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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 그래! 문제는 과거야
첫 번째 편지 기억은 때로 우리가 기억한다고 믿었던 것과 모순된다 두 번째 편지 버티거라, 고통의 블랙홀이 너를 휩쓸어가지 않도록 세 번째 편지 틈을 내어 3퍼센트의 공간을 열어놓아라 네 번째 편지 최저점이 높은 사람을 만나라 다섯 번째 편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는 마라 여섯 번째 편지 이제 과거의 그 동영상을 끄자 일곱 번째 편지 영혼의 성장판을 닫지 마라 여덟 번째 편지 진실은 게으르다 아홉 번째 편지 그러나 사랑은 너를 머무르게 하니, 가라, 떠나라 열 번째 편지 고독은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열한 번째 편지 넌 누구도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네 속에 가지고 있어 열두 번째 편지 오늘 죽거나 백 년을 살거나 에필로그_ 너를 응원해, 네가 어떤 삶을 살지라도 참고문헌 |
孔枝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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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글을 쓰는 동안 꽃비가 창가에 떨어져 내린다. 엊그제 거센 비바람에도 견뎠던 꽃잎들이다. 그런데 이제 바람도 없이 해맑은 봄볕마저 내리쬐는데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다. 나는 이제 안다. 무언가가 맺히기 위해 꽃은 반드시 져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이 지리산 자락에서 나는 작은 속삭임을 바람에 실어 보낸다. 반드시 이 책갈피를 들고 선 당신에게 닿을 속삭임이다. 부디 기억하시기를. “당신이 어떤 삶을 살든, 저는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엄마가 그때 그랬던 거 기억나니? 살면서 엄청나게 힘들었던 때가 많았지만 30대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고. 20대는 그럭저럭 여러 가지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30대에는 모든 아는 것들이 모르는 것으로 변해버리고 이미 나이는 먹어 나 혼자 끝없이 뒤로 가는 물살에 밀려나는 듯 두려웠던 거 기억나거든. 그때 비로소 테라피를 신청하고 심리학 서적들을 읽으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묻기 시작했던 것도. 20대는 어쩌면 쉬웠어-당연히 그때는 세상에서 제일 괴로워했지만-내가 만든 것들이 하나도 없으니 전부 남 탓, 그러니까 세상 탓, 기성세대 탓 하면 됐으니-그것도 필요한 일이야. 암, 그렇고 말고-그러나 30대는 달랐다. 이제 내가 만들어낸 카르마들이 서서히 생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하고 책임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니면서 가진 것도 없는 채로 기성세대가 되어버리는 듯 두려웠던 거지. --- 「세 번째 편지_ 틈을 내어 3퍼센트의 공간을 열어놓아라」 중에서 사람은 대개 좋을 때보다 좋지 않을 때, 어쩌면 나쁠 때 본질을 드러낸다. 그러니 너는 가장 나쁜 순간에 네 최저 수준을 높이려고 애써야 하고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두어야 해. 돈 많고 날씨 좋고 한가하며 배부른데 나쁜 인간이 몇이나 되겠니? 그리고 신기하게도 역사는 그럴 때는 잠을 잔단다. 인류 전체에게든 한 인간에게든 역사란 대개 엄청나게 불행한 순간,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순간, 결정적으로 방향을 튼단다. 그때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품위야. --- 「네 번째 편지_ 최저점이 높은 사람을 만나라」 중에서 날이 밝으려고 하면 정원으로 나가지. 대개는 화단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데, 한두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야. 기도만큼, 아니 어쩌면 기도보다 엄마는 이 일을 사랑하고 있어. 대개는 작업복이 흙투성이가 되고 장화까지 신은 몸은 완전히 땀투성이가 되지. 벌레에 물리기도 하고. 그러나 엄마를 기쁘게 하는 것은 정원에 있는 나무와 꽃의 생명과 그 개별성이야. 장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키 작은 채송화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가끔 눈물이 맺히기도 한단다. 죽은 줄 알았던 수국 가지에서 연둣빛의 고운 싹이 좁쌀만큼 내비칠 때 그 경이로움이 엄마를 살게 한단다. 수국이 장미가 되려고 하지 않고 채송화가 해바라기가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신이 그들에게 부여한 그 독특함으로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단다. --- 「다섯 번째 편지_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는 마라」 중에서 ‘그래, 지금까지는 다, 그 인간들 탓이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이제부터 그러니까 오늘! 그러니까 지금!부터…… 너는 누구의 탓인 거지?’ 지금 돌아봐도 그것은 엄청난 깨달음이었어. 처음으로 내 눈이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그리고 이어 올 내일을 바라보게 되었던 거지. 그리고 이제 와 돌아보면 그때 내게 신앙은 없었지만 그건 분명히 천사의 속삭임이었다고 나는 믿고 있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금방 나아진 것은 아니었지. 그건 다른 이야기야. 하지만 하염없이 가라앉고 싶어질 때, 그 순간의 깨달음을 생각했다.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내 인생을 책임지고 싶지 않은 게으름에서 온다는 것을 어렵게, 어렵게 되뇌었다. 그리하여 분명해진 것도 하나 있는데, 분명 내가 내 몸의 각도를 바꾸었다는 거야.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란다. --- 「여섯 번째 편지_ 이제 과거의 그 동영상을 끄자」 중에서 살아보니까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존엄성이야. 너 자신을 낮추고 상처 주고 아프게 하면서까지 지킬 사랑은 정말 많지 않아. 그리움보다 더 중요한 것도 너의 자존감이야. 그게 무너지면, 아무것도 아닌 거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너 스스로가 네 존엄의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다가가면, 그 사람이 너를 함부로 대한다 한들 무슨 불평을 하겠니. 이미 네가 너 자신을 버렸다면. --- 「아홉 번째 편지_ 그러나 사랑은 너를 머무르게 하니, 가라, 떠나라」 중에서 어떤 사람을 사랑해도 돼. 많이 사랑해도 돼. 하지만 트러블이 일어나거나 네 자존감이 상하려고 하거든 그 사랑을 약간 떨어져서 하고, 그래도 가망이 없거든 멀리서 해. 미워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멀리서도 얼마든지 그를 위해 기도하고 그가 잘되길 바라고 사랑할 수 있단다. 사랑한다고 꼭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아이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서 그 아이의 무례와 폭력을 허용하여 버릇없이 만들고 중독을 강화시키는 것은 사랑이 아니잖아. --- 「열한 번째 편지_ 넌 누구도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네 속에 가지고 있어」 중에서 혹여라도 불행이 너를 덮쳐온다고 느낄 때라면 기억해. 이 세상에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어, 하나도 없어. 그러곤 생각하는 거야. 맙소사, 난 주인공이라 이래. 주인공은 원래 파란만장한 거야. 이 세상에 사랑이 가득하고 유복하며 서로 사랑하는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조금만 공부해도 막 1등 하고 친구들에게는 언제나 인기가 많고 나만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있으며, 아무리 먹어도 이상하게 살이 안 찌고 햇볕에서 놀아도 피부가 하얗기만 한 데다 검고 부드러운 머리털이 풍성하고, 결혼을 했는데 시댁은 교양이 넘치고 남편은 돈도 잘 벌고 나만을 사랑하며 아이들은 착하고 공부 잘하는 주인공을 본 적이 있니? 그런 사람은 이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지만, 있다 해도 그의 인생이 대체 누구에게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이겠니? --- 「열두 번째 편지_ 오늘 죽거나 백 년을 살거나」 중에서 사랑하는 딸, 엄마는 결코 너를 내 곁에 묶어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네가 오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내게 오라고 강요하지 않기로 했어. 우리는 떨어져서 서로 잘 존재함으로써 좋은 사이가 되는 걸 테니까. 하지만 엄마의 새벽이 너희에게 보내는 축복의 기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잊지 마라. 세상의 비바람이 거셀 때, 설사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너를 외면할 때조차도 엄마는 너의 편이라는 것, 엄마는 너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설사 네게 기쁜 일이 있어 그걸 굳이 엄마와 함께 나누지 않는다 해도 네가 기쁠 때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기뻐할 것임을. --- 「에필로그_ 너를 응원해, 네가 어떤 삶을 살지라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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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결코 너를 내 곁에 묶어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떨어져서 서로 잘 존재함으로써 좋은 사이가 되는 걸 테니까.” 공지영 작가는 “30대에는 모든 아는 것들이 모르는 것으로 변해버리고, 가진 것도 없는 채로 기성세대가 되어버리는 듯 두려웠다”고 말한다. 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며, 한때 단단하다고 믿었던 기준들이 하나둘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이에 인생 선배이자 엄마로서 서른을 건너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두 편의 편지에 담았다. 작가는 딸이 물었던 질문을 떠올리며, 자신의 실패와 후회, 부끄러움까지 숨김없이 드러내고 삶의 내밀한 결을 공유한다. 부모와 자식, 사랑과 상처, 관계와 고독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특히 “원래 가해자는 기억을 못 하잖아”라는 문장은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의 상처를 놓치고 살아가는지를, 특히 가족에게 준 상처를 놓치는지를 날카롭게 환기시킨다. 또한 작가는 삶의 고통을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과정으로 바라본다. “고통은 블랙홀과도 같아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통찰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고통에 잠식되는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너를 응원해, 네가 어떤 삶을 살지라도” 이 책에서 말하는 ‘응원’은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다. 타인의 삶을 평가하거나 교정하려는 태도가 아닌, 각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윤리적 선언에 가깝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스스로의 삶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무엇보다 솔직한 인생 고백과 자기 반성, 고통 속에서 길어올린 깊은 깨달음을 특유의 매혹적인 문장에 녹여냈다. “‘이건 백 퍼센트라니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힘겹게라도 3퍼센트의 공간을 남겨 두어라” “어떤 시련이 왔을 때 함부로 네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마라. 네 마음은 그런 문제로 다치기에는 너무도 소중하니까” 등 판단과 확신에 대해 경계하고, 외부 문제와 자신의 마음을 분리해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한다. 또한 줄리언 반스, 데일 카네기, 스캇 펙 등의 저서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복잡성을 사유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을 전한다. 이 책은 삶의 어느 지점을 지나든 흔들리는 순간마다 스스로를 붙잡을 수 있는 문장들을 듬뿍 담고 있다. 살다가 한없이 가라앉을 때, 두렵고 불안할 때, 막막하고 답답할 때… 이 책을 펼쳐본다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그 삶을 끝까지 살아가라고 말해주는 조용하고도 강한 응원의 문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