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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와 한글
1장 한글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한글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 아버지를 살해한 김화와 세종의 충격 세종이 꿈꾼 문화 국가 삼강행실의 반포 2장 한글의 발명 최초의 언급 사대주의와 자주 정신 한글 창제의 정신과 훈민 철학 최만리의 반대 상소 한글 반대 상소자에 대한 세종의 처결 3장 위대한 창조자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한글 창제자에 대한 논란 세종의 친제설 - 편자일화 4장 세종의 사랑 노래 - 월인천강지곡 왕위에 오르기까지 아내 소헌왕후 하늘로 보낸 편지 5장 한글의 미래 독창적인 가획 원리 한글 쓰기의 자유로움 유전자적 특질들 한글과 음양오행 가장 진화된 문자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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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10년, 영남 강주에서 자식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지금도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은 언론에서 톱기사로 보도될 만큼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긴다. 그러니 500여 년 전, 효를 중시하는 유교 이념에 의해 운영되던 조선에서 살부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사건이었다.
세종은 고심하였다. 살부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 전체의 풍속에 관한 문제라 진단하고 신하들을 불러 모아 대책을 강구한다. 백성들이 알기 쉽게 그림을 그려 삼강행실도를 편찬하고 이를 배포한다. 세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무리 그림을 그려 이해하기 쉽게 효자·충신·열녀들의 이야기를 백성들에게 배포한다 해도 백성들이 그 뜻을 알지 못하면 모두 허사이다.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은 백성들이 문자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에 세종은 도달했다. 그리하여 세종은 갖은 노력 끝에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된다. 세계 역사상 전제주의 체제에서 왕이 일반 백성들을 위해 문자를 창제한 예는 없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소리글자의 발명과 그것의 보급은 지식혁명의 출발점이요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선업이다. 그러나 한글의 창제와 반포가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최만리를 비롯한 몇몇 신하들은 끈질기게 한글 창제와 반포에 반대하는 상소문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펴 나갔다. 심지어 최만리는 한글이 한낱 기예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하였다.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6개월 전 1446년 3월에는 끔찍이도 사랑하던 아내 소헌왕후가 세상을 떠난다. 상심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고초에도 세종은 1446년 9월 훈민정음을 반포하여 백성들이 쉽게 문자 생활을 하도록 하였다. 세종대왕은 조선의 국왕으로서 백성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준 것이다. 세종은 한글의 창제와 반포 과정에서 훈민정음 서문과 「월인천강지곡」에 재치 있는 수수께끼를 숨겨놓았다. 하나는 세종의 친제설과 관계된 것이고 하나는 세종의 아내 사랑과 관계된 것이다. 이 일화들을 통해 우리는 대왕으로서의 면모가 아닌,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한글에도 세종대왕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뜬 상형 원리, ‘ㆍ, ㅡ, ㅣ’에 형상화된 ‘天, 地, 人’, ‘ㅇ’과 ‘ㅇ’을 통해 알 수 있는 음양오행의 이치 등 세종은 기호 하나하나에 세밀한 의미를 두었다. 한글은 이렇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문자이다. 때문에 각 기호 하나하나가 별도의 의미를 가지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 ‘가획의 원리’는 실로 놀랄 만하다. ‘ㄴ’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으며, 여기에 ‘ㅡ’를 더하면 ‘ㄷ’이 된다. 획을 하나 더하면 ‘ㅌ’이 된다. 획을 추가할수록 발음의 세기 또한 커진다. 오늘날의 휴대폰 문자 시스템의 ‘획 추가’는 이 ‘가획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또 세종은 한 음절을 삼등분해 세 가지 소리에 초성, 중성, 종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고 난 다음 쪼개진 세 가지 종류의 소리들을 관찰해 보았다. 그는 종성이 초성과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적 대발견이었다. 세종 이전에는 그 어떤 과학자도 한 음절이 초성, 중성, 종성과 같은 세 가지 부류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세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초성과 종성이 같은 부류의 소리라는 것까지 발견한 것이다. 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세계 모든 문자의 순위를 매겨 진열해 놓았다. 1위는 단연 한글이었다. 실용성 뿐만 아니라 미학적 가치에서도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문자이다. 미래는 한글의 시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