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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이밍 / 편집부
타이밍이 (안) 중요한 건 가봐 / 허희 죽음에도 타이밍이 있다면 / 김선오 소설로는 쓰지 못한 / 정지향 전구색 / 김종현 시간의 안, 시각의 밖 / 김아주 아직은, 괜찮다 / 박성운 나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전 / 박은정 추석 / 김일두 나의 미확인 동물 / 황예지 연애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 김건영 ALL IN THE TIMING / 임선빈 작고 커다란 하나의 동그라미 / 우다영 교차점 / 김승연 우물쭈물 게임북 / 이현호 타이밍의 예술 / 정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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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한 사람이 수동적으로 굴었다고 질타할 일은 아니다. 자연사를 감히 누가 거스를 수 있을까. 나도 우물쭈물하고 있고, 하루하루 버텨내며 세상에 오래 머물려는 필부필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사─사고사가 아닌 재난사─사건사 앞에 한 사회가 수동적으로 구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된다. (…) 내가 뭐라도 되는 양 시답잖은 훈계를 하려는 게 아니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사건을 사고로 위장하는 목소리가 반복되는 기이한 현상, 거기에 힘을 실어주는 이상한 보도에 ‘가만히 앉아’ 침묵할 수 없었을 뿐이다.
--- p.20, 허희 「타이밍이 (안) 중요한 건 가봐」 중에서 마음도 몸인데, 마음에 남은 감각은 어떻게 지워야 하나.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지울 수 있나. 지워지지 않고 그 위로 켜켜이 쌓일 뿐인가. 흐르는 시간만큼 감각은 두껍게 쌓여만 갈 텐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감각이 가장 깊은 곳으로 꺼져가고 있을 것이 애가 탔다. 애타는 감각 역시 언젠가 가장 밑바닥에 내려앉아 보이지 않게 되겠지. 그럼에도 남아 끊임없이 그것을 그리워하게 만들겠지. 그리고 그러한 그리움은 생의 마지막에 가서야 끝이 날 것만 같다. --- p.27, 김선오 「죽음에도 타이밍이 있다면」 중에서 나는 용기를 내서 떠나온 이 여행이 그에 대한 추억으로만 점철될까 봐, 추억을 떠올릴 때 그가 내 곁에 없을까 봐,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행이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런 견딜 수 없는 조급증 역시도 사랑의 한 형태라는 것을 알기에는 나는 좀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 p.43, 정지향 「소설로는 쓰지 못한」 중에서 결론은 초록불도 빨간불도 아니다. 내가 빨라도 빨간불에 멈추게 되고, 내가 느려도 충분히 초록불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삶이자 시간이기도 하다. 떡을 살까 고민한 시간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널 타이밍을 놓쳤다고 단언할 수 없고, 임신과 출산, 구직과 이직 등 일련의 상황들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혹은 내 뜻과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리라 예단할 수 없다. 천천히 걸어야 길이 순탄해지는 것도, 기대를 하지 않았을 때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고 단편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다. 타이밍이라는 것은 내가 잘 찾아야 하는 것일 수도, 나를 찾아와주는 것일 수도, 혹은 이미 나와 함께하는 것일 수도 있다. --- p.77, 김아주 「시간의 안, 시각의 밖」 중에서 좋은 타이밍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내 선택에 뒤따를 후회를 위한 보험인지도 모른다. 지나온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가운데 난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세상엔 느린 음악도 존재하기에 나는 스스로 느린 음악이기를, 그리고 그런 나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 p.87, 박성운 「아직은, 괜찮다」 중에서 우물쭈물해도 좋고, 덜 좋은 선택을 해도 괜찮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는 것은 아직 삶의 순간들이 살아 있다는 거니까. --- p.99, 박은정 「나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전」 중에서 같은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별것도 아닌 것에 멋져 보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실망하게 되는 이상한 감각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일상을 뒤흔드는 그 순간 작은 균열에서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그곳에서 자꾸 멈추고 고장 나는 일이다. 그 고장 때문에 적절한 순간을 알지 못하는 일이다. --- p.131, 김건영 「연애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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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해도 좋고, 덜 좋은 선택을 해도 괜찮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는 것은 아직 삶의 순간들이 살아 있다는 거니까.”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쓰는 에세이집, ‘문예단행본 도마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가 출간되었다. 이번 호의 주제는 ‘타이밍’이다. 평론가, 시인, 소설가, 칼럼니스트, 변호사, 작곡가, 가수, 사진가, 연극연출가, 회계사, 프로듀서 등 다양한 필자들이 내 삶에서 잊을 수 없는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일을 앞두고 우물쭈물했던 경험, 망설임의 순간, 기회를 놓치고 후회했던 일, 죽음과 연애와 작업과 인생의 타이밍….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숱한 타이밍과 선택의 기로 앞에서 필자들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며 웃음 짓기도 하고, 누군가는 뼈아픈 후회를 하기도 한다. 또 인생의 지침이 될 깨달음을 얻는 이도 있다. 웃어넘기든 반성을 하든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선택들이 모여 삶이 되고, 삶은 어떻게든 굴러간다는 점이 아닐까.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타이밍이란 무엇일까. 허희 평론가는 개인적 체험에서 시작한 타이밍에 대한 사유를 우리 사회의 이슈로까지 확장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김선오 시인은 죽음과 삶의 타이밍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린다. 김종현 칼럼니스트는 마음에 드는 전구를 구하기 위해 애먹었던 일화를 통해 타이밍을 이야기한다. 모두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이다. 정지향 소설가와 우다영 소설가는 여행과 우연한 만남에 얽힌 타이밍을 다룬다. 에세이면서 동시에 소설의 한 대목을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 김아주 미국 변호사와 임선빈 연극연출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타이밍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슬프고도 따듯한 글들이다. 박성운 작곡가와 정명국 프로듀서는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얘기를 들려준다. 어떤 기회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분들께 용기와 위로가 되리라 믿는다. 박은정 시인과 황예지 사진작가의 글은 한 편의 산문시처럼 섬세한 감각을 보여준다. 두 분의 글을 읽고 나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빛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황예지 사진작가의 사진도 오래 감상해보시길 권한다. 가수 김일두의 글은 유쾌하고 또 유쾌하다. 더불어 일상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건영 시인과 김승연 미국 회계사는 연애의 타이밍을 말한다. 연애야말로 타이밍의 예술이 아닐까. 후회의 기억으로 시작하는 연애의 결말이 어떤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바란다. 이현호 시인의 글은 이채롭다. 게임북의 형식을 빌려 독자에게 선택의 경험을 제공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흔히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책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그 느낌과 여운이 자못 다르다. 모쪼록 이 책이 인생의 어느 한때를 지나고 있는 독자 분의 손에 타이밍을 잘 맞춰 도착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