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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많은 건 좋지 않아, 좋지 않아”
프랑스의 신예 소설가 J. M. 에르의 『개를 돌봐줘』는 기기묘묘한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들면서 만들어내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이 시종 큰 폭소를 자아내지만, 결말의 충격적 반전에 이르면 등골이 서늘해지리만치 놀라게 되는 색다른 느낌의 미스터리 장편이다. 파리의 어느 거리에 있는 중산층 아파트. 평범한 사람들이 둥지를 튼 익명의 건물, 단조로운 생활이 이어지던 평화의 항구 같은 그곳에서 한 정신이상자가 노파를 살해한다. 몰려든 인파 앞에서 노파의 눈알을 손에서 굴리던 정신이상자가 외친다. “호기심이 너무 많은 건 좋지 않아! 좋지 않단 말이야.” 소설은 이렇게 조금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사건이 일어난 이 아파트에서 누군가 그 불안의 조짐을 틈타 오랫동안 꿈꿔온 자신의 계획에 착수한다……. “뭐든 꽉 붙드셔,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으니까” 가난한 라디오 작가인 코른누르는 아파트 집주인에게 매번 퇴짜를 맞다가 산뜻하게 리모델링까지 마친 아파트에 들어가는 행운을 잡는다. 그러나 이사하는 첫날부터 마주 보는 아파트에 사는 한 남자, 플뤼슈로 인해 기분이 영 아니다. 계란에 세밀화를 그린다는 그가 자신을 염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이웃들도 하나같이 괴상하다. 동물에게 페인트를 칠하는 악동 브뤼노에 남의 영화를 짜깁기해 자기 영화로 만드는 별종 감독까지, 코른누르는 노크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난다. 게다가 이삿짐을 옮기다가 이웃 브리숑 부인이 아끼는 개까지 압사시켰기 때문에 불안하기까지 하다. 묘하게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정말 하나같이 남다르다. 모두 제각각 남다르지만, 남다른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아무런 공감대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상대방과 늘 반목하고, 상대의 ‘접근’을 ‘간섭 내지 괴롭힘’과 동일시한다. 한 아파트의 주민 전체가 황당하리만치 기묘한 개성을 가진 괴짜들이라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소설은 그러한 의심을 잔뜩 들게 하면서 서서히 흥미로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개를 찾아다니던 부인이 의문사하고, 코른누르를 유치하게 괴롭히던 플뤼슈까지 사망하자, 모두가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서로를 믿지 못해 의심하던 그들이 결국 불안한 마음에 한자리에 모여 대책회의까지 연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기막힌 운명의 키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작품 결말부에 나오는 이 모든 사건들을 조종한 조물주와 같은 한 인물의 등장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그가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넣어 주무르듯 이끌어 갔을까, 그 전모가 밝혀지는 순간이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다. 세련된 유머와 송곳 같은 반전이 공존하는 색다른 프랑스 미스터리소설 소설은 가장 활약하는 두 주인공, 코른누르와 플뤼슈의 일기로 대부분 진행되며, 여기에 관리인 라두 부인의 편지나 다른 인물들의 이메일 또는 신문기사 등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계획하는 범인(?)의 시점이 각 챕터마다 한 번씩 등장해서 불길한 분위기를 한껏 풍겨준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전통적인 미스터리의 느낌을 살려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전체적으로 소설은 독특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소소한 일상의 소동들이 너무 유쾌해 코미디 소설의 기분도 들게 한다. 그렇게 웃으면서 읽다가 마지막 반전을 보고는 섬뜩해지고 마는, 마치 말랑말랑하고 향기로운 바나나 껍질을 벗겼는데 딱딱한 권총이 나온 것처럼 독창적이고도 색다른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