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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단풍 열 끗
2. 미궁의 눈
3. 최덕근 행장行狀
4. 꽃피는 봄날엔
5. 바하무트라는 이름의 물고기-
6. 세 노인
7. 혜원거사慧原居士 창종기創宗記
8. 안개 무덤

해설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쓰기/ 안재성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농부이자 소설가.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1년 제 1회 고루살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펴낸 책으로는 장편 소설 『즐거운 읍내』, 소설집 『미궁의 눈』(2007), 『사라진 노래』 평전 『역사를 딛고 선 고무신-계훈제』(2008), 『남북이 봉인한 이름 이주하』, 『당신이 옳았습니다-김근태』 동화집 『이상한 동화』(2008) ,산문집 『사시사철』,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 등이 있다. 같이 쓴 책으로는『벌레들』 등 여러편의 소설과 산문, 평전, 동화 작품이 있다. ‘리얼리스트100’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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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40*210*20mm
ISBN13
9788990492517

관련 자료

작가의 말
여섯 살 무렵, 농사를 작파하고 무작정 상경 길에 오른 부모님을 따라 정착한 곳이 광주대단지, 지금의 성남이었다. 아버지는 외삼촌과 함께 고물상을 차렸고, 어머니 또한 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이 무료하기 짝이 없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발견하였다. 고물상 한 구석에는 옥수수튀밥을 재어놓던 조그만 방이 하나 있었는데(그 때는 현금 대신 튀밥을 고물과 바꾸었다), 고물상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그 방에는 비에 젖어서는 안 될 고물들이 점차 쌓여갔다. 다름 아닌 책이었다.
거의 반 이상이 만화책이었고 나머지는 잡지, 고서, 폐지 나부랭이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책이 만화였음을 나는 지금도 다행으로 여긴다. 아야어여는 그만두고 기역니은의 그림자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만화가 아니었던들 여섯 살의 나는 책과의 인연을 훨씬 뒤로 미루어야 했을 것이다. 글자를 모르는 채로 나는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너무도 강렬한 매혹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 때, 지금도 내가 믿고 있는 집중력의 마술이 일어났다. 앗, 으악, 따위의 글자가 읽히기 시작하더니, 얼마 안 가 모든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고물상이 망하고 다시 낙향하기 전까지 삼 년 반 동안, 나는 고물상에 반입되는 모든 만화책과 잡지 등속을 모조리 독파하였다. 특히 무협만화를 좋아했던 나는 상당히 오래 후유증을 앓았는데, 중학교 문예반 선생에게 ‘취중검객(醉中劍客)’이라는 스무 장짜리 소설을 내었다가 꿀밤과 더불어 비웃음에 가까운 폭소를 들은 일은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억이다.
나는 지금도 튀밥 냄새가 구수하던 그 방에서의 시간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믿는다. 소년소녀 명작동화가 아니었으므로 많은 경우 낙권이 되어 1권과 4권만 읽고 그 중간과 결말을 상상으로 메워야 했다. 때로는 폭죽처럼, 때로는 밤하늘의 별빛처럼 마음껏 상상을 펼치던 나를 그 좁았던 방의 베니어 벽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12세 이하, 따위의 딱지가 붙지 않았으므로 나는 조금씩 어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고 이 세상이 많은 비밀에 차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 언어가, 웃음과 눈물과 노여움과 사랑을, 모두 다 건져 올리는 두레박일지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던 것 같다.
일찍 한글을 깨우친 탓에, 저녁이면 무슨 증인이 되겠다고 열심이던 눈 어두운 할머니에게 '깨어라'니 '파수대'니 하는 책들을 읽어주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내가 돌아가고 싶은 가장 멀고도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돌아보면 마흔이 넘도록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았으니 다행으로 여기련다.

2007년 8월 최용탁

출판사 리뷰

2006년 제 15회 전태일문학상에 단편소설 「단풍 열 끗」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용탁의 첫 소설집 『미궁의 눈』이 나왔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대학 시절의 학생운동과 미국에서의 생활, 농촌으로 귀향해서 농부로 살아온 십 년간의 경험과 마주친 풍경, 사람들을 바탕으로 너무나 어리석거나 혹은 지나치게 영악하거나, 아니면 영악함과 어리석음을 함께 가진,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들을 한국 문학의 주인공으로 올려놓고 있다.

순수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한 본성
표제작인 「미궁의 눈」은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땅에 폭력을 통해 새로운 권력자가 탄생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서 수몰이 예정된 마을.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아 떠나고 떠날 곳이 없는 사람들만 남은 마을은 국가의 행정과 치안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의 마을이 되어 공포와 폭력이 난무한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공동체의 전통과 사회로부터의 단절은 인간의 근원적 본성의 한 측면인 폭력이 유감없이 드러날 수 있게 하였고, 폭력은 단절로 인한 공허를 메워 새로운 위계가 형성하는 기준이 된다.「최덕근 행장行狀」에서는 권력에 맛 들린 어리석은 인간의 일생을 사기열전의 서술 방식과 문체로 기록하며 냉소하고 「혜원거사慧原居士 창종기創宗記」는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한 사기꾼을 보여준다.

소설가 안재성은 발문에서 “무서운 세상과 마주친, 혹은 그 무서운 세상의 한복판에서 아득바득 살아가려는 하찮은 인간들의 고독을 읽는다”라고 이 소설집을 평가하고 있다. 그건 최용탁이 인간의 겉모습 뒤에 숨은 진실을 발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그가 순수한 눈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얼 모르기 때문에 순수한 것과 알면서도 순수한 것과는 다르다. 그는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악을 두려워하고 이기주의를 무서워한다. 그의 단편들 속에 숨겨진 섬뜩함의 근원이 거기에 있다.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쓰기
농촌의 노총각 이야기를 다룬 「꽃피는 봄날에」나 시골 조합장 선거에서 벌어진 일화를 그린 「단풍 열 끗」에는 과거 농촌을 소재로 한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바보나 괴팍한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 최용탁이 살아온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당히 세속적이고 적당히 바르게 살아가려 애쓰는 평범한 농민들이다. 이들 작품 속에는 오늘의 농촌 현실이 매우 구체적으로 세세히 묘사되고 있어 농촌 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최용탁 소설의 또 다른 단면은 역사와 혁명에 닿아 있다. 「세 노인」과 「바하무트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그것이다. 두 작품 모두 그가 직접 경험하거나 만나 함께 생활했던 이들의 이야기인데, 때로는 현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안개 무덤」은 이 소설집 중 예외적인 작품으로 동성애를 주제로 삼아 신비스럽고 몽환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세 노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과연 사실인가 싶도록 특이하다. 20세기 중반 미국 공산당에서 활동하며 쿠바 혁명에도 참가했던 심성보. 일제 강점기부터 노동 운동에 헌신하다가 남파공작원으로 남한에 내려온 박태성. 통일혁명당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귀국하지 못하는 김유. 최용탁은 비극적인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잊혀졌던 세 명의 혁명가의 삶을 복원하고 있다. 실제로 그가 미국에서 만난 세 노인의 생애에서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으나 작품으로 만들 때에는 오히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오랜 시간의 삶과 경험으로 작품의 소재를 모아온 최용탁은 『미궁의 눈』을 통해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동안의 침묵은 과수나무의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며 영양분을 축적하는 과정이었고, 이제 그 결실인 『미궁의 눈』이 나온 것이다. 이 소설집은 그의 작품 활동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는 책으로, 또한 독자들에게는 한 명의 능숙한 이야기꾼을 소개하는 책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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