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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1부 경계에 선 코리안 디아스포라 1. 좌초로 치닫는 일본이라는 배|2. 5월, 정말 봄이 온 것일까|3. 에드워드 사이드를 생각한다 |4. 곤란한 시대를 건너는 법|5. 교양교육 홀대하는 일본의 대학|6. 대화의 문 닫은 ‘편지’를 받다|7. 망각의 늪에 빠진 일본의 ‘양민’들|8. 보수의 그림자 드리운 음악제|9. ‘중국’이라는 이름의 기관차, 어디로 돌진하고 있는가|10. 히로시마를 걸으며|11. 유대인과 아랍인의 ‘루트 181’ 동행|12. 망령이라도 되어 싸우리라|13. 자기성찰의 도시 베를린|14. 베트남전쟁은 끝났는가|15. 우리 양아들 아흐마드에게 2부 그립고도 낯선 고국 16. ‘밀수’의 추억|17. 서울엔 ‘홈리스’가 없습니까|18. 10년 전 개미구멍|19. ‘백장미’에 어린 나의 형|20. ‘성녀 전설’에 속지 말라|21. ‘센’이 모국어로 뭐더라|22. 죽은 자가 보내온 부음|23. 일본인입니까?|24. 고향의 봄|25. 휴대전화 개통 소동|26. 이학래 할아버지의 귀향|27. ‘나탈리 미희’가 떠나갔다|28. 통영, 그 앞바다|29. ‘님’의 문제|30. 동아시아, 건배를 하기엔 3부 독일에서 보낸 한 철 31. ‘모어’라는 감옥|32. 독일 수목|33. ‘소비 주사’에 취하지 마오|34. 내 아들 아흐마드는 무사할까|35. 좋은 사람|36. 어느 백인 남성의 질문|37. 모차르트와 함께한 나날|38. 당신의 ‘하이마트’는 어디죠|39. 고백 4부 시대의 증언자를 떠올리다 40. ‘한류 아줌마’ 퍼스트레이디|41. 악기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인데……|42. 영원한 쾌락의 길로 떠난 ‘일본 영감’|43. ‘면목 없음’의 부끄러움|44. 참극 생존자들이 세상을 저버리는 이유|45. 역사 참극을 상상할 수 없다는 그대에게|46. 나를 불러 세운 그림|47. 돌부처|48. 제3세계 출신 여성, 미국에서 교수 되기까지 5부 또 다른 경계에 서서 49.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혁명가의 생애|50. 아내의 기침에 떠오른 기억의 편린|51. 낯빛 흐린 여대생의 고백|52. 재일조선인 내 아버지의 초상|53. 어느 조선족 예술가의 초상|54. 역사의 거친 붓질에 휩쓸린 화가들|55. 별 헤던 시인의 고향은 사라지는가|56. 정신병 환자 또는 예술가 |57. 한·일 양국민 손에 쥐어진 내 운명은 옮긴이 후기 |
徐京植
서경식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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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혹했던 시대, 비탄에 잠겨 있던 어머니가 어찌 그토록 의연할 수 있었을까? 어머니가 자식에게 전향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은 이데올로기적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중략) 학교에서 읽기 쓰기를 배울 수 없었던 만큼 ‘애국심’이나 ‘국가에 대해나 충성심’ 따위의 쓰잘 데 없는 것을 주입받지도 않았다. (중략) 그런 어머니에게 필시 근대 교육이 가져다준 지식이나 이론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근대적인 개념에 지배당하지 않는 ‘지혜’와 같은 것이 있었다. 디아스포라이자 마이너리티라는 것은 이처럼 국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나 제도의 변방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p.33~34
테데스키나 프리모 레비는 평화를 위한 증인이었다. 스스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과 굴욕의 기억을 불러내 온몸으로 미래의 평화를 위해 증언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역사의 교훈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레비의 묘에 새겨진 수인번호는 증언자를 가볍게 여기고 쉽게 과거를 잊은 채 다음 전쟁을 향해 흘러가는 사람들에 대한 영원한 경고가 아닐까. ---p.50 멀리 일본에서 배달돼온 우편물 꾸러미를 풀어보고 환히 웃고 있을 아흐마드의 모습을 상상하면 뭔가 보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무엇을 보내야 좋을지 모르겠다. 애초에 그에게 선물을 보낸다는 행위 자체가 가당찮은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장식전구로 꾸며진 거리를 걸으며 우리 부부는 심란하다. …우리 아들 아흐마드야, 산타클로스는 없단다. 어른들에게 속지 말고 리얼리스트가 되거라. ---p.104 타자의 고통이나 과거의 고난에 대한 상상력을 지니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 그런 상상력이 있다고 간단히 얘기하는 건 불성실하며 심지어 위선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애써 ‘상상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방기하는 순간 시니시즘(냉소)이 개가를 울리고 참극은 반복된다. ---p.265 아버지는 두 아들의 모국유학을 누구보다 기뻐했지만 군사정권은 그 아들들을 1971년에 붙잡아 옥에 가두었다. (중략) 자식들이 재판을 받던 날 부모는 서울까지 방청하러 갔다. 거기서 아버지가 목도한 것은 심한 화상으로 얼굴에 붕대를 둘둘 감은 아들의 모습이었다. 말없이 교토의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방바닥에 퍼질러 앉아 다다미를 치며 호곡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p.305 일본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할 한국에서 만약 보수강경파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일본 보수파는 환호작약할 것이다. 미·일·한의 군사적 유대가 강화되고 전쟁의 악몽은 현실감을 한층 더해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나로서도 운명이 걸린 중대한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 국적 보유자임에도 ‘재외국민’이라는 이유로 여기서도 선거권을 주지 않는다. 내 운명은 한·일 양국 국민의 손에 쥐어져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두 나라 국민들은 너무나 위기감이 결여돼 있다. ---p.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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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늪에 빠진 ‘일반 시민’에게 던지는 경고문
최근 2년간 한국을 비롯한 세계정세는 어떻게 변했을까? 서경식은 마지막 꼭지에서 2005년 5월의 어느 날 밤에 우려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먼저 한국에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애써온 진보진영이 방향을 잃은 채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북조선’에 적대적인 보수 대선후보가 50퍼센트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 이후 한반도의 ‘평화 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일본은 어떤가. 패전의 교훈을 망각하고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데 안간힘을 쏟던 아베는 퇴진했지만, 후쿠다 야스오가 배턴을 이어받은 일본의 보수정권은 여전히 굳건하다. 비록 온건파라고는 하지만 아베의 강경일변도적 가치관은 그대로 후쿠다 내각에 의해 계승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선을 두어 달 앞둔 지금, 한·일 어디에서도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 재일조선인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게다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전세계를 위기일발의 상황으로 몰아붙인 부시 정권은 여전히 세상을 쥐락펴락하며 전쟁 시나리오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도 한·일 양국 국민은 한가로이 웃으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하루하루 살아간다. 비상구의 불을 켤 여지는 남아 있을까? 히로시마 원폭을 직접 체험한 소설가 하라 다미키는 한 시에서 “어리석은 우리는 파멸의 바로 한걸음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라고 노래했다. 저자는 하라 다미키의 시에 빗대어 최전방에서 전쟁 구호를 외치는 ‘수뇌’들을 저지하는 일보다, 눈 뜬 장님처럼 안주하는 일반 시민들이 진짜 눈을 뜨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스스로 ‘걸림돌’이 되기로 작정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독일에 가면 ‘걸림돌’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거리마다, 주택 현관 앞 여기저기에 네모난 금속제 판이 박혀 있다. 거기에는 나치 시절에 그곳에 살다 수용소로 잡혀간 유대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이송 날짜, 그리고 죽은 날짜가 새겨져 있다. 쾰른에 사는 한 독일인 아티스트가 시작해 독일 전역으로 퍼진 일종의 ‘기억의 싸움’이다. 걸림돌에 걸릴 때마다 사람들은 예전에 그곳에 살던 유대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떠올리게 된다. “그 돌에 걸려본 사람은 누구라도 과거의 역사와 현재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걸림돌’이야말로 자신의 역할이라고 인식한다. 망각의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스스로 걸림돌이 되어 끊임없이 싸움을 걸고 경종을 울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가 이 책을 통해 고집스럽게 동시대인들에게 호소하는 것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의 함양”이다. 프리모 레비와 에드워드 사이드, 하라 다미키, 브레히트,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시대의 증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되새김질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비상구의 불빛을 찾아, 오늘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승산 희박한 싸움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