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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버찌가 익을 무렵 종달새 우는 아침 가을바람이 실어 온 편지 수만이의 병 글짓기 시간 밤중의 교실 현수의 나팔 동시 학교 꿩 한낮에 일어났던 일 길 첫날 산 작품 해설 |
李五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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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 붕, 부붕붕……
현수가 다섯 번째 나팔을 힘차게 불었을 때는 대포와 탱크 같은 것들이 삐그덕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굴러 와 쌓였습니다. 어린이들은 소리를 치면서 만세를 불렀고, 대포와 탱크의 수는 너무나 많아 셀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산더미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이 세상에 이렇게 놓은 산이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탱크와 대포들의 줄이 어지간히 다 끊어졌을 때, 현수는 또 한 번 나팔을 불었습니다. 여섯 번째 나팔입니다. 이번에는 까맣게 쳐다보이는 쇠붙이의 산꼭대기에서 한 줄기 연기가 터질 듯 솟아오르더니, 활활활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어린이들은 물 끓듯이 야단치며 좋아했습니다. 토끼같이 뛰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이윽고 쇠붙이의 산더미가 다 녹고, 온 하늘을 사를 듯하던 불꽃이 수그러지더니, 그 속에서 굉장히 커다란 종이 나타났습니다. 아마 그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도 몇 시간이 걸릴 듯한 종입니다. 이렇게 큰 종이, 사발같이 커다란 별들이 온 하늘에 떠서 낮과 같이 밝은 하늘에 뎅겅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현수는 마지막 일곱 번째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러자, 그 커다란 종이 아무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울었습니다. 우우어엉…… 이렇게 웅장한 소리는 이 세상이 생기고 처음입니다. 이 종소리는 먼 별나라에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온 하늘의 별들이 한층 더 밝은 빛을 내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별들에서는 참으로 아름다운 음악이 화답해 울려왔습니다. --- pp.95-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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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 묶음집은 원래 종로서적출판주식회사에서 1987년에 냈다가 절판한 책을 다시 새롭게 낸 것이다. 그런데 1987년 판에는 열세 편 말고도 네 편이 더 실려 있다. 하지만 이 네 편은 동화라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워 이번 동화집에서는 뺐다.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이 동화집을 내려고 손수 다듬어 놓으셨다. 그런데 선생님도 이번 동화집에서 뺀 수필은 따로 다듬어 놓으시지 않으셨다. 아마 선생님도 책을 다시 내게 되면 이 네 편을 빼고 낼 마음이었던 같다. 선생님 삶과 글이 그렇듯 선생님의 동화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관료 정신에 얽매여 있던 한 교장 선생님이 어렸을 때 일을 생각해 내고, 결국 어린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자신이 얼마나 꽉 막혀 있는 어른이었는지 깨닫는 동화 〈버찌가 익을 무렵〉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본성을 억누르는 것에 맞서 스스로 그 본성을 지키려는 아이들을 통쾌하게 그려 낸 동화 〈종달새 우는 아침〉과 〈꿩〉이 있다. 또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을 우리와 똑같은 ‘목숨’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동화 〈가을바람이 실어 온 편지〉 〈수만이의 병〉 〈한낮에 일어났던 일〉이 있다. 물론 선생님이 늘 말해 왔던 우리 나라 글쓰기 교육의 문제를 다룬 동화 〈글짓기 시간〉과 〈동시 학교〉도 있다. 또 우리 아이들이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고 글로 쓸 수도 없는 이야기를 써서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 주는 동화 〈밤중의 교실〉도 있다. 또 아이들이 읽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화 〈첫날〉이 있다. 또 읽는 내내 마음이 더없이 경쾌해지는 판타지 동화 〈현수의 나팔〉도 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잔잔히 울리는 동화 〈길〉과 〈산〉이 있다. 읽어 보면 느끼겠지만 요즘 동화와 견주어 보면 실로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다룬 동화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