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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ji Nojima,のじま しんじ,野島 伸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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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모든 방송 관계자들이 ‘현대 일본 방송업계의 총아’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업계 최고의 히트메이커 노지마 신지(野島伸司)는 일본 드라마를 상징하는 아이콘과도 같은 스타 극작가이다.
일본 현대사회의 암부(暗部)를 독특한 시점에서 날카롭게 바라보는 동시에 인간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따스한 시선으로 다뤄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노지마 신지의 작품들은 마음 속 깊이 스며드는 감각적인 대사 처리와 당대 최고로 평가 받는 드라마 음악 선곡 능력이 더해져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01번째 프러포즈>에서 현실의 벽을 뛰어 넘은 순수한 사랑을 노래했던 노지마 신지는 이후 또 다른 대표작 <세기말의 노래>를 통해 조금은 어둡고 힘겨워진 사랑관을 피력한 바 있는데, 그는 이 작품에서 ‘사랑이란 끝나지 않는 것이며, 추억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 그에 공감한 많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소설 <스코틀랜드야드 게임>에서 노지마 신지는 전과는 사뭇 다른, 따스하고 상냥하며 조금은 판타스틱한 사랑관을 주창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총 24턴으로 구성된 동명의 유명 보드게임의 형식을 차용하여 24일 동안 전개되어 가는 러브스토리의 향방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과 가슴 아프게 사랑을 떠나보낸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나 한 방향의 주제에 맞춰 정해진 길을 달려가는 기존의 사랑 이야기와는 달리, <스코틀랜드야드 게임>의 사랑은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며 독자의 마음속에 살며시 스며든다. 쉴 새 없이 두뇌를 사용하고 같은 팀 동료의 의견을 구하며 길고 짧은 전략을 세워가야 하는 보드게임의 그것처럼, 주인공 이시이 타루토(石井樽人)는 우연히 만나 한 눈에 반한 그녀 스나가 안(須永杏)의 사랑을 얻기 위해 친구 쿠키 나츠히코(久喜夏彦)의 도움을 받으며 난관을 거쳐 나간다. 우연처럼 살구, 타르트, 쿠키라는 달콤한 이름을 가진 세 사람이 만들어가는 메르헨 -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달콤하거나 향기롭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것이다. 원거리 연애중이라던 안은 사실 3년 전에 사랑하던 연인과 사별한 상처를 품고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가고 있고, 그녀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이 되고자 했던 타루토는 스스로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무심결에 형성해 왔던 사랑관이 지금 사랑을 하려는 당사자를 얼마나 힘겹게 하는지를 피부로 느껴가며 그녀에게 힘껏 헤엄쳐간다. 24일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다이내믹한 대화를 통해 펼쳐져 나가는 세 사람의 감정 묘사는 그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 필자의 시점이 내내 타루토만을 좇고 있기에 독자도 타루토를 위주로 책을 읽어나가게 되지만, 충격의 반전을 거쳐 대단원에 이르러 책을 덮고 나면 비로소 물밀듯 밀려오는 세 주인공의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이 부분에서 노지마 신지의 극작가로서의 완숙함이 빛을 발한다. <스코틀랜드야드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 전달은 대부분 대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작가는 철저히 객관적 시점을 유지함으로써 독자를 안심시켜 놓고, 치밀하게 구성한 대사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져가는 것만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해간다. 그리고 타루토의 심리를 위주로 스토리를 따라가던 독자는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한 편의 멋진 드라마를 본 것처럼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들이 사랑스럽고, 안타깝고,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 노지마 신지 식의 새로운 러브 판타지 메르헨은 비로소 독자들의 마음속에 따스하고 달콤한 행복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대 TV드라마의 성패 여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군상을 냉철하게 분석, 수요층의 니드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여 표현해내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일본 드라마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기 작가 노지마 신지는 현대 일본 사회와 일본인들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날카로운 관찰과 분석의 결과를 경쾌하고 위트 넘치는 화법으로 풀어 나가는 기술, 그것이 노지마 신지가 갖고 있는 최고의 무기이자 마케팅 포인트가 아닐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관계’의 문제,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천착하면서도 결코 따스함을 잃지 않는 그 시선이야말로 노지마 신지를 최고의 위치에 있게 하는 근본적 이유일 것이다. 모두가 원하고 갈구하는 ‘사랑’이라는 것의 본질 역시도 조금은 비현실을 지향하면서도 사실은 결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비현실적인 순애물(純愛物)인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결코 현실에서 등 돌리는 법은 없는 노지마 신지의 사랑 이야기 - 대중이 픽션을 즐기며 원하는 비현실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얻고자 하는 현실에 대한 해답이 그 안에 공존하고 있다. “베이비, 실연도 사고도 사랑이 죽었다는 건 마찬가지야.”라는 쿠키의 말이나 “정말 사랑했다면, 사랑하는 이는 사라진 이후에도 네 행복을 바라고 기뻐해 주지. 그러니까 그 자리에 멈춰서 있지 말고 새로운 현실의 사랑을 하자.”라는 타루토의 말은 곧 사랑의 본질과 그로 엮인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노지마 신지가 새로이 제시하는 해답지가 아닐까. 그는 <스코틀랜드야드 게임>을 통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히트 이후로 한동안 일본 러브스토리의 주류를 형성해온 ‘연인의 죽음 후에 남겨진 사람의 눈물겨운 순애보’ 스타일을 포근하게 끌어안은 위에 가득한 행복감을 더하여 새로운 순애물의 세계를 제시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