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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강화길「황녀」 공선옥「노인과 개」 권정현「그가 말했다, 그리고」 김도연「말벌」 김선영「물난리」 김성중「해마와 편도체」 김종광「화랑의 탄생」 박민정「우리는 날마다」 박 상「운 나쁜 똥구멍」 박상영「햄릿 어떠세요」 박생강「나의 첫 번째 몬스터 S」 서유미「알 수 없는 것」 우다영「밤의 잠영」 유응오「머시 Mercy」 유재영「이모의 세계」 이경석 그게 뭐가 재미있다고」 이만교「첫 번째 직무역량」 정지향「교대」 최진영「첫사랑」 |
カン.ファギ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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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양한 소설의 맛
도서1팀 김도훈 (문학 담당 / eyefamily@yes24.com)
2018.02.06.
삼시세끼 밥 먹듯 읽는 소설의 재미
책방에서 일한다고 하면 책을 벗하며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도 그럴 줄 알았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서점도 역시 '직장'이었고 호락호락 여유를 허락하진 않았습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시간을 따로 내지 않으면 책 읽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자고 마음 먹었고, 짧은 시간 동안 읽기엔 호흡이 짧은 글이 좋아서 단편소설이나 시를 주로 읽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독자에겐 안성맞춤인 책이 바로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 두 번째 책 『우리는 날마다』는 '첫'이란 테마로 우리 시대 중견, 신예 작가들이 쓴 손바닥소설 19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름이 예쁘기도 하지) '손바닥' 소설이라니, 이보다 출퇴근 시간에 어울리는 책이 있을까요? 삼시세끼 밥을 먹듯 소설 읽는 재미에 빠져보시길. 이토록 소설의 맛은 다양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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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질문을 받은 순간, 그녀는 당황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늘 신분이나 이름을 물었지, 그녀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 강화길 [황녀] 그래, 너는 그대로 사랑을 해라. 나는 무덤가 소나무에 걸린 내 옷을 가져올란다. 다시 산길로 들어간다. 하 참, 자식도, 실실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옷을 걸치려는데 문득 아랫도리가 묵직해진다. - 공선옥 [노인과 개]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면서, 모두의 눈이 너를 향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거야. 인생에 있어서 단 한 번, 진심으로 주목받게 되는 거의 유일무이한 순간이지. 그가 말했다. 그래서 무얼 해야 하냐고? 기다리던 이들이 실망하지 않게 큰 소리로 울어주는 거지. 아주 힘차게! - 권정현 [그가 말했다, 그리고] 구급차가 말벌의 날갯짓 같은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박은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 멀리 있는 아내가 보고 싶었다. - 김도연 [말벌] 가슴이 갈피갈피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하면서도 개운했다. 근심거리가 사라진 홀가분함 같은 것들이다. 구멍은 처음보다 훨씬 커졌지만 그곳으로 드나드는 것들이 거침없어 조금은 가벼워진 것도 같았다. 처음 겪는 물난리였다. - 김선영 [물난리] “항상 자살하고 싶단다. 아내가 집을 나간 다음부터 죽을 방법만 연구했지.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집에 있는 물건이 모두 나를 죽이는 도구로 변해버린단다.” - 김성중 [해마와 편도체] “무릎 꿇고 이마 조아리고 살려달라고 빌어라.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라. 나 준정이 원화라고 말해라. 내 노예처럼 살겠다고 말해라.” 남모가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웃었다. 준정이 을렀다. “웃어? 이게 지금 장난이라고 생각하 니?” 남모가 말했다. “싫다. 난 너처럼 추잡한 짓은 안 해.” - 김종광 [화랑의 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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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어떤 ‘첫’이 있습니까?
세상에 여러 의미 있는 말이 있다지만, ‘첫’만큼 특별한 말은 알지 못합니다. 첫, 뒤에 어떤 단어가 붙어 있을지라도 우리의 마음은 곧잘 뭉클해지곤 합니다. 어쩌면 ‘첫’은 말 이전의 어떤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채 말로 설명되지 못한 무수한 ‘첫’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어떤 첫이 가장 오래 머물러 있습니까? 『우리는 날마다』는 ‘첫’을 테마로 한 손바닥소설집입니다(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 제2권), 강화길, 공선옥, 권정현, 김도연, 김선영, 김성중, 김종광, 박민정, 박상, 박상영, 박생강, 서유미, 우다영, 유응오, 유재영, 이경석, 이만교, 정지향, 최진영 등 현재 문학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신예 소설가들의 작품 19편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첫’은 없습니다 이야기의 세계를 충실히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소설가들은 어떤 ‘첫’을 지니고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도서출판 걷는사람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소설가 열아홉 분에게 무작정 ‘첫’이라는 테마를 던졌습니다. 그 어떤 소재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몰고 올 것으로 확신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각기 다른 감각의 첫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첫은 지극히 유쾌하고 어떤 첫은 지극히 진중합니다. 어떤 첫 앞에서는 시큰한 눈을 비비며 오래 머물러야 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의자에 걸쳐 둔 외투를 입으려는데, 엄마가 내 가슴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그건 사랑이네. 엄마 목소리로 ‘사랑’이란 말을 듣기는,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었다. 네 가슴에 있는 그거. 나는 가슴을 내려다봤다. 니트의 왼쪽에 작은 글씨로 LOVE U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최진영 「첫사랑」부분 「첫사랑」에서 최진영 소설가는 영어를 알지 못하는 ‘엄마’가 생애 처음으로 화자인 ‘나’를 향해 “LOVE(사랑)”를 발음하는 특별한 순간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또, 「황녀」에서 강화길 소설가는 일생을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말하며 살아온 몰락한 왕조의 ‘옹주’가 노년에 이르러 처음 “당신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에 대해, 「노인과 개」에서 공선옥 소설가는 퇴직한 ‘김 선생’이 그의 개 ‘오야’를 통해 노년에 다시금 느끼게 된 사랑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표제작이 된 「우리는 날마다」에서 박민정 소설가는 경기 외곽의 캠퍼스로 향하는 만원 스쿨버스 속 여대생들의 내밀한 심리 묘사와 함께 기묘하고 극적인 ‘첫’의 순간을 그려냅니다. 이밖에,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스텔에서 민다나오 출신 강도를 만난 한국인 ‘박규동 씨’의 자조 섞인 푸념과 삶을 향한 조롱(박상, 「운 나쁜 똥구멍」), 옛 연인의 부고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나’의 복잡다단한 심경과 관계에의 성찰(서유미, 「알 수 없는 것」), 과거 열입곱 살 무렵 ‘내 인생에서 가장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친구’와 저지른 특별한 사건에 대한 회상과 현재의 ‘나’를 향한 질문(김성중, 「해마와 편도체」) 등을 통해 갖가지 색다른 ‘첫’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일련의 작품들로 하여 우리는 이 시대의 작가들이 어떤 ‘첫’을 간직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어떤 언어로 그려내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 우리 마음 속의 특별한 순간들에 대해서도 새삼 더듬어보게 됩니다.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는 여러 작가가 쓴 짧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책이라는 삶’을 날마다 거듭하며 다시 쓸 기회를 얻는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다음을 상상하며, 거기에 담긴 승리와 무승부와 패배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삶을 읽는 행위는 보람이 있다. (…) 이것은 다시 말해, 우리가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아주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_허희 문학평론가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첫’과 가장 어울리는 이 계절에 소중한 책 『우리는 날마다』를 만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날마다 얼마나 많은 ‘첫’과 대면하고 있는지, 아름다운 순간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고개 끄덕일 수 있길 소망합니다.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산문집 시리즈입니다. 작가들의 개성적인 손바닥소설(초엽편소설)과 에세이를 두루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의 길이를 초단편으로 구성하여 독자들과의 폭넓은 소통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일상의 짧은 순간순간 휴식처럼, 때로는 사색처럼 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