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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릿한 포옹
양장
황예지
아침달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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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죽음의 계보
몽콕 스테이션
낸 골딘처럼
넘나드는 사람들
엄마 관찰기
상담실
얼굴들
Crying Pics



추위
어떤 우정
데이트
우울하고, 어린, 여자

돌, 기림, 세월
작은 공간
현지와 예지
다음 날
아라키 노부요시를 좋아하세요?
무형의 운동장



절망
일어나면 아침이다
꿈 노트
연속성
은은한 가난과 사진
상실사진
낭독회
홍콩에서 쓴 편지
내가 한없이 작고 나를 감싼 것은 하염없이 클 때
엉성한 출구

맺음말

저자 소개 1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수집과 기록을 즐기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그들의 습관 덕분에 자연스레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과 에세이,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을 다루며 개인적인 서사를 수집하고 있다. 개인의 감정과 관계, 신체를 통과해 사회를 바라보고자 한다. 사진집 『mixer bowl』과 『절기, season』, 산문집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을 출간하고 개인전 〈마고, mago〉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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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86g | 110*179*20mm
ISBN13
9791189467890

책 속으로

나는 언제고 삶보다는 죽음을 해석하는 쪽에 가까웠고 죽은 자에게 말을 거는 것에 이끌렸다. 마음먹고 없앤 나의 첫 번째 포트폴리오에는 내가 사진마다 죽음을 연기하고 있었다. 여성들이 연거푸 살해당하는 것이 의아했고, 죽음의 연속성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죽음을 재현하고 이 죽음들이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천에서, 산에서 넘어지고 죽었다. 죽음을 필름에 담고 현상, 인화……. 찰박이는 물에 꺼냈다. 죽음을 물에 내놓으면서 정지가 아닌, 움직임을 갖고 다른 국면을 맞이하길 바랐다.
---「죽음의 계보」중에서

도처에 차별과 폭력이 널려 있고, 폭력 앞에서는 누구 하나 무결하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부끄러워야 한다. 폭력이 점층적으로 가까워질 때면 보기만 해도 피부가 아리는 그녀의 셀프 포트레이트를, 그 시기 그녀가 가진 태도를 떠올린다. 내가 겨루면서 찍은 나의 가족사진을 떠올린다. 까만 방에 있다가도 존재를 드러내어 보이는 것이 사진의 생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낸 골딘처럼」중에서

한 사람의 눈물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가는 숨을 잠시 멈춘다.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추측한다. 이 아이는 왜 사진 속에서 울고 있는 걸까. 전쟁 사진과 사회 고발 사진이 사진의 역사의 한 시작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사진 속 많은 이들은 고통과 사회적 비극에 노출되어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정지하는 힘은 사진에 있었을까, 사진을 소비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의 이타심에 있었을까. 나는 예나 지금이나 우는 사진을 좋아한다. 좋아할 것이며. 이미지 속 그 액체가 내게 넘어와 발산하는 힘을 사랑한다. 그 액체가 유대, 인간성을 건드는 힘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이미지를, 그 액체를 관리하여야 할 책무를 느끼며……. 나는 사람들이 더 시끄럽게 울었으면 한다.
---「Crying Pics」중에서

세월호 참사 6년이 흐른 뒤에 나는 그 배를 마주했다. 모진 풍파와 세월을 맞은 배는 담갈색으로 바래 있었다. 육지에 올라 아주 큰 바위산이 되어 있었다. 나는 배의 크기를 가늠하고 싶어 그 앞을 오래 서성거렸는데 무모한 일이었다. 넋에는 둘레가 없다는 걸 몸으로 고스란히 느꼈다. 넋의 장대함에 길을 잃어 말끝을 흐리는 사진들을 찍었다. 여전히 비극 앞에서는 물음표. 여전히 나는 현장에 사진기를 들고 나가는 일에 주저하는 사람이다. 현장의 발화, 사회를 바라보는 렌즈와 굴곡에 대해 고민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는다. 죽은 자를 발판 삼아 산 자가 기록을 이어나간다는 진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나 이 매듭을 잡아채지는 못했다. 돌은 이 답을 아는 듯한데 늘 고요한 침묵으로 화답한다.
---「돌, 기림, 세월」중에서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얼굴을 지운다. 힐난과 손가락질, 수많은 창작자와 겨루었던 무형의 운동장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마분지처럼 힘없는 이 골조를 힘껏 뜯어버린다. 사진이 이 세계를 메울 기세로 배부르게 태어난다 하더라도 창작은 시합이, 운동장이 아니니까. 창작은 내 영토를 세우는 일.
---「무형의 운동장」중에서

도망가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도망갔다가도 돌아와서 내 근원을 집요하게 훑었다. 나와 이들을 모른 체하면 나는 콧대를 쳐들고 사기를 치거나 기만하며 살 게 분명했다. 내 사진을 본 한 작가가 나중에 말해줬다. 보여주긴 다 보여주지만, 절대 동정할 수 없게 하는 태도가 묻어 있다고. 나는 그 이유가 내 방식의 포옹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부끄럽고 싫고 떨어지고 싶고 닦아내고 싶지만, 나는 결국에 껴안는 사람이라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삶의 지속성을 보려고 애썼다. 돌아가기. 무작정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또 바라보기.

---「은은한 가난과 사진」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의 명암을 주파하는 반동의 시선
사진의 토대를 세우는 저항과 용서의 기록들
사진가 황예지의 새 산문집 『아릿한 포옹』 출간


사진을 통해 관계에 서 있는 ‘동시 존재’를 호명하며 자신의 근원과 타자에게 건네는 위로를 발명해온 사진작가 황예지의 새 산문집 『아릿한 포옹』이 출간되었다. 세상과 나 사이의 크고 작은 이격을 저항, 투쟁, 화해, 용서라는 이름에 기대어 기록한 29편의 산문은 책 제목처럼 아릿한 포옹에 참전하는 현장이자, 다음날을 위해 벼랑을 딛고 서는 몸짓이기도 하다.

첫 산문집에서 가족과 주변인의 관계를 집요하게 탐구하며 사랑과 증오가 버티고 서 있는 자신의 근원적 존재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산문집에서는 카메라에 대한 사유와 사진 속에서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창작의 토대를 조감한다. 한 세계가 구성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이 이야기들은, 단지 지나온 궤적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날을 살게 하는 힘으로 다가오게 된다. 사진이 사회적 관계망에서 가질 수 있는 힘을, 윤리적 태도를, 개인의 서사 안으로 개입하여 결속시키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진솔히 이야기한다.

불화로부터 끌어안음까지
황예지 식 동시 존재 넘나들기


황예지의 산문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단순히 나와 경험을 공유하는 자들이 아니라 작가의 말처럼 “저주하는 마음과 환대하는 마음”이 동시에 깃드는 양면적인 관계망이다. 근원적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쥐여주고 삶에 대한 어떤 여지를 만들어가게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사진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 연인, 엄마와 할아버지, 상담 선생님, 작품으로 우정을 나눈 작가 등을 통해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생각들을 재구성한다. 그동안 황예지가 작업해온 사진과 산문 속에는 이와 같은 ‘동시 존재’를 호출하는 황예지 식 넘나들기가 선행된다. 이는 저항과 투쟁을 마다하지 않음과 동시에 화해와 용서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삶의 모순적인 진실에 가닿는 발 구름이 된다.

이 넘나들기의 여정에서 카메라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평행 감각이 된다. 양면적인 삶의 국면을 더 첨예하고 예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으로 작가와 함께 동반한다. 사진에 담긴 피사체를 넘어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존재의 빛과 어둠을 함께 이야기하며, 그 의미를 자신의 자리로 가져와 침잠하여 표류하고 있던 생각에게 길을 내어주기도 한다.

무형의 운동장에서 홍콩 몽콕역까지
시간을 흐르게 두는 사진의 생장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몸살을 앓던 2019년 황예지는 동료들과 함께 홍콩으로 떠난다. 투쟁의 현장을 몸소 지나며 느꼈던 이야기는 그때 그날의 기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옮겨와 계속 흐르게 된다. 이렇듯 황예지는 사진이 한 시간을 포착하여 가두는 형태가 아니라, 그것을 들여다보고 간직하는 동안에 계속 흐르는 시간으로 둔다. “사진을 하나하나 찍으며 함께 시간을 건너고 있었기에 믿어주었던”(「낸 골딘처럼」) 보통날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흐르는 시간과 함께 작가는 다가올 시간 앞에 서게 된다. 이폴리트 바야르, 프란체스카 우드먼, 낸 골딘, 노순택, 홍진훤 등 작가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기대어 있는 또 다른 세계는 사진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이런 싸움, 저런 싸움에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 누가 나 대신 싸워주고 있었을 뿐이었다”(「홍콩에서 쓴 편지」)라고 고백하는 황예지는, “카메라를 들고 투쟁의 자리에 서면 내가 누락한 장면들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리란 터무니 없는 기대가 있었”지만 자신의 서사와 겹쳐 보이는 순간을 마주하며 다시 새롭게 상실을 깨닫고, 복원과 회복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둔 미완의 이야기다. 상처와 회복이 서로를 끌어안는 이 포옹의 현장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반동의 시선을 세상에 겨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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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가 황예지, 우리가 함께 끌어안을 장면들
    사진가 황예지, 우리가 함께 끌어안을 장면들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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