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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
문학하는 마음으로 영화 읽기
허희
백조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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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예술에 기습당한 인생 … 004

1부 오늘과의 작별 의식

섬세하게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 … 018
얼굴과 가면 … 023
부서지기 쉬운 삶이라는 장소 … 028
오늘과의 작별 의식 … 033
순간순간 그 자리에 머무르세요 … 038
낯선 뭔가로 되어 가는 나날 … 043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 줘 … 048
살아 냄으로써 다시 배우기 … 053
죄책감이라는 동인 … 058
꿈이 현실에 패배할지라도 … 063
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 … 068
여름은 고독하고 찬란한 청춘 … 074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고 싶(지 않)은 것 … 079

2부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그렇게 어른, 가족이 된다 … 086
딸과 아들 그리고 엄마에 대하여 … 091
커플이 부모가 되는 일 … 096
우정과 사랑, 그 사이를 헤엄치는 영법 … 101
시간에 그을린 흔적들 … 106
안녕, 열등감 콤플렉스 … 111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 116
살벌한 이웃과 달콤한 외계인 … 121
브레이크 없는 질주 … 126
척하는 삶 … 131
파스텔 톤 필터 없는 생활 … 136
소수적인, 인간적인 … 141
끈기에 대하여 … 146

3부 몰락함으로써, 몰락하지 않기

통과 세계의 아포리아 … 154
선언의 격 … 159
날씨의 아이로 환생한 오멜라스의 아이 … 164
죽으라는 명령을 거부하기 … 169
우리가 당신을 놓쳤네요 … 174
달빛에 맞설 수는 없어 … 180
몰락함으로써, 몰락하지 않기 … 185
절망의 세계에서 행복한 청춘 … 190
지뢰밭의 소년들과 서스펜스의 윤리 … 195
쌍욕과 몸싸움의 도덕 … 200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 205
출발점으로 돌아가 재시작하기 … 210
오늘의 지바고와 장발장 … 215

4부 내가 얼마나 복잡한 영혼을 가졌는지

나는 작가다: 콜레트와 헬렌 … 224
추하고 아름다운 재즈 … 229
그녀의 언어는 노래 … 235
건축의 풍경들 1: 안도 타다오와 이타미 준 … 240
건축의 풍경들 2: 얼굴과 모더니즘 … 245
예술을 테러하는 예술 … 250
단 하나의 소리를 향한 긴 여정 … 255
여성들의 페다고지 … 260
내가 얼마나 복잡한 영혼을 가졌는지 … 265
마음이라는 물결의 무늬 … 270
프랑켄슈타인과 하이드 … 275
예술이여, 인생이 되어라 … 280
당신의 달콤 쌉싸름한 변화 … 285

5부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길

재난 한가운데 … 292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길 … 297
회개하라, 신이 아닌 사람에게 … 302
너를 사랑하면서, 그를 사랑하기 … 307
보이지 않는 사랑의 정치 신학 … 312
절대 고독, 절대 사랑 … 317
지옥에서 함께 불행한 사랑의 권력 … 322
지극한 연애의 전말 … 327
서툴러서, 예쁜 … 322
춤으로 싸우고, 화석으로 보존하기 … 337
법 앞에서 고독한 사건들 … 342
폭력에 대한 (비)폭력 … 347
혐오 사회에서의 자기 배려 … 352

6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하여

공감 연습 … 360
의리 없는 세상의 의리녀 … 365
비밀이 깨진 다음 드러나는 것 … 370
복수하는 인간 - 동물들 … 374
애썼노라, 이겼노라, 거듭하노라 … 379
폭력의 예감에서부터 시작되는 폭력 … 384
믿고 나서 배신당할 것인가, 의심하고 고통받을 것인가 … 389
환대의 필요충분조건 … 394
말할 수 있는 믿음의 온기 … 399
그렇게 걸어가는 게 우리 매일의 삶 … 404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하여 … 409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복이 많다 … 414

저자 소개 1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남대학교 글로벌문화학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비평집 『시차의 영도』(2019,민음사), 산문집 『희미한 희망의 나날들』(2021,추수밭)?『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2023, 백조), 공저로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2021,도마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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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133*200*30mm
ISBN13
9791191948158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예술에 기습당한 인생

남들은 취미로 감상하는 예술을 전문적으로 비평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어쩌다 이런 선택을 했나 자책할 때가 없지 않다. 그러나 어차피 나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 아니었을까. 그런 체념인지 긍정인지 모를 생각을 자주 한다. 예술에 관해 말하거나 쓰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평생 하라고 한다면(다른 일도 좀 해 본 적 있다) 그 시간을 계속 버텨 낼 자신이 없다. 의심 많은 성격 탓이겠지. 한 가지 진리를 확신하는 타입이었다면 종교인이 됐을 테다. 천성이 회의적인 나의 안테나에는 명확한 답을 전하는 신학보다는,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 주파수가 또렷하게 잡혔다.

예술은 명확한 답이 아니라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고 썼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예술을 많이 접해도 실용 지식은 쌓기 어렵다. 예컨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탐독해 봤자 자격증 따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독해하는 실력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잘하는 능력과 하등 상관이 없다. 많은 사람에게 감화를 준 자기 계발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적힌 간명한 가르침에 대해서도 예술에 빠진 사람은 의문을 품는다. 성공의 정의부터 애매하잖아! 그걸 측정할 수나 있는 거야? 이 같은 삐딱한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예술과 친해지기 쉽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한 끝에 사유하는 주체를 발견했으나, 나는 아직 아무것도 결론 내린 게 없다. 영영 결론 내리지 못할 거라는 예감만 든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예술과 동행할 수 있을 거라는 묘한 위안을 얻는다. 출구 없는 미로에 엔딩은 없을 테니. 예술계 중심부(?)에서 활약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지 못한 채, 그 언저리만 맴돌다 잊히게 될 확률이 훨씬 크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그렇지만 어떡하나.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고 잊히든 말든 그것은 내 소관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예술에 관해 말하거나 쓰는 일을 포기할 마음이 없다.

말할 기회가 없다면 개인 채널을 만들고, 쓸 지면이 없다면 블로그에 올려야지. 각오라고 표현하기에는 거창하지만 그렇게 되뇐다. 유명인이 되지 못해도, 안정된 삶을 누리지 못해도, 예술에 관해 말하거나 쓰는 일이 내 삶의 거의 전부라서 그렇다. 과장하거나 폄하할 것도 없다. 그저 이를 내 삶과 일치시키고자 했을 뿐이다. 스스로 삶을 놓아 버리지 않는 한, 이대로 어떻게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혼자만의 결심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가 혹은 예술가 지망생들이 그럴 테지. 부디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길로 뛰어든 어리석은 자가 없기를!

여타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예술가는 백 명 중 한둘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가 지망생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부귀영화를 성공 기준으로 잡는다면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처참한 실패를 예약하고 있다. 나는 예술가 지망생에게, 실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전언을 들려주고 싶다. ‘당신은(나는) 세속적 성공을 성취하는 데 실패했을지언정 인생 전체를 실패한 게 아니다. 오히려 당신은(나는) 누구보다 성공한 인생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궤변? 글쎄, 나는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 E.M. 포스터가 장편소설 『하워즈 엔드』에 쓴 구절이다.

“우리는 엄청난 노력과 용기를 기울여서 오지도 않을 위기에 대비한다. 가장 성공한 인생은 산이라도 옮길 만한 힘을 낭비한 인생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성공하지 못한 인생은 준비 없이 기습당하는 인생이 아니라, 준비하고 있는데 기습이 닥치지 않는 인생이다.” 예술가로 살기란 달리 보면 “산이라도 옮길 만한 힘을 낭비한 인생일 것이다.” E.M. 포스터는 이편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기습이 닥치지 않는 인생”보다 낫다고 평한다. 반박하는 사람이 있겠으나 나는 그의 통찰에 동의한다. 준비 없이 예술에 기습당해서다. 허송세월한다고 세간으로부터 비난받는, 준비 없이 예술에 기습당한 이들 역시 그럴 것이다.

영화도 준비 없이 나를 기습한 예술이다. 영화는 시간과 윤리를 성찰하는 방식에 대해서, 문학과는 또 다른 형태의 고민으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늘 문학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문학하는 마음이란 특정한 사건과 마주한 등장인물,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일어나는 독자의 감정을 아울러 살피려는 태도를 뜻한다. 거기에 바탕을 두고 ‘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를 표제로 삼았다. 슬픔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이것을 기쁨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슬픔과 기쁨을 포함한 우리가 느끼는 모든 정서는 그 자체로 독자적이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다름을 같음으로 환원하려는 폭력이 만연한 시대일수록 그 가치는 빛난다.

그러한 입장에서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다. 읽는 것이 아니다. 탐식하는 것이다. 근사한 언어를 꼭꼭 씹어 삼킨다. 거기에 담긴 창작자의 사유로 다시 생각을 공글린다. 그럴 때 나는 나의 깜냥보다 넓고 깊으며 집요한 사고를 할 수 있다. 이것을 내 삶과 연결된 언어로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낀다. 소설가 보후밀 흐라발의 말마따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때문일 것이다. 타인으로 인해 생겨 나는 외로움과 달리, 자기 자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독은 결코 조용한 법이 없다. 누군가 고독에서 고요를 떠올린다면, 그는 고독의 한가운데에 아직 들어가 본 적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고독의 한가운데는 소란스럽다. 나의 그곳에는 그동안 쌓인 언어들이 웅성댄다. 고독을 탐색한 결과물이므로 이 글은 감독과 영화를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혼자만의 공상으로 그치지도 않는다. 이를테면 이는 당신이 느끼는 고유한 서정에 가닿을 것이다. 언어 행위는 무언가가 지금 여기에 없음을 자각함으로써, 그것이 존재했고 혹은 여전히 존재함을 증언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어떤가 하면 나는 문학하는 마음, 그중에서도 시를 읽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시적 자아로 영상 언어를 탐식했다. 일상적 자아는 일상을 의심 없이 적응하도록 하는 데 비해, 시적 자아는 일상의 균열을 발견하고 주변인으로 남도록 한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 딴 세상을 살기가 녹록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쪽 영화와 저쪽 영화를 왕래하는 움직임 속에서 마치 나는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양쪽의 현실을 전부 긍정하지는 못해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수선스러운 고독에서 출발하여 당신의 심연에 도착하려는 쓰기의 모험 역시 그러지 않을까. 책을 쓰는 사이 영화 같은 일이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다. 짝을 만나 가정을 이뤄 아이를 낳아 기르는 생활은 스크린에서만 보아 오던 낯선 장면이었는데, 이제는 일상이 된 것이다. 2022년 여름 평생의 반려가 되기를 약속한 도연, 2023년 봄 우리의 딸로 와준 시율로 인해, 영화 같지 않던 나의 세상은 어느새 영화가 되어 있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라던 철학자의 선언이 나에게는 이렇게 실현된 셈이다. 언제나 예술은 인생을 기습한다.

2023년 여름의 끝자락을 지나며
허희

추천평

비평가는 우선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대화 상대여야 할 것이다. 그들은 작품에 대한 호오를 밝히고 그에 대한 독자적 평가를 하기에 앞서 자신의 선택과 그 근거들에 독자와 관객을 참여시킨다. 말하자면 그들과 대화한다. 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이 책은 그 두 가지 조건을 탁월하게 만족시킨다. 수록된 작품들의 목록이 ‘무엇을’에 대한 답이 된다. 「패터슨」,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은 그 자체로 대화하기에 좋은 작품들의 목록이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의 횡적 다양성은 ‘어떻게’에 대한 좋은 예가 된다. 이미지는 물론 언어적 측면, 사회적 측면, 윤리적 측면 등을 아우르는 가운데 편편의 영화는 우리 삶을 전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생동감 넘치는 현장이 된다. 영화에 대한 글이지만 영화가 놓여 있는 세상에 대한 글이자 영화 앞에 놓인 우리 자신에 대한 글을 읽으며 허희가 휼륭한 비평가이기 전에 훌륭한 대화 상대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
허희와 인연을 맺은 건 영화 프로그램에서였다. 다음엔 문학 팟캐스트이었다. 그는 TV에 출연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비평하기도, 라디오 DJ로 활동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그의 활동은 전방위적이다. 『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는 허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평론집이다. 하나의 영화를 메인에 두고 비슷한 주제의 문학을 경유하고 같은 종류의 여러 영화를 우회하고 때론 노래 가사를 가져오기도 하면서 현실에 지친 독자의 마른 혈관에 피를 돌게 할 위로와 위안의 링거를 제공한다. 실제 성격도 글과 다르지 않아 나는 곧잘 그에게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고는 했다. 눈높이 맞춰 들어 주고, 손뼉 쳐 주듯 대화의 장단을 맞춰 주는 그에게서 받은 신뢰의 정체는 존중감이었다. 기쁨보다 슬픔을 공유해 줄 때 존중받는 느낌이 더 커지는 법이다. 허희의 글은 그런 감정을 들게 한다. -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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