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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나를 둘러싼 터전의 새로운 모색
1. 누가 가족이며,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호주제 판례
2. 시집간 딸은 우리 가문 일에 참견하지 말 것! - 종회 회원 인정 판례


3. 우리 집 앞 러브호텔 - 러브 호텔 건축 관련 판례
4. 결혼한 여자는 직장을 떠나라 - 여성 조기 정년 판례
5. 용기 있는 선택, 공익 제보자 - 이문옥 감사관 사건
6. 죽도록 일하다가 진짜 죽으면 어떡하지? 술 접대 업무상 재해 판례
7. 나는 평등한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는가? - 선거구 간 인구 편차에 관한 판례
8. 왜곡된 의사는 진실한 국민의 의지가 될 수 없다 - 비례 대표 국회 의원 선거 및 기탁금 관련 판례

2장 잃어버린, 잊어버린 권리를 찾기
9. 꼭 먼저 검사받아야 하나? - 영화 사전 심의 판례
10. 음주 측정 거부, 진술 거부권인가? - 음주 측정 판례
11. 열 사람의 죄 지은 자를 놓치더라도! - 치과 의사 모녀 피살 사건
12. 대한민국 어디서나 집회와 시위가 가능할까? - 외교 기관 앞 집회 관련 판례
13. 화장실에서 인격을 찾다 - 유치장 내 화장실 설치 및 관리 관련 판례
14. 법으로 물에 잠긴 권리를 찾다 - 망원동 수재 사건
15. 나의 권리인가, 국가가 베푸는 은혜인가? - 노령 수당 지급 관련 판례
16. 소액 주주의 권리 - 소액 주주 대표 소송 사건
17. 무죄를 유죄로 보도한 언론은 무죄인가, 유죄인가? -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3장 작은 사람들의 작지 않은 외침
18. 보복 살해인가? 정당방위인가? - 성폭행 보복 살해 사건
19.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 직장 내 성희롱 사건
20. 자기 방어 소홀은 네 탓이오 - 여성 장애인 성희롱 사건
21. 갇힌 자의 주권 - 수형자의 선거권 행사 금지 판례
22. 나를 정정하라 - 성전환자 호적 정정 판례
23.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 양심적 병역 거부 판례
24. 무얼 해서 살란 말인가? - 시각 장애인의 안마사 독점 관련 소송

4장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재발견
25.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가? - 김 양식장 오염 사건
26. 가시넝쿨 속에서 핀 검은 민들레 - 박길래 진폐증 판례
27. 누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 양양 양수 발전소 판례
28. 가야산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은 안 돼! -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 판례
29. 베트남에 뿌려진 죽음의 가루, 고엽제 - 고엽제 피해 판례


5장 사건들, 그리고 끝나지 않은 논쟁
30. 악법은 법이 아니다! - 국가배상법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31. 끝나지 않은 평가: 역적인가, 의인인가? - 김재규 박정희 저격 사건
32. 상관의 명령에 따라 고문하는 것은 무죄일까? -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33. 매향리 쿠니 사격장을 아시나요? - 매향리 사격장 소음 및 오폭 피해 배상 사건
34.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 친일파 후손 땅 찾기 소송
35. 소멸 시효가 적용될 수 없는 경우도 있을까? - 최종길 교수 사망 사건
36. 낙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인가, 숨겨진 살인인가? - 임신 중절 수술 사유 판례
37. 북한을 이롭게 하면 남한에 해로운가? -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38. 그들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 낙천?낙선 운동 판례
39. 난 그가 어디 사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 청소년 성 범죄자 신상 공개 사건

저자 소개

저자 : 전국사회교사모임
1989년에 출범한 전국사회교사모임은 학교 현장과의 밀착성을 생명력으로 지금 우리의 교실에 적합하고 필요한 민주 시민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사회 교사로서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방향 감각을 갖추기 위해 정치, 경제, 법, 문화 등 사회 교과와 관련한 책들을 함께 공부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업 자료를 개발하였다. 연구 성과 및 문제의식을 보다 많은 선생님들과 공유하기 위한 교사 연수를 개최하는 등 연구 성과물을 대중화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이 책은 전국사회교사모임의 한 분과인 대안사회분과 교사들이 집필하였다. 대안사회분과는 인권, 함께 하는 공동체,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가치를 수업 속에서 실현하여 사회 교과의 대안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 활동을 하는 교사 모임이다. 지은 책으로는 《주제가 있는 사회교실(2004)》이 있다.

집필자 - 권태덕(구로중학교 교사), 김상희(도봉중학교 교사), 김선광(진건고등학교 교사), 김익갑(덕수정보산업고등학교 교사), 박은정(아주중학교 교사), 박재열(신일정보산업고등학교 교사), 엄인수(경일고등학교 교사), 유현진(구로중학교 교사), 이수영(방학중학교 교사), 임윤희(영서중학교 교사), 장경주(난곡중학교 교사), 정민정(북악중학교 교사)

자문위원 - 송병춘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9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780g | 188*254*30mm
ISBN13
9788958621973

책 속으로

2명의 저자와 공동으로 인터뷰를 하였다. 저자들의 목소리는 하나의 의견으로 정리하였다.

한국사회에서 법은 전문가들만이 발언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법 전문가가 아닌 교사로서 법에 대한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필요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법 과목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로서도 굉장히 어려운 과목이다. 사실 중고등학교 과정 사회과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과목은 아니다. 그만큼 어려워도 간과하고 넘어가기 쉬웠고 사회과의 재미는 다른 과목에서 전달하려 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처음 법을 배우는 시간이 중ㆍ고등학교 시기이고, 어쩌면 이때가 마지막이 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넘어 가기엔 법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직접 부딪혀 학생들이 좀 더 쉽게 법에 다가설 수 있도록, 법조문이 아닌 살아있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싶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런 학생들을 위한 대중서를 굳이 쓸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들은 지식은 있겠지만, 그들의 필요와 맞닿아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직접 쓰자고 교사들이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 사회에 팽배한 법에 대한 성역 같은 것이 이제는 무너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법 역시 사회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누구든 정치, 문화에 대해 말할 수 있듯이 법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법이 계속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말해지고 정의 내려졌기 때문에, 법이 오히려 더 선언적이고 화석화된 이미지로 일반인들이게 남아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전문화 세분화 될수록 법에 대한 일반인의 거리감은 더 커간다. 대중화되는 부분은 생활 법률 영역뿐인데 그 조차도 전문가를 통해서만 정의될 뿐이다. 그래서 법이 더 사회 현실이나 사회 문화와 섞이지 못한 채 말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시민으로서 법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해야 하고, 그러한 것이 법의 담론을 실제로 사람이 발붙이고 사는 현실로 돌려놓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히려 법을 사회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비판적 시민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판결문과 함께 판결문에 대한 비평을 추가로 실었다. 그에 대한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비평을 시도한 것이다. 이 비평은 법률적인 비평은 아니다. 사회 교사로서, 시민으로서의 비판의식으로 비평을 시도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무조건 진리이고, 일반 시민은 함구해야 한다는 면을 다르게 보려는 시도다. 우리가 시도한 것은 간단한 비평이지만 이러한 시도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결문을 직접 쓰고 해석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말해 달라.
가장 어려웠던 점은,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법에 관한 책을 쓰자고 무턱대고 덤비긴 했는데 사실 참고가 될 만한 자료들이 거의 없었다. 책의 구체적인 구성에 들어가기 전에 ‘법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에 토대를 잡기까지가 가장 어려웠다.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그 문제의식을 해명해 줄만한 법 교육에 대한 철학적 교육학적 토대가 사실 전무했다. 이런 기초적인 질문을 푸는 과정이 생각해 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무적인 작업에 들어가서는 우선 판례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이것 역시 자료는 사시용 책 밖에 없었다. 무턱대고 헌법, 형법, 민법 사시용 책들을 사놓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야말로 글자를 읽는 것이지 책을 법을 읽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름 독파하고 추린 판례가 120여 개가 된다. 여기서 사회적(현대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판례와 논쟁의 중심에 있는 판례 그리고 민법 관련 알아두면 유용할 것 같은 판례들을 추렸다. 이렇게 선정한 판례를 변호사들 그리고 시민단체와 함께 검토해 실제 50여 개의 판례를 집필했다. 책이 만들어 지면서 조금 더 추려 39개의 판례로 묶게 되었다.

실제 집필하면서는 ‘생각해 보기’ 코너에서 논쟁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실제의 판결문은 대부분 여러 가지의 논쟁들이 얽혀 있다. 그 중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논쟁을 잡아서 그 부분을 단지 법적 논리에 함몰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심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그 밖에 나의 가치관이나 세계관과 반대되는 논리를 동등하게 다뤄줘야 하는 과정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을 했고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판례를 통한 수업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학생들에게 사실 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고(뉴스 자료 등이 있을 때는 영상자료를 함께 보여주었다), 사건의 논쟁에 대해 간단하게 짚어주었다. 그리고 직접 학생들에게 두 의견으로 나눠 토론을 시켰다.
역시 학생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판례는 살인 사건이나 형사 사건 등이었다. CSI 등의 드라마에 익숙해서인지 형사 사건 판결의 논쟁에 대해 가장 쉽게 이해하는 듯 했다. 사실 처음엔 아이들이 어려워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잘 따라오고 또 재미있어 했다. 특히 흥미로워하는 점은 일방적으로 선생님의 이야기만 듣다가, 또래의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는 것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도 용기를 내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이 사회 수업을 지겨워하는 이유는 사회과 과목이 많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수업에서 실제의 사건과 예를 사용하자 흥미를 느껴하는 것 같다. 그리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도 ‘암기’를 하지 않아서이지, 자신의 시각이나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아이들이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자라온 배경에 따라(종교, 집안 환경 등) 절대 설득이나 타협이 되지 않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런 토론마저 없다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들어볼 기회조차 없겠구나 싶었다. 당장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본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논리를 가다듬는다는 것은 중요한 수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일반 교과는 대부분 이것의 정답이고 정의라고 알려 준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100%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불확실한 면, 아직 논쟁이라 말해지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데 한국사회는 두려움이 크다. 그것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사실 진리에는 더 가깝다. 당장 사회에 나가면 명확하게 선 그을 수 없는 많은 논리와 논쟁이 오간다. 그리고 이러한 논쟁이 불필요한 것도 해로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것이 지금 교육의 현실이다. 여전히 교과에서는 틀지어진 지식만 가르치면서 논술을 강화해 사고력을 기른다는 것은 아이러니일 수 있다. 이제 실제 교육이 실례와 다양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활용 역시 이러한 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사회교사로서 집필을 통한 교육 개혁 운동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사회과의 여러 주제를 다루고 또 교과의 틀에 한정된 책이 아니라, 더 사회적 현실과 소통하는 책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회 교사의 눈으로 본 우리 법 이야기 ― 이 책의 특징 1
이 책의 저자들은 중·고등학교 사회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공교육에서 처음으로 법에 대해 가르치는 이들이다. 사회 교사들이 현장에서 느낀 법 교육의 한계는, 한국 사회에 법 교육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다는 점이었다. 법은 왜 배우는지, 법이란 원래 선언처럼 존재하는 것인지, 단순히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원래 전문가의 영역이니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인지 등의 물음에 대한 답이 없었다. 이 책의 집필은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을 대신하여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또 하나의 한계는 사회과 과목의 생동감이 유독 법 과목에서만은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사회 교과는 다른 어떤 과목보다 사회 현실에 밀접한 과목이다. 법 이외의 사회 교과(정치, 경제, 문화 등)의 경우, 추상적이고 명제적인 한계를 안고 있더라도, 사회적 현상이나 현대사 등과 연동해 생동감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현행 법 교육은 화석화 된 법조문을 중심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기에 생동감 있는 수업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법에 대해서는 처음 교육받는 시기부터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러한 거리감은 성인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법은 어렵고 낯설며 동시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것으로 인식될 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사회 교사의 눈으로 본 법 이야기, 법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법 인식을 형성하고, 법조문과 현실 사회가 반응한 구체적인 결과인 판결문을 바탕으로 생생한 법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였다. 또한 법조문과 생활 영역의 일대일 대응이라는 생활법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 판례를 통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법과 관련하여 논리력, 비판적 사고력 등 고등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를 위해 단순히 법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판례 뿐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쟁점들을 드러낼 수 있는 판례들을 우선적으로 담았다. 여기서 법 전문가가 아닌 사회 교사로서의 특색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판례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주요 논쟁을 다시 읽는다 ― 이 책의 특징 2
법에 관한 교양서들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법에 대한 일반론 위주로 흐른다. 법이나 헌법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가 현실의 법에서 제대로 반영되는지, 법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등이 대부분이다. 판례에 관한 책은 고시를 위한 수험서나 외국의 역사적인 판례를 소개하는 책이 전부다.

이 책은 판례를 가장 전면에 내세워 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대중서로서 판례를 전면에 내세우고 판결문까지 직접 실은 첫 시도다. 판례는 법이 현실과 조우한 구체적인 결과물이자, 현재 우리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따라서 그만큼 생생할 수밖에 없으며, 법에 대한 거리감이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법에 다가갈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딱딱한 법률 조항을 그대로 해석하는 것에 비해 재미있고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팽팽한 논리의 대결과 그 결과로서의 법원의 판단은 그 자체로 긴장과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법의 가치를 ‘논쟁’과 ‘합의의 과정’에서 찾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미 합의된 결과로서의 법조문’이라는 권위에서 법을 가치를 찾기보다, 그 합의의 과정에서 어떤 논쟁과 논리의 대결이 있었고 한 사회가 그를 어떻게 반영하였는지에서 법의 가치를 본다. 즉, 고정된 논리가 아닌 시대가 빚어낸 새로운 가치에 민감한 법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실린 성전환자 호적 정정 판결의 경우, 87년부터 20여 년에 걸쳐, 찬반을 오가다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허가 판결을 이끌어 낸다. 즉, 판례에는 절대 진리가 아니라, 사회적 논쟁과 다양성 그리고 합의의 과정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법의 가치이자 권위로 보는 것이, 판례를 통한 법 교육이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변화를 이끌어 온 주요한 판례들을 다루고 있다. 호주제, 종회의 여성 회원 문제, 여성 조기 정년제, 공익 제보자 등 가정과 직장에서의 문제를 비롯해, 한 할아버지의 권리 찾기의 노력이 빚어낸 노령 수당 지급 관련 판례, 거대 기업에 맞선 소액 주주들의 소송,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 소송 망원동 수재 사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 온 김부남 사건, 환경권을 수면 위로 드러낸 박길래 진폐증 사건, 개인과 기업의 환경 오염 소송에서 입증 책임을 기업에게 준 김양식장 사건 등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주요한 사건들을 다룬다. 그런데 이 판례 목록에는 흔히 사법의 승리처럼 말해지는 진일보한 판례들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아직 논란의 중심에 있거나 약자의 입장에서 아쉬운 판결(양심적 병역 거부 위헌, 국가보안법 합헌, 낙천ㆍ낙선 운동 불인정) 들도 함께 실었다.

현대사의 주요한 쟁점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법이라는 주제로 현대사를 재음미해 볼 수 있으며, 헌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에서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역동적 과정을 주요 사건의 법적 해결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로써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합의 수준은 어디까지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시민의 것!’ 법을 보는 새로운 시각의 발견 ― 이 책의 특징 3
한국 현대사와 마찬가지로 법 역시 군사 권력에 굴복해야 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유전무죄’, ‘악법도 법이다’, ‘법은 되도록 멀리하자’ 같은 말들이 당시 만들어진 말들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아직도 공공연히 떠도는 것처럼, 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잔재는 지금도 남아있다. 법은 우리사회에 필요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기득권에 기울어 시민의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물론 단지 인식 뿐 아니라, 실제로 아직 법이 완전히 시민의 것이 되지 못한 면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견지한다.

하지만 이 책은 법에 관해 새롭고도, 적극적인 시각을 요구한다. 시민의 법이란 입장에서 법을 바라보면서, 일반 시민(서민)은 법의 피해자였던 것만이 아니라 동시에 법을 바꾸고 법의 권리를 찾아온 주체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법이 시민들에 의해 어떻게 한국 사회의 변화와 진보의 한 축을 이끌어 왔는지 주목한다. 더 중요하게는 그렇게 법을 움직인 사람들이 법관이나 법 그 자체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약자들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지금은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여성의 정년이나 환경권 그리고 성희롱에 대한 인식 등은 그것에 문제를 제기한 개인들의 법정 투쟁으로 얻어진 권리이다.

이 책을 줄기차게 관통하는 인식은 사회 변화나 진보의 한 축으로써 사법 재판의 가치를 평가함과 더불어, 그 재판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을 개개인의 시민으로 보는 법 인식이다. 단지 법이기 때문에 그것은 소중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시민들의 힘으로 힘들게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법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법 인식과 더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여기까지 왔는지 살펴볼 수 있으며,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즉, 또 하나의 민주주의 교과서로서의 역할에도 부족함이 없다.

구성상의 특징과 목차
이 책에서 소개된 판례들은 일차적으로 사회 교사들이 의미 있다고 판단한 사건을 뽑은 후, 법 전문가들과 시민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선정하였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의 실질적 신장을 가져오거나, 이를 반영하는 판례들을 우선적으로 뽑았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거나 아직도 논쟁의 중심에 있는 판례도 선정하여 스스로 논쟁의 중심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사회 교사와 학생들의 수업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사를 법이라는 주제로 재음미해보고 싶은 사람,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역동적 과정을 주요 사건의 법적 해결 과정을 통해 살펴보고 싶은 사람,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합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현재적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쟁점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의 근거를 알고 싶은 사람 들에게도 유용하리라 여긴다.

이 책은 가정·직장·마을 등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서의 문제,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작은 권리 찾기의 움직임, 여성·장애인·성전환자 등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문제, 환경 관련 판례,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는 사건 등 5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판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절은 판례와 관련한 사실 관계와 해당 법률을 먼저 소개하고, 각 사건의 쟁점을 보여줌으로써 해당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정리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어서 우리 사회의 현재적 합의 수준을 보여주는 판결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사회적 합의 간의 간극을 비교해 볼 수 있게 하였고, ‘한 걸음 더’라는 코너를 통해 해당 판결 이후의 사회적 움직임이나 다른 사회의 예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러한 단계별 구성은 법에 대한 어려움, 거리감 등을 없애고 자신의 생각, 나아가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사회적 합의인 법으로 다시 반영되는가를 보여주는 절묘한 구성이다.

추천평

이 책은 법조문 해설에 그친 과거 법 교육 교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법과 판례 속에서 대립하고 있는 가치를 생생히 보여 주면서,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을 위하여 주권자인 국민이 법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또한 대중적 스타일의 판례 분석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떠한 길을 밟으며 지금까지 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과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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