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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발표회를 하는 날에도 직장에 다니시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언제나 할머니가 와주셨습니다.
타로와 겐보우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자 할머니도 연습을 시작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악보에는 도레미 대신 1,2,3이란 숫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타로가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자 할머니도 함께 한자 공부를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노트에는 예쁜 글자들이 가지런히 적혀 있었습니다. --- pp.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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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중에서
어머니는 쓰러지시기 직전까지 '자리 보존하고 누운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셨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멍청해지지 않으려고 책이나 신문을 항상 곁에 두고 사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리 보존하고 누워서' 자신의 의사는 단 한 마디도 표현하지 못하는 식물인간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상태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는 분명 마음속으로 한심한 자신의 모습을 무척 원망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사 표시가 거의 불가능해진 어머니를 봤을 때, 지금껏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라 여기며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온 저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성심 성의껏 어머니를 보살펴드릴 시간이 없을 것이란 생각에 간호 휴가를 얻어 어머니의 간호에 전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사형 선고를 받으신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와 간호하던 날들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 정말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긴 터널을 빠져나와 딸과 함께 이처럼 밝은 톤으로 그림책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당신의 생을 편안히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새삼 한 인간의 생명의 무게를 통감함과 아울러 환자 심신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자신의 일인 양 노고를 아끼지 않는 의료·복지 업무의 중요성과 숭고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그런 저의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족화가 진행되는 와중에서 '고령자'와 '어린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사회 현실입니다.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의 간호를 받으며 임종을 맞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면서도 가족들이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염려해서 혼자 사는 노인들……. 독신 생활을 하다 쓸쓸히 맞이하는 죽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이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노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이야말로 제 어머님처럼 많은 분들의 '걱정과 관심'을 버팀목삼아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의 간호를 받으며 임종을 맡고 싶다'는 바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한시라도 빨리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재택 간호 시스템이 완비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끝으로 출판하는 데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