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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을 펴내며
머리말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 시인이 총살당하는 시대 파블로 네루다 ― 독재에 맞서 삶을 긍정한 시인 잭 시라이 ― 스페인에서 전사한 비국민 파블로 카잘스 ― 첼로와 지휘봉을 무기로 사코와 반제티 ― 20세기를 상징하는 사법 살인 에른스트 톨러 ― 바이에른 혁명의 한 줄기 빛 카임 수틴 ― 뿌리 뽑힌 자의 불안 바실리 칸딘스키 ― 대상이 나를 방해한다 에리히 케스트너 ― 잔혹한 시대의 증인이 되어 숄 남매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안네 프랑크 ― 희망 없는 죽음을 향해 살바도르 아옌데 ― 칠레의 길을 위한 싸움 빅토르 하라 ― 두 손이 으깨어지더라도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 새로운 인간을 향하여 폴 니장 ― 반격하는 앙가주망 프란츠 파농 ― 인간에게 절망하지 않기 위하여 프리모 레비 ― 미래를 위한 증인 갓산 카나파니 ― 팔레스타인인의 초상 하비 밀크 ― 게이 해방운동의 상징 사에키 유조 ― 일본과의 대결, 그리고 객사 아이미쓰 ― 국가가 강요하는 죽음을 꿰뚫은 눈 가모이 레이 ― 최후의 자화상 화가 마키무라 고우 ― 경이로운 혁명적 상상력 오구마 히데오 ― 마구 지껄여라! 하라 다미키 ― 온몸이 기도가 되어 가네코 후미코 ― 국가로부터의 독립투쟁 하세가와 데루 ― 새장을 박차고 날아오른 비둘기 리하르트 조르게 ― 일본의 침략전쟁에 맞선 스파이 오자키 호쓰미 ― 고독한 단독 혁명가 아그네스 스메들리 ― 세계를 질주한 프리랜스 혁명가 가와카미 하지메 ― 이상을 살아간 구도자 에브리 만 ― 부끄러움을 아는 소시민 안중근 ― 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김구 ― 파란만장한 역사의 파노라마 홍범도 ― 중앙아시아에서 스러진 항일의병장 김산 ― 비극 속에서 단련된 혁명가 양징위 ― 낮에는 만주국, 밤에는 양징위의 나라 이극로 ― 민족어 없이 민족은 없다 조문상 ― 죽음마저 빼앗긴 조선인 전범 김사량 ― 빛을 찾는 굴신운동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김지하 ― 민주화투쟁을 상징한 집합적 인격 박노해 ― 노동의 새벽을 노래한 얼굴 없는 시인 윤이상 ― 해방을 갈망한 상처 입은 용 이진우 ― 조선인 부락에서 나타난 괴물 양정명 ―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죄를 지고 오기순 ― 독재와 맞선 어머니 맺음말 ‘난민의 세기’에 새긴 묘비명 역자 후기 |
徐京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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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도 망명 유대인이었던 한나 아렌트는 20세기를 ‘난민의 세기’로 규정했다.
20세기 전반에는 주로 식민지배와 세계전쟁, 정치적 전체주의가 무수한 ‘난민’을 만들어냈다. 그 후반에는 냉전과 국지전쟁, 다국적기업의 지배와 수탈, 대규모의 환경파괴, 미디어의 폭력 등에 의해 그보다 더 많은 난민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내가 집필한 인물들은 대부분 사형, 전사, 암살, 객사,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이다. 얼핏 특별해 보일 수도 있을 그들의 ‘죽음’의 형태는, 이 20세기를 진실하게 살아가려는 이들에게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맺음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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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역사를 읽는 ‘다른’ 시선
서경식은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려 20세기를 ‘난민의 세기’로 규정한다. 자신이 발 디뎌야 곳을 박탈당한 이들을 양산해낸 것은 20세기 정치체제의 근본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였다. 전면적인 세계전쟁의 경험으로부터 20세기는 체제의 불안정성을 편견과 차별을 통해 재생산하고 이들을 끊임없이 추방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유지해왔으며, 추방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오히려 공동체에 대한 충성과 열광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그런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사람들 또한 있어왔다. 그들의 저항이 어떤 형태였건, 그 결말이 어떤 것이었건, 그들의 경험은 그 자체로 20세기의 본질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결국 이들이야말로 가장 ‘20세기적’인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읽는 것은, 그래서 역사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20세기, 스페인내전과 프랑코 독재는 민중을 사랑했던 젊은 시인을 총살했고(가르시아 로르카), 고향과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을 반파시즘의 깃발 아래 모이게 했으며(잭 시라이), 음악을 무기로 자유를 위해 싸운 음악가를 낳았다(파블로 카잘스). 나치 전체주의의 폭력으로 많은 예술가들과 양심적인 이들이 투쟁과 고난의 길로 나아갔으며(에른스트 톨러, 칸딘스키, 에리히 케스트너, 숄 남매), 유대인에 대한 탄압은 셀 수 없이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카임 수틴, 안네 프랑크, 프리모 레비). 칠레 피노체트의 쿠데타는 사회주의를 향한 평화적 실험에 열정을 바친 이들의 꿈을 좌절시켰고(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 독재에 저항한 시인에게 죽음을 안겼다(파블로 네루다). 라틴아메리카의 혁명전쟁은 새로운 인간의 이상을 향한 희망이었고(체 게바라),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지배와 차별은 서구 보편주의의 위선을 폭로하고 전 인류의 차별 없는 해방을 꿈꾸는 투쟁을 불러왔다(프란츠 파농). 역사의 희생자가 도리어 가해자가 되는 역설을 보여주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으며(갓산 카나파니), 미국의 이민자와 동성애자 차별이 강요한 죽음(사코와 반제티, 하비 밀크) 또한 있었다. 일본의 군국주의 침략전쟁과 맨몸으로 맞선 일본인들이(아이미쓰, 가모이 레이, 가네코 후미코), 반전과 공산주의의 이상을 위해 목숨을 버린 이들이 있었다(마키무라 고우, 하세가와 데루, 리하르트 조르게, 오자키 호쓰미, 가와카미 하지메). 독립을 위해 조국을 떠나야 했던 조선인들은 중국 대륙과 중앙아시아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했고(안중근, 김구, 홍범도, 김산). 조선어로 시를 쓰고 조선어를 연구하는 것이 곧 일제의 황민화정책에 대한 저항이었으며(윤동주, 이극로), 식민주의의 피해자이면서도 반강제로 전범의 위치에 서야만 했던 기구한 이들도 있었다(조문상). 해방 후에도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는 개인의 내면에까지 깊은 상처를 새겼으며(이진우, 양정명), 남한의 독재체제는 숱한 저항과 희생을 낳았다(김지하, 박노해, 윤이상). 독재에 굴하지 않은 많은 민중들의 삶 또한 거기에 있었다(오기순). ‘난민의 세기’에 바치는 묘비명 저자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바치는 묘비명을 새기듯, 이들의 신산한 여정을 간결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나간다. 곳곳에 이들의 묘비들로 가득한 20세기의 풍경은 어쩌면 암울하고 부끄러운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강렬하고 단단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뿐만은 아니다. 스스로 시대의 명암을 체현하고 시대의 진실을 증언하는 사람들의 목록은 이 책에서 언급된 것보다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말없이 죽어간 이들, 빈민, 서민, 병사, 유민, 선주민, 경계인, 피차별자, 비합법활동가 등”, “더 나아가 매일 기아와 전쟁으로 죽어가고 있는 제3세계의 민중들”, 이들을 추도하고 기억하는 일, 이들의 ‘묘비명’을 세우는 일이 21세기의 과제여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당위적인 요청이 아니라 여전히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