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믿음직한 작가 공선옥, 12년 만의 신작 소설집
이야기였고 울음이었고 끝내 노래가 된 낮은 목소리를 담은 소설집. 약자의 아픔을 농익은 필치로 풀어내는 솜씨가 여전하거니와 옛 가족이 해체되며 느끼는 불안과, 폭력의 시대가 여성에게 남긴 상처, 나이 들어가며 느끼는 고독을 공선옥 특유의 활달한 서사로 들려준다.
2019.08.23.
소설/시 PD 김도훈
|
|
행사작가
순수한 사람 오후 다섯시의 흰 달 은주의 영화 염소 가족 설운 사나이 어머니가 병원에 간 동안 읍내의 개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
孔善玉
공선옥의 다른 상품
|
나는 저런 길모퉁이에서 파란 제복을 입고 호각을 불고 있었는데,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길을 건너오던 너희 엄마가 내 옆을 지나가더라. 예뻐서 호각 소리를 더 크게 냈다. 너희 엄마가 한번 더 돌아볼까봐, 가슴을 졸였지. 정말로 돌아보더라. 숨이 멎을 뻔했지. 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
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 했던 순간이 내 영화의 시작이었다. --- p.74~75 오랫동안, 철규는 카메라 밖을 뚫을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침묵이 너무 단단해서, 뭐라고 말을 붙여볼 수조차 없는 그런 침묵이었다. 오랜 침묵의 뒤에 소년 철규는 카메라 저편으로 사라졌다. 내 영화가 소년 철규의 그 오랜 침묵의 끝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 채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 p.135 이런저런 생각들이 간단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갔다. 이 애가 잘 살고 있는지,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제 남편하고도 상관없는, 그러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 깊은 곳, 제 몸속 어딘가, 저만이 알고 있는 우물 같은 장소에 웅크린 딱딱한 것, 그것을 굳이 슬픔이라거나 그늘이라고 하면 좀 민망해질 수도 있을, 그런 것이 딸에게도 있을 것이다, 왜 없겠는가, 사람의 자식인데…… --- p.153 나의 염소 가족들은 언제쯤 한마리도 빠짐없이 모일 수 있을까. 한마리도 빠짐없이 다 함께 모여서 어느 햇빛 가득한 봄날이거나 햇빛이 만들어낸 그늘이 싱그러운 여름날의 언덕에서 향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 p.162 붉은 조명등이 번쩍이는 밤하늘로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왜 저렇게 음악을 크게 트냐는 영애의 질문에 지나가는 누군가 말했다. “서러운 사람들 더 서럽게 할라고 처 발광을 해대는 거 아닙니까.” (…) “사는 기 이케 서룹다.” --- p.185~1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