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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시텐노지 붓순나무 영매사
제2막 신사이바시 붉은 목도리 제3막 우나기다니 부채 무덤 제4막 센바 붉은 지옥의 노래 제5막 시나노바시 색의 향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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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있는 것들은… 왜 저리 모여든 겁니까?”
무녀는 눈을 가느다랗게 좁힌 채 격자문 바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부러워서 그러지. 불러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도 말할래, 나도 말하고 싶어, 하고 술렁술렁 성가시게 떠들어 대면서 샘내고 조르는 게야.” 무녀가 옆에 놓아두었던 붓순나무 이파리를 한 장 뜯어냈다. “정신 사납게시리.” ---p.11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눈동자를 조금만 움직인다면 누가, 혹은 ‘무엇’이 나를 응시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시즈코의 얼굴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닌 무언가. 눈코가 일그러진 이형의 얼굴만 떠올랐다. 마주해 버린다면 비명을 내지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지도 모를 무언가. ---p.74 “내가 먹는 건 죽었는데도 여전히 자기가 살아 있다고 믿는 놈들이다.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이승을 어슬렁어슬렁 떠도는 그런 얼빠진 놈들을 배어 먹으며 배를 채우지. 애초에 그렇게 생겨 먹은 몸이거든. 네 주변에서 예를 하나 들자면, 후루세 소이치로.” 그것이 무슨 수로 내 이름을 알고 있는지 따위, 그때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네 아내를 먹고 싶다.” ---p.97~98 “열면… 열면 안 돼요.” 하녀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시즈코가 부르고 있어.” “저건 아씨가 아니에요….” 내 손목을 붙잡은 힘이 어찌나 센지 뼈마디가 아플 지경이었다. “저건… 저건 귀신이에요.” ---p.113~114 “히라노마치의 후루세 분자에몬입니다! 복을 내려주소서! 들리십니까, 에비스 님! 복을 내려주소서!” “참배 올립니다! 잊지 마시고 복을 내려주십시오!” “기시이야입니다! 들리십니까!” “…복을 주소서!” “…장사가 번창토록…!” “…후루세…!” “…잊지 마시고….” “…복을…!” “시끄러워!” ---p.224~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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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을 떼지 않은 저주의 부채와
백 년 넘게 이어져 온 가문의 탐욕 『온고쿠 : 망자의 터』 속 ‘소원 풀이’란 망자를 성불시키기 위해 고인이 생전에 빌었던 소원을 풀어주는 주술이다. 부채를 접고 펼 때 축이 되는 중심 부품인 ‘사북’을 떼어낸 부채를 내걸거나 높이 던져 올리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그러나 후루세 가문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기이하고도 비밀스러운 인습이 존재한다. 바로 ‘사북을 떼지 않은 부채’다. 소이치로가 죽은 아내를 다시 불러내기 위해 무녀를 찾아가 행했던 강령술은 수백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가문의 금기를 뒤흔든다. 거대한 저주의 축이 뒤틀리며 가문의 저주 아래 갇혀 있던 망령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망자의 미련을 끊어내던 구원의 도구였던 부채가, 산 자를 죽음의 행렬로 끌고 가는 매개체로 백팔십도 돌변하는 순간이다. 이 책이 자아내는 공포의 본질은 ‘나를 가장 사랑했던 존재들이 저주에 빠져 나를 죽이러 다가온다’는 잔혹하고도 애달픈 상황을 통한 내면의 붕괴에 있다. 생전 그대로의 목소리로 늦은 밤 자신의 이부자리를 찾아 침실로 돌아온 아내 시즈코, 아무 감정 없는 눈으로 아들의 어깨를 물어뜯는 어머니, 창백한 낯으로 입만 움직이며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까지. 소이치로는 이 기괴하지만 슬픈 죽음의 행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망자의 혼을 먹어 치우는 괴이가 선사하는 무자비하고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구원 보는 사람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괴이 에리마키. 타인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에 불과했던 이 괴이는 오랜 세월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직시한 인간 소이치로를 통해 각성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떠돌던 망령들을 먹어 치우는 행위는 단순한 포식이 아니다. 그것은 저주에 묶인 채 이승을 어슬렁대던 망령들을 ‘온고쿠’로 보내주는 무자비하고 잔혹하지만 성스러운 구원의 의식이다. 『온고쿠 : 망자의 터』는 정통 고딕 호러 미스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이자 상실과 미련을 거쳐 마침내 안식을 찾아내는 구원의 서사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독자들은 퀴퀴한 백분 향 너머로 찾아오는 기묘하지만 안락한 그곳, ‘온고쿠’의 실체를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