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종로 육조 거리 등 과거의 풍속이 현재와 뒤섞여서 혼재하지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생명 형식과 사회 간접자본과 기반 시설 등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미래의 어느 시기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이는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아 서스펜스와 판타지와 액션과 어드벤처와 무협을 버무린 매우 재미있는 스토리라인을 가진 작품이다. 아마도 특정한 연대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아우르면서 독자들에게 보다 넓은 해석의 여지를 주겠다는 의도였으리라.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사주 경찰 김용균을 중심으로 공안과 소속 국가기관원들이 국가 전복세력인 백플라워를 대표하는 동국을 추적하고 대결을 펼치는 기본 줄거리가 안겨주는 흥미로움은 압권이다. 해박한 지식과 현란하면서도 유려한 문장, 대화, 박진감 있는 스토리 전개, 그리고 실험적인 장면전환 방식, 우리에게 익숙한 외래의 고유지명을 음차로 활용하거나 기발하게 번역해서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유희도 탁월하고, 생명과학, 사주명리학, 역사, 풍속학, 록음악, 영화, 애니매이션 같은 대중문화적 기호들이 적재적소에 유려하게 동원되면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도 참으로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는 것들이다.
이 소설이 비범하게 다가온 것은 이들의 대결 구도 속에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쟁점,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등을 절묘하면서도 예리하게 포착해 겹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화문의 촛불집회와 용산 참사 등을 연상케 하는 소설적 설정은 이 작품의 문학적 층위를 담보하면서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생각을 다듬어보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소설은 단순한 흥미를 안겨주는 대중소설이 아닌 고도의 패러디를 현실과 정치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소설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