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남대학교 글로벌문화학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비평집 『시차의 영도』(2019,민음사), 산문집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2021,추수밭)?『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2023, 백조), 공저로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2021,도마뱀)를 냈다.
낙원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이 빚어낸 언어의 상상 효과다.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어디인가? 이러한 물음은 그래서 공간의 문제일 수 없다. 인생의 태도와 결부된다. 어디에서 사느냐보다는, 무엇이 사람을 무너뜨리거나 살게 만드는지, 어떻게 살다 떠날 것인지를 몰입감 넘치는 서사로 전하는 이 작품은 거듭 읽힐 이유가 충분하다. 사랑을 붙들려는 의지, 고독을 견디는 품위를 음미하는 데 유효 기간은 없으니까. 낙원은 도착지가 아니라, 그렇게 살고자 한 과정에 깃든다는 진실을 덕분에 되새긴다.
투르게네프의 분류법에 따르면 나는 햄릿형 인간에 가깝다. 생각 과다, 행동 부족 타입이랄까. 그래서 정반대인 돈키호테형 인간을 늘 동경했다. 김호연이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온갖 부침을 겪으면서도 이야기꾼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그는 겸손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보라, 김호연이 바로 돈키호테다. 여기저기 부딪치고 깨지면서 글쓰기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캐릭터. 뭐든 이리저리 재는 시대에 반하는 막무가내 스타일이라 오히려 도드라지는 매력. 똑똑하되 젠체하지 않는 그의 글은 살아온 인생의 정직한 반영이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유머 넘치는 스페인 체류기로서 흥미롭고, 자신만의 돈키호테를 발견하여 이룰 수 없는 꿈을 계속 꾸겠노라 다짐하는 모험담으로서 진지하다. 돈키호테형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투르게네프는 말했다. 과연 그렇구나. 김호연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