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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남긴 비극적인 역사.
‘국민보도연맹 대학살 사건’을 만화로 만나다! 한 시골 마을의 잡목 숲 골짜기에 사는 어린 물푸레나무 한 그루에게 어느 날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 논밭에서 일하는 평범한 농투성이들만 보다가 난생처음 사람들이 하는 이상한 짓거리를 보게 된 물푸레나무는 나흘에 걸쳐 그 ‘진기한 광경’을 낱낱이 관찰한다. 북멘토 그래픽 노블 시리즈 ‘톡’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만화는 박건웅의 작품이다. 노근리 학살, 비전향 장기수, 제주4?3을 비롯하여 고 김근태의 삶을 그린 『짐승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포착하고 그 안에서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작업을 해 온 만화가 박건웅. 그의 신작 만화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온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특유의 목판화 스타일로 담은 작품이다. 목판화의 거칠고 투박한 선은 담담하고도 냉소적인 물푸레나무의 시선을 만나 그날의 참혹했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때로 한 점으로 표현되는 눈동자나 선으로 묘사된 아릿한 형체 등, 흑과 백으로 구현된 세계는 언뜻 단순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장을 천천히 넘기다 보면 어느 한순간,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통, 슬픔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강렬한 긴장감 속으로 밀려들어 가게 된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표정(88쪽), 총소리와 비명 소리가 뒤섞인 학살의 순간을 은유한 장면(95쪽)이라든가, 다른 컷들과 달리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되면서 묘한 이물감으로 다가오는 이승만 상반신 컷(177쪽) 등이 어우러지면서 몰입도는 더욱 높아진다. 특히 학살 직전 굴비처럼 엮여 끌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묘사된 민간인 연행 장면인 36쪽과 37쪽의 이미지에 대하여 역사학자 한홍구는 “민간인 학살의 죽음이 갖는 집단성과 개별성을 함께 보여주는 놀라운 그림”이라고 평했다. 최용탁의 동명 단편소설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벌레들』, 북멘토, 2013)이 원작이다. 일상을 삼킨 정치권력의 잔혹함, 그리고 여전히 역사의 뿌리에 박혀 있는 뼛조각들 “내 뿌리는 아직도 그때의 뼈 몇 조각을 감싸고 있다. 허벅지께에서 나온 그 뼈들은 아주 단단해서 좀체 썩지 않을 모양이다.” (291쪽) 물푸레나무가 목도한 피의 축제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대한민국의 국군과 경찰이 수만 명의 국민보도연맹원을 살해한 학살의 현장이다. 국민보도연맹이란 좌익사상자들을 전향시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결성된 단체였다. 그러나 책의 첫 장 「형제」에서 보여지듯 연맹원들 중 다수는 정치사상과 무관한 농민들이었으며, 이들은 연맹에서 제공하는 쌀과 비료를 받기 위해 소집에 참여할 뿐이었다.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특별할 것 없이 소박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다. 학살의 명분은 거창했으나 희생자들의 삶은 전쟁, 사상과 무관했고 이들은 자신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체 죽임을 당했다. 물푸레나무 또한 이들 죽음의 배후에 어떤 이유가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지독하게 참혹했던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았을 뿐이다. 동명의 원작 소설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의 작가 최용탁은 충북지역 보도연맹유족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실제로 보도연맹사건 희생자의 유가족이기도 하다. 그는 “지나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가족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숨죽여 살아야만 했던 피해자들의 기막힌 처지와 쉽게 잊히고 있는 역사를 기억해 줄 것을 우리 모두에게 촉구하고 있다. 2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의 유해는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발견·수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