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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풍경
산기슭의 물레방아 소리/연잎에 비 듣는 소리/봄물꼬에 물넘는 소리/여름산의 폭포 소리/처서 지나 듣는 여울물 소리/12월의 갈바람 소리/울돌목의 물돌이 소리/바닷가 조약돌 씻기는 소리/얼음장 밑 물 흐르는 소리/산골짜기 솔바람 소리/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바람 소리/바람에 낙엽 구르는 소리 2부: 자연 닭이 알 굴리는 소리/삽살강아지 밥 먹는 소리/잃어버린 봄, 종다리 노랫소리/딱따구리 나무 찍는 소리/겨울 하늘벽을 치고 내리는 매방울 소리/우리 숲, 새들의 소리/늦가을 밤, 기러기 울음소리/복사꽃 환한 그늘로 오는 뻐꾹새 울음소리/칠산바다 조기떼 오르는 소리/고즈넉한 밤의 개구리 울음 소리 3부: 일 농악 마당의 징소리/모 푸는 소리, 못줄 넘기는 소리/황금들판의 참새 쫓는 소리/영등달 바닷가 풍장 소리/봄 바다 숨비 소리/강마을 사람들의 뗏발치는 가랫소리/풀무간의 쇠치는 소리/지경 돋던 달구질 소리/제재소 통나무 켜는 톱질 소리/눈 오는 밤의 다듬이질 소리/소달구지 길 자갈 튀는 소리 4부: 삶 외할머니 부채바람 소리/기러기집 상여 나는 소리/장터 마당의 품바 소리/초당草堂의 부채바람 소리/서당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추석 무렵 장대로 햇밤 후려치는 소리/달밤에 우물 긷는 두레박 소리/봄날 안개 속의 뱃고동 소리/비 오는 날의 맷돌 소리/비 오는 날의 기적 소리/겨울 한밤중 가락국수 먹는 소리 5부: 마음 황혼 무렵에 듣는 범종 소리/아기 목구멍에 젖 넘어가는 소리/가을밤 풍경 소리/흙 마당 눈 쓸어내는 싸리빗질 소리/동안거 죽비 소리/여승의 염불 소리/산문山門 안의 법고 소리/달빛 아래 찻물 따르는 소리/제주 참받이물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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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학이 오면 외갓집에 가자
하늘의 푸른 별자리 옮기러 가자 모깃불을 올리고 멍석을 깔고 밀팥죽을 쑤어 먹고 나면 먹물 속 전설처럼 깔려 오는 푸른 하늘 별자리 옮기러 가자 날 새도록 얘기 한 대목씩 풀어 내던 외할머니 부채 바람 따라가자 하늘의 거인, 큰곰 작은곰 형제가 나란히 손잡고 나와 개밥별을 핥고 수레바퀴 자국 성큼성큼 길을 내는 우리는 밀림 속 도둑괭이처럼 울부짖으며 그 큰 수레발자국 따라가 보자. --- p.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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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고의 서정 시인 《산문에 기대어》,《아내의 맨발》의 송수권
시력詩歷 30년을 되짚어 끌어올린, 시 속에 묻어둔 소리 53 푸근한 향토적 이미지와 능청거리는 남도 가락, 순수한 우리 언어를 양팔로 보듬으며 정지용?서정주?김영랑 등을 이어 한국 서정시인의 계보를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송수권. 그가 30년 동안 써온 시들을 ‘소리’라는 렌즈를 통해 다시 돌아보고 되새김질해본다. 《소리, 가락을 품다》는 ‘귀명창’ 송수권이 발견한, 우리를 감싸온 삶과 자연의 소리에 그의 대표시를 곁들이고 어울려 엮은 산문집이다. 그가 찾아낸 소리를 따라 우리네 추억과 풍경과 삶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여행하다 보면, 그 감미로운 언어와 소리에 녹아 있는 다양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깊게 울리는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생생한 소리를 담아낸다. 군자의 푸른 연잎을 두들기는 빗소리, 군청색 바다에 뜬 휘파람새 같은 해녀의 숨비소리, 나직한 산 능선을 따라 길게 울리는 황혼의 범종 소리, 한여름 더위도 피해가는 외할머니 부채 바람 소리, 생흙 향기 물씬 풍기는 봄 물꼬에 물 넘는 소리, 새끼를 위해 한바탕 전쟁 중인 딱따구리 나무 찍는 소리, 산수진경의 여백을 우렁하게 채우는 여름 산 폭포 소리, 우주의 소리를 머금고 둥글게 울어대는 농악마당 징소리, 청자의 푸른 빛깔 속에 담긴 솔바람 소리……. 송수권의 소리들은 단지 귀의 울림에 그치고 마는 게 아니라 눈앞에 펼쳐지고 코끝에 풍기는, 입 안에 머물고 손끝에 전해지는 삶과 자연으로 독자를 이끈다. 징소리는 저 우주의 신비한 소리를 머금고 핀다. 그것은 우는 소리지만, 인간의 울음을 넘어서는 신명을 담고 있다. 징소리를 듣고 강물도 머리 풀어 울고, 풍물의 빠른 가락이 산하에 잠들어 있던 도깨비불도 일으켜 세운다. 차마 안 잊히는 혼절한 세월의 기억마저 풍물 소리에 녹아 들어가는 것, 징소리의 신명은 이렇게 자연에 내재된 생명의 리듬을 환기한다. 인간적 삶의 억눌린 부분을 해방시켜 우주적 생명으로 이끌어낸다. -113쪽, <농악 마당 징소리> 중에서 ◎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의 수상 작가 송수권의 오감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소리 예찬 토속어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 한국적 정서와 자연관, 생명의식을 표출해온 작가 송수권. 그의 오감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소리 예찬은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깊이 있는 문장과 어우러져 통째로 하나의 시가 된다. 또한 이 책에는 작가의 한국적이되 보편적인, 고전적이되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으며, 더불어 인문?예술적 정신과 삶의 지혜도 곳곳에 녹아 있다. 그의 눈과 귀가 포착한 풍경과 소리는, 우리네 평범한 감각이 미처 감지하지 못한 특별함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천고의 시간을 쏟아붓는 폭포 소리야말로 김수영의 시詩대로 ‘곧은 소리는 살아서 또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쏟아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태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여름 산에서 만나는 폭포 소리는 우리 영혼을 새롭게 일깨우는 소리이기도 하리라. 그곳 선녀탕에 들러 감는 내 머리의 터럭 하나가 표표히 흘러가, 봉래산 선녀들이 그것을 주워들고 100년도 안 되는 나의 삶을 저희들끼리 깔깔거리며 비웃는 웃음소리가 지금 그 여름 산의 폭포 소리 속에서 들려온다. -30~31쪽, <여름 산 폭포 소리> 중에서 범종 소리에는 한이 서려 있고 설움이 깊이 스며 있는 것 같다. 해 질 녘, 예배당 종소리는 땡땡 하늘로 흩어지지만, 범종 소리는 곡선을 타고 굽이굽이 한사코 나직한 능선을 따라 배를 깔고 기어 나간다. 가응― 가응― 그 울림이 이토록 서럽다. 아니 그 울림 자체가 곡선의 미를 이룬다. 마치, 그 영원이란 이승과 저승의 물이라도 비워 내듯이……, 그렇게 항아리처럼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죽어 묻힐 무덤까지 제 가락 제 설움을 취하게 하여 두고는 안 가는 데 없이 가는 것이다. -206~207쪽, <황혼 무렵에 듣는 범종 소리> 중에서 이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깨닫지 못했던, 혹은 사라져가는 삶의 따사로움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보면 아마도 한순간 수목원 산책로를 걷듯 향기롭고 행복한 휴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