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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나파밸리 와인 × 로스트비프 -007 하루씩 차이 난다 쌀 소주 × 연어 술지게미 절임 -045 일단 헤어졌다 다시 합친다 사케 × 오징어내장구이 -083 어느새 다 되어 있다 사오싱주 × 닭날개조림 -121 ‘적절히’라는 말의 뜻을 모른다 샤르도네 와인 × 삼겹살구이 -157 문어 안 든 다코야키 맥주 × 다코야키 -191 일석이조 시드르 × 핫샌드위치 -225 |
Asami ishimochi,いしもち あさみ,石持 淺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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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시 건배!” 젓가락으로 두툼하게 썬 로스트비프를 집었다. 한입에 털어 넣기에는 다소 고기 조각이 커서 입으로 반씩 뜯어먹었다. 갈수록 야만족 같다. 찰진 식감. 씹을 때마다 육즙이 줄줄 흘러나왔다. 야키니쿠나 스테이크와는 맛이 달랐다. 고기를 삼키고 레드와인을 입에 머금는다. 대체 얼마나 많은 포도를 가지고 와인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혀에 닿는 과즙 느낌이 대단했다. 쇠고기 맛에 지지 않을 정도의 강한 맛. 그래, 로스트비프랑 찰떡이다.
--- p.21 좁은 우리 집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이들은 계속 묵묵히 만화를 보고 있고, 지금까지 수다를 떨던 어른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가에의 말뜻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스코.” 나기사가 침묵을 깼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나기사는 뭔가가 마음에 안 들면 남편을 요스코라고 부른다. “무슨 뜻이긴.” 나기사의 남편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 쌍둥이는 초등학생이라고 생각 안 될 정도로 야무지다면서? 그러니까 그렇지.” “이해 안 돼.” 나는 그 즉시 대꾸했다. “설명해 봐.” --- pp.70~71 “잘 마시겠습니다.” 사케를 한 모금 마셔봤다. 똑같이 북서쪽 지역이라도 아키타산은 니가타산과는 풍미가 다르다. 니가타산이 담백하고 깔끔하다면, 아키타산은 또렷한 느낌. 이 술도 야무지게 각 잡힌 듯한 맛이다. 오징어내장구이로 젓가락을 뻗었다. 아직도 뜨거워서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향긋한 맛이 입안에서 톡 터지며 퍼져나갔다. 내장과 약간의 된장이 오징어 본래의 맛에 깊이를 더해준다. 잘 씹어서 삼키고 다시 사케 한 모금. 자칫하면 너무 강할 수 있는 오징어내장의 맛을 사케가 깔끔하게 씻어냈다. 그러면서도 뒷맛에 내장과 사케의 맛이 또렷하다. 정말 맛있다. “이거 정말 괜찮네요.” 겐타도 감탄한 듯 말했다. “오징어는 원래 담백한 맛인데, 이렇게 세게 간을 해도 자체의 맛이 그대로 남아 있네요.” --- p.90 “이 요리의 포인트는 오징어 살을 내장으로 간하는 거야. 그런데 오징어 본래의 맛과는 좀 다른 것 같아. 아이디어랄지, 기술이랄지, 그런 것의 결정체 같달까.” “뭘 그렇게까지.” 나가에가 웃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요리인 건 사실이야. 실제로 오징어를 손질할 때 한 번 내장을 빼잖아? 그다음에 간하는 단계에서 다시 몸통에 집어넣고. 일단 헤어졌다 중요한 순간에 다시 딱 합치는 느낌이랄까.” 제법 정확한 설명이다. 무슨 멜로드라마처럼 들리긴 했지만. 멜로드라마. 뭔가가 뇌 깊은 곳을 자극했다. 뭘까 생각하는 동시에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랬지.”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몰렸다. “아, 회사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생각나서.” “회사에서?” 나기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에서 오징어내장구이라도 먹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한 손을 휙휙 내저었다. “일단 헤어졌다 다시 합치는 이야기.” --- p.91 나도 닭고기를 집었다. 젓가락을 얹기만 해도 살점이 뼈에서 스르륵 발렸다. 살점이 크지는 않았지만 입에 넣기에는 딱 좋은 사이즈였다. 한 입 깨물자 맨 먼저 맵싸한 고추 맛. 곧이어 김치 전골 스톡에 든 어패류의 감칠맛.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소한 닭고기 맛이 입안에 퍼졌다. 따듯하게 데운 사오싱주도 한 모금. 뜨끈한 사오싱주는 설탕을 섞어 마시기도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넣지 않는다. 입에 술을 머금자 숙성된 감칠맛과 알싸한 맛이 닭고기 맛을 뒤따라 몸을 안쪽부터 훈훈히 데워준다. 그래, 정말 찰떡이다. “맛있네.” 나가에도 한마디 했다. “간이 너무 세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고. 딱 맞게 새콤하고 간간해.” --- pp.126~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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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후속작
계속 읽고 싶은 맛있는 미스터리 편안한 집, 오랜 친구, 군침 도는 음식과 향긋한 술, 거기에 미스터리라니, 얼핏 들으면 안 어울리는 것 같아도 일단 손을 대면 계속해서 먹고 싶어지는 의외의 조합이다. 특히 절로 침이 고이는 음식 묘사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일상 미스터리를 보다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는지 궁금해진다. 이시모치 아사미는 생물학과와 과학부를 졸업했고, 2002년 데뷔한 이후에도 계속 회사 생활을 해왔다. 작가와 회사원을 병행하면서 상사와 직장 동료 사이에서 느끼는 사회생활의 애환, 아이의 입시 준비하는 부모의 고민 등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일상 미스터리’가 탄생한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만 한 부분은 그가 실제로 식품 회사에서 근무했다는 이력이다.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 음식 묘사를 생생하게 살려내었고,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이나 음식의 맛에서 실마리를 얻어 독특한 미스터리를 만들어냈다. 소설에서 추천하는 음식과 술의 조화가 완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며, 음식에 미스터리가 어울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나가에’의 이름을 본 순간 눈치챈 독자도 있겠지만 이 소설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베스트셀러 『나가에의 심야상담소』의 속편이기 때문이다. 술과 안주 그리고 일상 미스터리의 조화를 구현해 낸 『나가에의 심야상담소』에서 ‘나가에’는 처음 등장했으며 그때 수많은 팬들을 양산하여 작가의 대표작으로 급부상했다.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에서는 그 매혹적인 미식 탐정 나가에가 12년 만에 다시 한번 등장해 전작보다 더 푸짐해진 저녁을 대접한다. 앉은 자리에서 이야기만 듣고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뛰어난 지성인이자 미식가인 나가에의 재등장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특히 전작과 이어지는 디테일한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나가에’를 기다렸을 팬들에게 즐거운 선물이 되어줄 것이며,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이시모치 아사미 세계만의 신선하고 맛있는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미스터리를 위한 심야 식탁에 초대합니다 침샘을 자극하는 술과 수상한 사건의 절묘한 조화 누구나 사정은 있는 법이고, 한밤의 술과 음식은 즐거운 법이다. 그런 자리에서 떠도는 소문의 출처는 늘 막연하다. 그렇기에 전후 사정을 모르는 제삼자의 입을 통해 듣는 이야기는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상당하다. 납득 안 되는 일들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단순 가십거리가 되어 스쳐 지나가기 일쑤이다. 말 그대로 안주 삼아 떠들기 좋은 사연이다. 술과 안주가 있으면 으레 이야기는 따라오기 마련. 소설에서도 음식들과 더불어 이해되지 않는 일곱 가지 사연들이 등장한다. 아내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큰 안마의자를 받아야만 했던 이유, 쌍둥이는 왜 각자 하루씩 어긋나게 일과를 보내는 걸까? 싱글이자 사내 최고 인기 직원의 육아 휴직, 그가 출산 후 2년이 지나 결혼해야만 했던 기묘한 사정, 아이의 명문 중학교 입시를 느긋하게 대하는 엄마의 섬찟한 비밀, 빨래는 성실하게 하면서 청소는 대충하는 그 남자의 사정, 학벌 좋고 직장 좋은 남편과 이혼하길 잘한 이유, 아이는 왜 여름방학 숙제를 꼭 미뤄야만 했을까? 일견 소소한 사연들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귀가 맞지 않는다. 여기에 이시모치 아사미가 아끼는 안락의자 탐정, ‘나가에’가 등장한다. 그의 앞에서는 이해되지 않았던 에피소드들이 각자의 사정이 되어 윤곽이 뚜렷해진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사실이나 다소 찜찜할 수도 있는 내막, 상세하게 털어놓기에는 구질구질할 수도 있고 가끔은 귀엽기도 한 진실들이 밝혀지는 순간, 목 넘김이 깔끔한 술을 마신 뒤의 기분 좋은 개운함이 밀려온다. 이 책을 먼저 맛본 독자들의 찬사 - 이야기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흘러가다 마주하는 반전 - 읽는 내내 기분 좋아지는 맥주 같은 소설 - 이렇게 편안하고 군침 도는 추리소설이라니 - 술을 못 마시는 나도 술 마신 듯 기분 좋아지는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