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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
독자로서 당연한 것들 작품의 첫 문장에 대한 경험 어느 작가의 오전 왜 장편소설의 주인공은 직업이 있어야 하는가 서기 2000년을 그려 보세요 고야의 아가씨 그림 '마야'와 가진 대화 그는 만인을 위해서 왔다 미의 값 독일 사람들에 대한 걱정 로페츠가 신문문예란에 올랐다 |
Martin Wal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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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발저는 젊은 시절, 바이런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가 떠올리는 것은 그 때 읽었던 바이런의 시구(詩句)가 아니다. 오히려 기억에 생생한 것은 그가 시를 읽을 때, 그늘을 드리워주었던 마당의 나무, 그 당시의 하늘, 그의 마음 속에 차 있던 생각, 그 때의 한 순간이다. 이렇게 독서는 그 글을 읽었던 인생의 한 순간, 그 때의 경험을 독자의 마음 속에 영원히 각인시킨다. 글이 남긴 인상을 기억하는 것은 그 글의 의미를 해석하고 뜻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욱 값지다. 그럼으로써 독자는 글쓴이의 동료가 될 수 있다.
카프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카프카는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글을 쓴 것이 아니니까. 그의 글 속에 풀지 못할 암호가 들어 있다고 해서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럴 때, 『돈키호테』에 나오는 술집 딸, 마지토네스가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는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한 말이 도움이 된다. "전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함께 잘 듣고 있어요. 이해하진 못해도 마음에 꼭 들어요." 마틴 발저 자신도 수없이 많은 작품을 썼다.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부족한 것이 많아서였다.' 그리고 이제 독일 학생들이 그의 글을 읽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의 편지함은 의미를 묻는, 혹은 자신의 해석이 맞는지 물어오는 학생들의 편지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특별한 뜻을 두지 않았다. 독자 개개인이 스스로 느끼고 독서를 경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권리이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당부한다. "선생님이 두고 있는 의미에 얼마나 근접했는가에 따라 점수를 주지 말고, 학생 자신의 독서 경험을 전달하는 능력을 점수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2차 대전 당시, 사병이었던 마틴 발저는 포로 수용소에서 아주 특별한 독서 경험을 하였다. 그의 배낭은 언제나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가 책을 꺼내 읽을 때, 그는 그 작가의 고요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수용소의 처참한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수용소에 들끓는 이조차도 책 읽는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았다. 老작가가 말하는 책 읽기는 '경이로움'이며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같은 책을 읽고 난 뒤에 작성하는 책 읽는 사람의 이력서는 그 내용이 모두 같지 않다. 절대로 같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