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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이 들어간 달을 조심하세요
꿈의 조각 면의 조각 데지 않도록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몸에 좋은 것도 적당히 악마의 키스 연기는 언제나 미인에게 간다 역자후기 |
Asami ishimochi,いしもち あさみ,石持 淺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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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곁들이지 않은 채 굴을 입에 넣고 씹은 후 그대로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생굴은 아무래도 약간은 비리다. 그 비린 맛이 아일러의 바다 내음과 스모키한 풍미 덕에 사라지고 영양 가득한 농밀한 맛만이 입 안에 남았다. 그래,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 p.14
이제껏 입을 다물고 있던 나가에가 불쑥 말했다. “그 슈퍼에서 잘못된 굴을 판 건 아니라고 생각해. 먹고 나서 배가 아팠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뭐라고? 나는 건성으로 듣고 있다가 그만 나가에의 말에 걸려들었다. 한 사람도 없었다고? 눈앞에 있는데. 굴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사람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가에가 히토에의 차분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을 힐끔거리느라 말할 기회를 놓쳐 버렸다. 나가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시와기 씨. 굴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건 거짓말이죠?” --- p.26 구마이도 따라했다. 하는 수 없이 나도 같이 치킨 라면을 공격했다. 누가 봤다면 이상한 광경이라고 했을 것이다. 젊은 남녀 네 사람이 한 방에 모여 앉아 다 같이 라면 봉지를 때리고 있는 모습이라니. 공포 영화보다는 부조리극의 한 장면에 가까울 것이다. --- p.49 “건배.” 남은 세 명이 따라 외치고, 수상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나는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손으로 집기 힘들 만큼 작은 라면 조각도 있었다. 먼저 1센티쯤 되는 면을 손가락으로 집어 그대로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처음엔 면이 부서지는 느낌이 났다. 그 다음으로 짠맛, 기름 맛 그리고 강한 스프 맛이 입 안에 퍼졌다. 딱 과자 같았다. 꿀꺽 삼키고 맥주를 마셨다. 혀에 남은 염분과 기름기를 맥주가 훑어내 입 안에는 스프 맛만 좋게 남았다. --- p.49-50 나가에는 쓰카모토 씨를 바라보았다. 라면 조각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여자의 마음까지 읽어 낸 그의 치밀한 두뇌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쓰카모토 씨는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입을 반쯤 벌리고 허공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스르르 일어섰다.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었다.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나가에 씨, 정말 고맙습니다.” --- p.71 나가에와 구마이, 그리고 나는 대학 시절부터 시작된 술친구다. 졸업을 한 후부터 지금까지 주로 셋이서만 모였는데 요 몇 년 전부터는 손님을 데리고 오는 것이 관례처럼 돼 버렸다. 새로운 사람을 초대하면 기분 전환도 되고 우리들끼리는 접할 수 없는 정보도 얻는 등,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손님의 취미였던 플라멩코만으로 3시간 넘게 떠들어댄 적도 있다. --- p.76 구마이의 조언대로 빵을 냄비 안에서 빙글 돌렸다. 빵을 들어 올리니 가는 실 모양이 생기면서 치즈가 빵을 에워쌌다. 나는 어릴 적 보았던 만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올랐다. 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입 안에 치즈 향이 퍼졌다. 유제품의 농축된 맛이 한꺼번에 혀 돌기를 자극했다. 그러나 결코 텁텁한 느낌은 아니었다. 퐁뒤에 넣은 백포도주의 청량감이 무겁게 느껴질 법한 치즈 향을 한결 가볍게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오리건산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여러 가지 과일 향에 탄산과 미네랄이 뒤섞인 신선하고 화려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천천히 삼켜 방금 치즈가 지나간 식도로 깔끔한 액체를 흘려 넘겼다. 소화 기관이 초기화되는 느낌에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84-85 이쑤시개로 찔러 소금을 약간 묻혀 먹었다. 갓 볶아서 따끈하고 특유의 쓴맛이 약간 났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 시즈오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처음엔 과일 향이 나다가 끝에 의외의 강한 맛이 은행의 씁쓸한 맛을 없애 주었다. 입 안에서 꽃이 피어나는 듯했다. --- p.151 그러고는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걸 알았는지 금세 나가에 얼굴이 붉어졌다. 좋았어!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나가에가 썰렁한 말을 해대는 걸보니 겐타를 데리고 온 보람이 있었다.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나가에의 동요하는 모습에, 늘 구닥다리 농담이나 하던 구마이가 여유로운 웃음을 날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웃기려고 결혼하는 건 아니겠지?” “아, 눈치 챘어?” 내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자 모두가 크게 웃었다. --- p.182 술을 입에 머금었다. 달달한 과일 맛이 살짝 퍼졌다. 그래도 역시 알코올 도수 40도. 갈색 액체가 목구멍을 뜨겁게 자극하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메밀로 만든 팬케이크를 베어 먹었다. 가장자리가 버터에 바삭바삭하게 구워졌다. 파삭, 소리 내어 한입 베어 무니 메밀가루의 소박한 맛과 촉촉한 버터의 깊은 맛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 p.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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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생각나는 술 한 잔 같은 소설”
- 양희승(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고교처세왕] 작가) “장르의 경계선상에서 탭 댄스를 추면서도 결코 발을 헛디디지 않는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매력적인 소설” - 다나카 요시키(『은하영웅전설』, 『아르슬란 전기』 저자) * * * 고단했던 한 주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그의 작은 원룸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집주인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똑똑하고 얼굴도 잘생긴 ‘나가에’. 까칠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친구 ‘구마이’와 털털하고 술 잘 마시는 ‘유아사’. 나가에의 두 오랜 친구와 이들의 모임을 빛내줄 새로운 손님까지. 식탁에 둘러앉아 그 날의 주제인 맛 좋은 음식과 술을 나누는 것이 모임의 가장 큰 즐거움! 하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치 필연처럼 손님들은 음식과 관련된 사연을 주섬주섬 풀어내기 시작한다.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딱딱하게 굳은 빵을 선물 받았다는 여자, 라면 부스러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크게 화를 냈다는 남자, 자고 일어난 남자친구의 입술이 퉁퉁 부어있었다는 여자. 언뜻 보기에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의 사연에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일본추리작가협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 평단과 대중이 주목하는 작가의 최신작 데뷔 이래 끊임없이 미스터리 소설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아온 이시모치 아사미의 최신작. 작가는 충격적인 사건과 날카로운 논리, 놀라운 결말을 고루 갖춘 본격 미스터리 소설로 각종 미스터리 랭킹에 이름을 올려왔다. 그는 이처럼 치열한 두뇌게임과 반전이 펼쳐지는 작품뿐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수수께끼를 다루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도 호평을 얻어 왔다. 신작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또한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색을 보여준다. 총 일곱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각각 한 쌍의 술과 안주가 등장하며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싱글몰트 위스키와 신선한 생굴, 맥주와 짭짤한 생라면, 백포도주와 향긋한 치즈 퐁뒤, 일본식 소주 아와모리와 부드럽게 푹 익은 돼지고기 찜, 사케와 고소한 볶은 은행, 브랜디와 버터에 구운 바삭한 메밀 팬케이크, 톡 쏘는 샴페인과 훈제 연어. 절묘한 궁합을 이루는 술과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는 세 친구의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임에 초대된 손님의 사연에 감춰진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정교한 과정이 이 소설의 묘미이다. “지치고 마음 복잡할 때, 뭐 특별할 거 있나. 간단한 안주에 술 한잔하면 딱이지.”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시간, 누군가의 가슴 훈훈한 진실이 밝혀진다. 누구에게나 몸과 마음이 고단하고 허기지는 때가 있기 마련. 집으로 돌아가 잠들고 싶지만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운 때도 있다. 그럴 땐 간단한 안주에 술 한 잔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이 소설에서는 그런 이들이 나가에의 작은 원룸을 찾아온다. 맛있는 술과 안주가 있고,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있는 곳. 털털하고 매력 있는 두 친구는 시종일관 만담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비범한 두뇌를 가진 나가에는 등장인물의 사연과 고민을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이시모치 아사미의 기존 작품들에 비하면 소박하고 일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소설 또한 작가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소설 속 사건과 인물들의 말에 담긴 수수께끼는 논리적으로 분석되고, 이것이 인물의 심리 분석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그것이 감정이라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보여주는 명확함과 빈틈없는 설득력이 한층 더 깊은 여운을 가져온다. 생생한 맛의 묘사, 유머를 잃지 않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 때론 뭉클하고 때론 놀랄만한 진실과 반전이 어우러져 읽는 이들을 기분 좋게 취하게 한다. 미식 미스터리, 연애 미스터리, 심리 미스터리 등 한 가지 이름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일본 독자 서평* - 배가 고파지는 소설! - 음식과 작은 수수께끼들이 어우러진 맛있는 소설. 마지막까지 웃으며 읽게 된다. - 애주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 이야기에 등장하는 술과 안주의 조합은 꼭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 - 마지막의 예상치 못한 반전이 놀라웠다. 미스터리를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머리 좋고 잘생긴 나가에와 잡학박사 구마이, 털털한 나쓰미.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