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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라고둥의 나선 속에서
껍질 벗는 법 가르치는 바다 부음을 듣자 연꽃이 보고 싶어졌다 개숫물의 소용돌이와 티벳의 만다라 조개들의 시간 바다 앞에서의 오만 바다로 나가기 직전의 점치기 순간일 뿐인 나의 시간 2. 섬의 미학 섬, 은밀하게 정들여놓은 알몸과 영혼 섬이 섬인 까닭은 파도, 우주의 시계추 가두기와 놓여나기의 황금비율 원초적인 교접의 원리 바다는 왜 성의 쾌락을 가르치는가 개오지와 오짓개 구멍을 만들고 물건을 담다 꽃이라는 음험한 구멍 섬을 파괴하는 것, 나를 파괴하는 것 3. 바다, 그 영원한 허무의 치마폭 철학과 신화가 사는 바다 모든 것들은 헤엄쳐 돌아온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보인다 사람의 옷에 대한 집게와 참게의 견해 시끄러움과 고요함에 대하여 그물 씻는 어부처럼 영혼을…… 그물에 대한 맹신 로맹가리의 해류에 대한 무식 파도만 보고 물을 못 본다 4. 향기롭게 살아가기 눈에서 향기 뿜는 처녀 이야기 역한 냄새와 황홀한 향기의 사이 한여름밤의 꿈꾸기 가리비 조개의 죽음 겨울 밤바다의 파도 앞에서 갯바위 틈에 사는 실거미의 눈 파랑새가 승률조개 속으로 들어갔다 감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온 바다 5.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작아지고 있을 때 발자국에 대하여 나무 심기 혹은 우주 장엄하기 아, 사랑해야 한다 '무득이'에 대하여 꽃과 향기 되기 스님, 백련 구경 가십시다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박힌 돌 뽑아내기 순비기나무 6. 글쓰기 혹은 절망 이겨내기 글, 영혼의 무늬와 향기 글 속의 진실에 대하여 시체를 본 까마귀처럼 두꺼비와 메추라기와 지네와 말, 그 수시로 변신하는 요술쟁이 아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막내아들 강인에게 내 딸, 강에게 큰아들 동림에게 |
HAN,SEUNG-WON,韓勝源, 호 : 해산海山
한승원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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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절에 가더라도 부처님께 절을 하지 않았다. 함께 간 아내보고만 절하고 나오라 하고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곤 했다. 결혼식이나 영결식에 참례하기 위해 교회나 성당에 가도 예수나 성모상을 향해 고개 숙여 경배하거나 기도를 하지 않았다.
나는 망망대해 속에 혼자 외로이 떠 있는 배 한 척이나 무인도 같은 존재일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무신론자를 자처하고 있었다. 드높은 곳에 있다는 그 어떤 외경스러운 존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살고 있었다. 그것은 젊은 시절의 건방짐이고 오만이고 객기였을 터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중하고 곱게 절을 하곤 한다. 어떤 생각으로 절을 하는가. 바람 빠진 튜브처럼 쭈그러들어 있을 때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고 그 속을 다시 부풀려줄 수 있겠다 싶은 책들을 한아름 보듬고 온다. 삶에 켜켜이 먼지가 쌓여 있을 때, 그것을 날려주는 바람이 불어주지 않을 때 산책을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헤매이기도 한다. ---pp.171~1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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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학교의 한 학생의 수업일기"
한승원의 바다는 '가시적인 바다'와 '비가시적인 바다' 두 가지가 있다. 그는 "비가시적인 바다를 화엄의 바다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미지의 세계와 희망과 화엄의 바다에 대하여 더 공부해야 하고, 그 결과로 말미암아 찾게 된 새 진실 속에다 나를 파묻기 위하여 이리로 왔다"며 어부에게서 배운 대로, 자신의 이끼 낀 영혼의 그물을 파도와 바람에 주물러 빨고 헹군 다음, 모래밭에 널어서 보송보송하게 말린다.
'바다를 알면 세상을 알 수 있다'는 그의 한결같은 믿음은 "바다는 육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흘러가 모이는 곳이다. 영산강물, 섬진강물, 한강물, 황하강물, 갠지스강물, 세느강물, 메콩강물 나이아가라 폭포물… 세계의 하폐수들이 다 흘러든다. 그 모든 물들은 원래 그 바다에서 증발되어 떠나갔던 것들이다. 머지않아 나도 그 바다로 흘러갈 터이다. 깜깜한 죽음의 시공. 흘러가 잠길 곳을 앞에 놓고 살면 오만해지지 않는다. 내 삶의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작품 한 편 한 편을 영(0=제로), 그 비어 있음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곤 한다"는 반성과 다짐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작가 한승원은 삶과 죽음이 거듭 교차하는 파도, 원초적인 성적 교접의 원리를 말해주는 바다와 섬, 갯벌밭과 그 속에서 자생하는 미생물과 게와 조개들의 무한한 시간 등 바다 속에 모든 생명의 생성과 소멸이 있고 우주 순환의 원리가 있음을 발견하고 자신의 고향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철학과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또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순리를 따르지 않아서 세상이 겉돌고 있음을 지적한다. 정약용의 〈현산어보(玆山魚譜)〉를 자산어보로 잘못 읽는 경우와, '효도'라는 주제로만 언급되어온《심청전》의 숨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무지나 잘못된 권력 행사로 인해 우리가 잘못 알고 행하는 것들이 많음을 지적한다. 이제 한승원은 회갑(回甲)을 넘겼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바다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은 '바다'라는 거대한 스승을 모시고 좀더 겸허해지고자 하는 한 소설가의 솔직한 내면 고백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