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背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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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I씨의 증언 외에도 “친구가 ●●●●● 근처에서 K양으로 보이는 아이를 봤다”와 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밤에 ●●●●● 일대에서 K양을 보았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증언을 들어보면 대체로 목격자가 K양에게 말을 걸지 않고 도망치거나, 목격자가 말을 걸기 전에 K양 쪽에서 먼저 사라져 버린다.
--- p.18 이건 아마 우리 학교 애들밖에 모를 텐데, 그 일이 있고 나서 그 반장 여자애가 조금 이상해졌어요. 수업 중에 갑자기 일어나서 산에 가고 싶다고 막 소리를 질렀다나요. 그러다 학교도 점점 안 나오게 되었고. 몇 달 지나 죽고 말았어요. 선생님이 확실하게 설명은 안 해주셨는데, 자살했다나 봐요. --- pp.32-33 자살자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먼 곳에서 일부러 ‘죽으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어째서인지 다른 동에서는 그러한 일이 없었고, 5동에서만 뛰어내리는 일이 잦아서 아파트 주민들도 5동에는 그다지 접근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 p.102 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 ‘불가사의한 스티커’의 존재를 아시는지. 예전부터 본지 독자들에게 조사 의뢰를 숱하게 받아온 본 건에 대하여 이번에 편집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 p.104 당시에 제가 다녔던 긴키의 여고에서 한때 행운의 편지가 유행한 적이 있어요. 많이들 하지 않나요? 이 그림을 세 사람 이상에게 돌리지 않으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하는 그거요. … 그 행운의 편지가 보통 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어요. --- p.110 “나중에 통화 이력에 남은 전화번호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습니다. 간토에 있는 노인 요양원이었던 장소에서 온 전화였어요. 얼마전에 집단 자살로 뉴스를 탄 곳이죠. 거기서 절 불렀던 걸까요. 전화를 받지 않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 p.231 모쪼록 깊게 들어가지는 마시길. --- p.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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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렴… 여기로 와… 이리 오렴… 여기로 와…”
거미줄 같은 트릭과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결말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K양은 동급생인 Y양, E양과 함께 하교했다. K양은 Y양, E양과 헤어지고 홀로 골목에 들어섰다. 골목 입구에서 K양의 집까지는 40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그날 K양이 현관문을 여는 일은 없었다. K양의 집을 포함하여 주위에 있는 집의 실내나 마당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없었을뿐더러, K양이 실종된 오후 4시 무렵에 주택가를 오가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목격자가 전혀 없어 미제로 종결됐다.”(본문 중에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의문의 실종과 자살 사건부터 학교 괴담과 도시 괴담, 심령 현상과 귀신에 이르기까지 한 편 한 편이 일상과 맞닿은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 그 공포가 한결 즉물적으로 다가온다. 한밤중에 2층 창 너머로 나를 들여다보는 여자, 문 앞에 붙은 정체 모를 스티커, 의문의 투신자살이 이어지는 아파트처럼 얼핏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읽어나가다 보면 취재 중 실종된 편집자 오자와가 괴담의 중심지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 ●●●●●을 파고든 이유와 그곳으로 여자를 유인하는 정체불명의 집단,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난다. 마침내 작품 속에서 거듭해 나오는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오싹한 말투의 진의를 깨닫고 나면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린 듯한 예감에 숨이 턱 막히고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있을 법한 이야기, 친근한 공포라 더 무섭다” “나도 사건에 휘말린 게 아닐까? 소름이 돋아 두 번은 볼 수 없었다”라며 쏟아낸 현지 독자들의 반응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허구일까? 실제일까?” 압도적인 리얼리티를 구축한 생생한 공포의 세계 세스지는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정보가 있으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URL을 올렸다. URL은 소설 창작 사이트 가쿠요무로 연결된다. 세스지는 가쿠요무에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한 괴담을 연재하면서 동시에 실종된 동료를 찾는다는 메시지를 무작위로 공유했다. 지금 현실 세계에서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러한 모큐멘터리 수법은 연재 글이 올라올 때마다 ‘무심코 같은 장소가 있는지 찾아보았다’라고 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흉악한 괴물이나 악마처럼 초자연적 세계관을 빌려오기보다 일상적 공간을 무대로 하여 심리적 긴장감과 압박감을 유발하는 형식의 비중이 큰 일본의 공포물은 모큐멘터리 기법과 궁합이 탁월하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저자가 화자로 직접 등장할 뿐만 아니라 실제 지명을 대신하기 위해 ●●●●●로 표기한다는 설정, 실사 촬영 사진을 활용한 표지 디자인, 각종 기사문과 인터뷰 녹취록 및 인터넷 게시글 등을 발췌 형식으로 수록한 본문 구성, 권말에 밀봉해 실은 취재 자료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장치를 동원해 모큐멘터리 기법이 보여줄 수 있는 생생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마치 실화처럼 느껴지게 하는 리얼리티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단행본 출간 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는 에피소드와 중요 장면의 묘사를 추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필해 완성도를 높였다. 그 덕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일본 호러 작품의 수확”(가토 오사무, 아사히 신문 서평 위원)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한국판의 옮긴이 역시 “마지막 조각이 맞아떨어진 순간, 이차원의 퍼즐로 부감하던 공포가 삼차원의 내 일상으로 불현듯 들이닥친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흔히 공포 소설은 여름에 반응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세스지 작가의 등장 이후 일본에서 호러는 계절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지역인 긴키 지방을 배경으로 삼고 거기에 픽션 요소를 가미해 ‘어느 장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혹시 소설의 모델이 된 장소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아닐까 하는, 픽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망상에 빠져들게 하는 생생한 공포감이 이 작품의 이례적인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