 확장하고, 내면의 응축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쓴 창작시를 모았다. 『소설가의 시』에는 권재이, 김도언, 김태용, 문형렬, 서하진, 은미희, 이만교, 이명랑, 전경린, 한창훈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총 49편이 실린 이들의 시는 일상적인 관찰부터 불안, 상실, 사회성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가들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은 주로 소설이라는 장르가 다 채우지 못하는 내면의 불안이나 응축된 감정을 다루려는 욕구, 그리고 시가 가진 고유한 미적 특성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이번 시집에는 해설이나 발문을 생략하여 독자들의 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들은 자신이 쓴 시에 대한 시작 노트를 남긴 것이 특징이다. 소설가의 시 쓰기 '내면의 불안'과 '시의 미학적 매력' 잉걸북스 문학선 『소설가의 시 : CROSS 001』에는 10명의 소설가들의 발표되지 않은 창작시 49편을 모았다. 작가들은 남긴 시작 노트를 통해 시를 쓴 배경을 밝혔는데 '내면의 불안'과 '시의 미학적 매력'에 대해 공통적으로 동감했다. 권재이 작가는 긴 문장을 쓰는 소설가의 입장에서 볼 때 난삽하게 주절거린 문장을 시인들이 한두 줄로 마감해 버리는 것을 부러워했다고 고백한다. 소설가 김도언에게 불안은 문학의 주요 주제였지만, 소설은 서사적 개연성을 갖추는 과정에서 불안의 원형이 훼손된다는 불만이 있었다. 반면 시는 불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그 구조를 보고하지 않고 삼켜버리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인식하며, "시는 불안을 삼킨다"를 시의 제1 칙령으로 언급했다. 형식실험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작가로 알려진 김태용은 ‘시’를 타자화하면서 ‘그 여름이 도래하면 우리는 보리밭에서 독일 가곡 같은 그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오래지 않아 손을 잡고 죽어가게 될 우리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건 모두가 아는 진실과 무관한 시적 기분일 것’이라고 시작 노트를 남겼다. 시인이자 소설가 문형렬은 자신을 소설과 시라는 두 혹을 진 '쌍봉낙타'에 비유하며, 긴긴 시절 언어로 다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속에서 터져 내렸을 때 시를 포함한 글쓰기를 통해 이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서하진 작가는 오래전 초등학교 삼학년이었던 때 시로 무슨 백일장에서 수상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여태도 내 안에는 자라지 않은 아이가 있다고 고백한다. 은미희 작가는 본인의 시 작품마다 일일이 단상을 밝히며 ‘살아보니 시가 아닌 순간이 없었다. 이별 뒤의 극심한 통증도, 기쁨 뒤에 찾아오는 살 떨리는 쾌감도 모두 한 편의 시’였다고 주장한다. 시 창작과 소설 창작을 겸하고 있는 이만교 작가는 시가 사용된 언어보다 더 많은 생각을 품은 장르라는 점이 매혹적이며, 좋은 시를 만날 때 느끼는 행복과 긴 여운을 좋아하여 시를 탐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명랑 작가는 10대와 20대에 시에 몰두하여 '시가 나오는 자판기'가 되고 싶을 정도였으며, 비록 소설가로 먼저 등단했지만 시 청탁을 계기로 첫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소설가 전경린은 소설을 쓰는 것이 '노동'인 것에 비해 시는 '노래' 같고 짧다는 점을 부러워했다. 특히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사물로 표현하는 시의 알레고리와 하나의 마디가 현재이며 현재에 존재하고 사유하는 시의 현재성(immediacy)에 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창훈 작가는 소설가의 더듬이는 바깥을 향하지만 시인의 더듬이는 스스로를 향해 뻗어 있어, 시 쓰기를 통해 소설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던 '내 이야기'를 흘러나오게 하는 계기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허무, 폭력, 가족 그리고 고립된 자아 소설가들이 서사적 제약에서 벗어나 표출한 시편들은 현실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과 내면화된 고통을 강력하게 담고 있다. 현대적 불안과 사회적 부조리, 존재론적 고독과 상실, 그리고 시간과 소멸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공통된 정서적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권재이의 시 '아이 러브 티비'는 '손바닥을 구걸하는 티브이'라거나, 광고판 속 홀로그램 같은 대중 매체의 피상적 위로 속에서 진짜 당신은 없고, 지식이 잠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현실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낸다. 김도언은 여름이 시신들이 가장 시신답게 처신하도록 돕는다고 언급하며 부패와 죽음을 잔인하게 직시한다. 은미희의 시는 이별 뒤의 극심한 통증을 '삶의 통과세'로 여기며, 빛에 의해 존재의 무게마저 사라져 가루로 흩어져 사라지기를 바라는 강렬한 소멸 의식을 보여준다. '별리'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헛것이며, 기억마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적멸임을 노래한다. 다수의 작가들은 만연한 불안과 폭력성을 다루고 있다. 권재이의 시에는 '실시간 검색어처럼 숨이 찬' 도시의 혼란과 '해골이 차고 넘쳐'나는 이미지 등 파괴와 퇴락의 징후가 나타나며, 한창훈의 시는 노동의 고통('뱃사람')과 더불어 여수와 계엄을 배경으로 한 폭력적인 과거의 기억을 생생하게 다루면서 군인의 총격, 시신, 고립의 깨달음 등 비극적인 현실에 대한 공포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전경린은 '보통의 외로움'을 다루며 젊은이의 외로움부터 시작해 빈 서랍처럼 홀로 되는 노인의 '안 외로움'까지 단계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찢어진 우산, 낡은 냉장고 등 사물에 외로움과 슬픔을 투영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문형렬의 시 '경주분황사모전석탑'과 '아주 키 작은 나무'는 무너져도 허공을 받들거나 외딴 역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고독한 존재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이만교 작가의 '미래의 노인들을 위하여'는 돈 내고 줄 서는 습관이나 유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모습 등을 통해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종속된 현대인을 풍자하며, '천사의 그네'는 담배 냄새를 맡아 이웃을 감시하는 노인과 권력을 확인하려는 청년의 모습을 통해 통제와 권력 관계의 부조리를 다룬다. 김태용의 시는 기억과 망각 사이를 오가며 '잊어버린 책'과 '기억하는 문장'을 생각하고, 결국 끝내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록과 망각의 기쁨을 다룬다. 반면 서하진은 가족이라는 그루터기에 투망을 드리우고 일상과 과거를 오가는 기억을 포집하여 어머니와 세 자매와 딸의 역사를 전통의 방식으로 아련하게 기록한다. 시인 류근은 ‘소설가의 서사가 다 풀어 내지 못한 내면의 불안과 숱한 감정들이 마침내 빛나는 언어들과 몸을 섞어 시가 되었다. 놀랍고 통쾌하다’고 평가한다. 소설 장르의 작가들이 시라는 응축된 형식을 빌려 현대의 극심한 내면적, 사회적 갈등을 때로는 심도 있게 때로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놀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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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획이 가능할지 몰랐다. 모든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시와 소설의 담장이 허물어진 시대라 해도 이토록 자명하게 그 좌표를 보여 주는 책이 등장하다니! 소설가의 서사가 다 풀어 내지 못한 내면의 불안과 숱한 감정들이 마침내 빛나는 언어들과 몸을 섞어 시가 되었다. 놀랍고 통쾌하다. 이런 시집이 가능할지 정말 몰랐다! - 류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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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호러니 하는 장르 분류는, 비디오 가게에서 만든 거란 얘기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걸 잽싸게 골라 가라고. 하지만 창작물은 그런 분류에 들어맞을 리 없다, 바다돼지나 오리너구리처럼. 다만, 쓰고픈 것과 거기에 걸맞은 방식이 있을 뿐이다. 굵고 짙게 말하고 싶은 밤이 있다. 긴말로 세세하며 생생하게 펼치려는 낮이 있다. 낮과 밤이 뒤바뀌어도 하루에 다다른다, 어쨌든 맞물린다. 소설과 시 사이엔 국경이 없다. 지도에서나 선명하다. 언어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마냥 잇닿은 길일 따름이다. 자신이 천착한 영토에서 벗어난 모험가들. 태어날 땐 누구나 시인이다. 울음으로 태어났음을 알린다. 죽을 땐 누군들 시인이다. 묘비명이 산문일 리 없다. 하고픈 말은 끝이 없지만,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소실점을 응시하는 마음으로 길어 냈을 것이다. 그들의 시는 자신이 천착한 세계를 고온 고압으로 추출해 낸 에스프레소 같다. 얇은 두께에서 진한 향이 배어 나온다. 할 말 많은 사람들이 고르고 고른 언어로 부린 시는, 식물을 짓눌러 뽑아낸 석탄처럼 뜨겁고, 공룡을 응축한 석유처럼 진하다. 불꽃과 응시를 일으킬 것이다. 굳이 소설가의 시라고 해야 하나. 시는 한사코 그저 시라는데. - 김나정(김호야) (소설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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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나 데이터센터에 꽂혀 있는 빼곡한 전자기판들에서 수많은 발광 다이오드가 반짝거리는 걸 보노라면, 사람의 머릿속에서도 뉴런이나 신경세포들이 저렇게 반짝거리면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때로 익숙한 경로를 벗어나 머나먼 서버 모듈과 접속하며 새로운 반짝임을 만들어 낼 걸 상상하면, 밤하늘에서 전혀 새로운 별자리를 찾거나 전대미문의 은하계를 만난 것처럼 경이롭다. 열 명의 내로라하는 소설가가 각자의 익숙한 경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불빛들을 이어가며 시어를 조탁해 냈다는 것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 원종국 (작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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