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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Russell McE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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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15일, 토요일 새벽 3시 40분. 영국 왕립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이자 뇌수술 분야의 권위자인 헨리 퍼론은 평소와는 다르게 이른 시각 잠에서 깨어나 창가로 다가간다. 안락하고 견고한 삶의 상징인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저택 삼층에서 샬럿 광장을 굽어보던 그는 우연히 불붙은 비행기 한 대가 시내를 가로지르며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이 풍경은 불길한 하루의 전조처럼 그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고, 평범하게 흘러가리라 예상했던 일상은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끔찍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건강하고, 유복하고, 유능한 전문직 엘리트인 마흔여덟 살의 헨리 퍼론. 이언 매큐언이 묘사하는 퍼론의 모습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자신감을 갖춘,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완벽하고 견고한 런던 상류층 삶을 누리는 그의 일상 속으로 전혀 예기치 못한 폭력과 범죄가 치고 들어온다. 동료 의사와의 스쿼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메르세데스 S클래스를 몰고 거리로 나간 헨리 퍼론은 뒷골목 건달인 박스터가 모는 BMW와 사소한 접촉 사고를 낸다. 이날은 마침 “대영제국이 생긴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반전 시위가 벌어진” 날로, 시내 곳곳의 교통이 통제된 상황이고, 사고가 난 지점에는 통행하는 차들도 경찰도 행인도 전혀 없다. 쌍방 과실에 해당하는 사고였지만, 박스터 일당은 헨리 퍼론의 고급 차를 보고는, 돈을 뜯어낼 요량으로 사이드미러가 떨어져나간 것을 빌미로 협박을 한다. 그러나 헨리가 그들의 터무니없는 시비에 응대하길 거부하자 곧바로 주먹이 날아온다. 그제야 퍼론은 상대를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는 생각을 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그런데 마침 그의 눈에 박스터의 안면근육 경련과 안구운동 장애 증세가 발견된다. 퍼론은 박스터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는 불치병인 헌팅턴 병에 걸렸음을 눈치 채고, 자신이 의사임을 밝힌 다음 병에 관한 얘기를 꺼냄으로써 박스터의 주의를 돌린다. 결국 자신의 전문 지식과 의사로서의 권위를 이용해 무사히 위기를 모면한 퍼론은 그날 하루를 계획한 일정대로 움직인다. 이윽고 날이 저물고, 6개월 만에 파리에서 돌아온 딸 데이지와 장인어른, 아들 테오가 속속 집으로 도착한다. 그러나 퍼론의 저녁 만찬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아내 로설린드 뒤에 칼을 들이댄 박스터와 그의 똘마니가 따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