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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민 (shine@yes24.com)
적당히 먹어 나른한 즐거움에 한껏 빠진 머리를 푹신한 베개에 얹고, 긴장감에 굳은 허리며, 팔 다리를 쭈욱 한번 늘인 다음 온 몸이 편안한 바로 그 때, 눈을 들어 천정을 바라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로 세로 한 25㎤의 공간 안에 들어오는 낯선 그림들을. 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그 낯선 그림들은 일렬로 혹은 사방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모이고 흩어져, 무늬를 이룹니다.
이런 무늬 속에서 화가 안윤모의 상상력이 발동하였습니다.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처럼 세상을 정지시키고, 사차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듯 화가는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그냥 눈을 돌리고 말았으면, 몰랐을 세상입니다. 바람에 날리는 커튼 자락을 따라 꽃무늬는 생명을 가진 듯 피어나, 나비를 부르고, 바람에 생명을 얻은 풀밭은 그야말로 역동적인 얼룩말이 됩니다. 다시 바람은 강물에 고요한 물결 무늬를 수놓고, 물결의 흔들림과 같은 무늬를 한 물고기가 우리 쪽을 바라봅니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화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묻은 연필선과 덧입혀진 물감들의 조화 속에 현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상을 옮기며,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끈이 됩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우리를 현실로 빠져나오게 하지요. 하지만 이 그림은 이전에 보았던 맨 앞장의 그림과는 다릅니다. 우리의 연상을 통해 바뀌어진 또 다른 그림이지요. 그림에 또 하나의 무늬처럼 박힌 글자는 우리의 연상에 키워드를 던지며, 파장을 일으킵니다. 보여지는 것에서 대상을 찾고, 그 대상이 보여주는 충실한 이미지를 좇아, 상상하는 세상과 만나게 하는 이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무늬가 살아납니다. 그리고, 창작 그림책의 묘미가 살아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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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 바람이 풀밭을 지나면
얼룩말이 달려와 물가에서 목을 축여요. 바람에 찰랑 물결이 일면 물고기들은 어디로 헤엄쳐 가나요? --- pp.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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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그림을 그린 안윤모는, 그림책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화가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동안 미술계에서 상상력과 기지가 번득이는 다양한 세계를 보여 주는 화가, 원색의 간결한 도상으로 재미있고 쉬운 일러스트를 만들어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메시지를 순발력 있게 표출시키는 솜씨가 돋보이는 화가로 평가받아 왔다. 이 책은 독특한 상상력을 표현하는 안윤모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안윤모는 원시 미술, 어린이 미술, 낙서화 등에서 봄직한 형상들을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여 그려 낸다. 흔히 원시 미술과 어린이 미술이 아직 미술에 관한 규범이나 관념 및 기교들에 물들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에서 꾸밈없고 순수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안윤모는 어떤 고정 관념과 선입견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싶은 사람이고, 그런 그가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순수한 어린이 세계와 접촉하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미지의 연상으로 이어 가는 이 책에서 화가 안윤모는 얼룩말, 무당벌레, 거북이 등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무늬들을 자기만의 독특한 느낌으로 그려 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아이들은 보면 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편,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춘 세심한 글이 그림의 세계로 더 쉽게 안내하고 있다. 나비, 얼룩말, 거북이 등 사물의 이름을 그림과 맞춰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또한 시적인 운율과 '나풀나풀', '푸드덕푸드덕' 등 아이들의 입말에 맞는 의성어가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