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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 나는 언제나 술래
들어가며 - 내 계절이 올 거라고 1부 숨바꼭질 할 사람 친구의 하루가 쏟아졌다 맹긴이 | 누렁아, 같이 가 | 뽕밭집 도깨비 아줌마 | 사람 될 뻔한 누렁이 | 쥐새끼만 알고 있는 할아버지의 유산 | 돌의자에 새겨진 엉덩이 바위 두 개 | 100가지 놀이가 허락된 맹이네 고향 | 도깨비 눈물로 지은 밥 | 아버지의 영어책 30쪽 | 다하지 못한 숙제 | 무릎 꿇고 동생에게 준 선물 | 가로공원에 어둠이 깔릴 때 | 가로공원에 어둠이 깔릴 때, 그리고 | 피구하다가 자살골? | 25년 만에 만난 지성과 감성 | 먼저 가서 기다리고 나중까지 남아주다 | 바닥에 선 사람들 | 누나는 어디에서 울었을까 | 내가 포기한 지점에서 누군가는 시작한다 | 내가 겨우 도망친 곳에서 시작하는 사람들 | 시냇물의 근원 2부 머리카락 보일라 물꼬만 터주면 된다 박이병의 메소드 연기 | 밥을 지켜라 | 포대를 구한 이병 | 그냥 아는 남자 | 군사기밀 연애편지 | 과자장수의 프러포즈 | 소주가 조금 쓴맛인 날 | 맥주병에서 넘치는 건 눈물이 아니다 | 과자장수의 주눅 든 재떨이 | 두 개의 목표 | 진심이 펄펄 끓는 순간 | 형수님의 집들이 | 가시를 녹이는 말 | 가슴에서 마음을 꺼내놓을 때 | 부부잖어 | 37년 전의 월급봉투 | 숨 돌리다 3부 못 찾겠다 꾀꼬리 여사장이 내게 기댄 날 희망문구 아줌마의 주름치마 | 욕쟁이 슈퍼사장 | 500만 원이라는 모래성 | 남의 편인 남편 | 죽 쒀서 개 준다 | 아이비스 아줌마와 벌인 샅바싸움 | 만병통치약 | 악마가 된 과자장수 | 골목길 부도 |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 빚 1억 | 가난은 왜 무서운가 | 채워 주지 못한 친구의 아크릴 매대 | 지금 절실하게 산다는 것 | 정신상실증 | 만 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것 4부 빈집에 숨었다 빈집 참새 | 고구마 | 잔치 | 1975년 | 명수 | 빈집 | 엄마 나가며 - 글쓰기의 액셀을 밟으며 추천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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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6시쯤 페이스북이 날 깨운다. 30분쯤 댓글을 달고 친구들이 간밤에 고민한 걸 공짜로 엿본다. 7시 30분쯤 도매상에서 물건을 싣고 저녁 7시까지 장사를 한다. 저녁에 돈 계산하고 밥 먹고 졸음이 몰려오면 살살 글을 써본다.
글을 쓰려고 TV와 술, 소파를 끊었다. 본의 아니게. 난 정말 글 쓸 조건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우습게도 지금은 그냥 쓴다. 2시간 정도 썼는데 글이 조금씩 길어져서 지금은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글이란 게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저절로 써지면 좋은데 쉽지가 않다. 아내가 밥을 많이 주는 날은 감정이 분산되기에 글쓰기가 힘들다.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몸이 피곤하면 섬세한 글이 도망간다. 무미건조한 글자만 남는다. 글자만 남아있는 글을 몇 번 써보다 어쩔 수 없이 지운다. 조금 더 긴 이야기를 쭉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쓴 글들은 대부분 운전하면서 쓴 글들이다. 아침에 머리가 맑아서 출근 시간 운전 중에 제일 많이 쓴다. 어떤 주제나 이야깃거리가 문득 생각이 나면 그 장면을 계속 생각한다. 로또 맞으면 돈을 어디에 쓸까 상상하는 것처럼. 그러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과거에서 상황과 주변, 인물을 가져오고, 이야기 주제는 운전 중인 지금의 내가 정한다. 신호대기 중에 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메모한다. 내 글에 나오는 중에서 좋은 문장은 대부분 이렇게 운전하면서 얻어진다. 묘하게도 그 절절했던 장면이 거래처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가 한 생각을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 그 상황을 놓치면 결국 글자만 남는다. 정말 내 가슴에 와 닿는 문장이 있고 메모할 상황이 아니면 그냥 울면서 거래처로 간다. 물건을 팔고 울면서 “돈 주세요” 하면 수금도 잘된다. 중요한 건 감정을 유지해야만 문장이 기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구의 하루’라는 글을 쓰는 동안 많이 울었다. 울어야만 그 문장이 생각난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그 감정을 살릴 자신이 없다. 컴퓨터가 겁난다. 자판을 보고 첫 문장 쓰기가 막막하다. 메모를 보면서 겨우 감정을 살려본다. 그 감정이 내 글에 리듬을 부여한다. 글자가 아니라 감정에 글을 띄운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11시가 넘으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글에 리듬이 사라지고 다시 건조한 글자가 될 조짐이 보인다. 악착같이 마무리를 하고 바로 페이스북에 올린다. 나랑 같이 놀 사람, 여기 붙어라! 이런 이야기와 글맛, 참 오랜만에 만나는가 싶다. 힘 빼고 읽어야 맛이 나는 내면의 수필과는 다르다. 자기감정에 취해 내면의 벽을 만들어 안주하게 되는 글이 아니다. 자기 연민에 취하기보다 차라리 나눠먹는 과자의 즐거운 맛에 취하게 한다고나 할까? 자기 속으로 파고드는 사람들한테 손짓을 한다. 같이 놀자고. 자기가 계속 술래해도 좋으니까 같이 놀자고. 같이 놀면 우리는 한 편이라고 손짓을 한다. 손짓이 너무 다정해서 눈물도 잠깐 글썽이게 되는데, 어느새 눈물 쓱 훔치고 옆에서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다른 손에 과자꾸러미를 들고 손짓을 하는데 당할 재간이 없이 그의 엄지손가락을 부여잡고 같이 놀 사람 같이 외치고 있는 나를 본다. 같이 놀아야 재미있다. 이웃집 슈퍼맨 같은 과자장수 맹긴이의 매력, 그의 글은 정말 뜨거워지는 글이다. “와, 너 권용득 작가랑 페친이네, 의왼데?” “네, 글 잘 쓰는 만화가라 친구 신청했어요!” 조기축구회 총무인 명균이와 페이스북에서의 첫 대화였다. 만화가 권용득과 페이스북 친구라는 게 의외였다. 과자를 파는 장사꾼이 작가랑 친구라는 게 말이다. 선입견이었다. “형, 나도 글 좀 써요.” “그래, 함 써봐!” 조기축구회 알림문자에 열심히 좋은 문구들을 써 보내던 게 생각났다. 좋은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형, 글 올렸어요.” 그냥 따뜻하고 좋은 얘기를 써서 올리려니,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다. 제대로 한 방 먹었다. 한 달음에 읽히는 글의 기세와 머리를 찌릿하게 만드는 절묘한 문장. 억지로 짜내거나 머리를 굴려 뽑아낸 것이 아닌 감정들이 글 좀 읽는다는 편집자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난 채하거나 잰 채하는 먹물 섞인 글이 아니었다. 몸으로 비벼 대고 마음으로 문질러 댄 진짜 글이었다. 평소 모습과 다르게 나는 호들갑을 떨면서 그의 글을 공유했다. ‘진짜 글쟁이가 나타났다.’라고 하면서. 소설가 하명희가 반응을 했다. “박명균이 그 박명균 맞구나!” 하명희는 27년 전 박명균을 끄집어 올렸다. ‘우리 고등학교 때 박명균이라는 고등학생이 낸 책을 돌려 읽으며 공부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냐 감탄하면서.’ 또 한 방 먹었다. 27년 전 책을 냈던 저자였던 것이다. 어느 날, 술 한잔 걸치는 날이었다. 그동안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엮어 책을 내겠다고 꾀는 자리였다. “형, 만 부는 팔릴 거예요.” 하며,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친구야, 세상이 희망차 보인다』(동녘, 1990). 이미 만 권의 책을 본인의 이름으로 팔아봤던 저자였다. 술 한잔 걸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읽기 시작했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몰입감은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축구를 하면서 보았던 박명균이 거기에 있었다. 남들 안 뛸 때 뛰고 또 뛰고, 남들 실수해도 소박하게 웃어주고, 싸울 일 있으면 따뜻하게 다독이던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내가 그의 원고를 책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참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인가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형, 기운 내요!” 하면서 보내주었던 초코파이 한 박스(12개 들이 한 상자가 10개 들어있는 박스)가 떠올랐다. 박명균은 누군가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무언가를 주는 과자장수다. 자기를 누군가의 머릿속에 어떤 의미로 오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쫌 멋진 남자다. 이제 그의 두 번째 책이 나온다. 당신이 그 책을 읽게 된다면 당신도 끄덕일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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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전남고흥 대산부락에서의 어린시절부터, 서울 신월동에서의 청년시절, 그리고 일산에 정착한 현재까지 과자장수 맹긴이 자신과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부 숨바꼭질 할 사람 과자장수 맹긴이. 아무리 달콤한 과자를 파는 거라도, 장사는 아주 억센 어떤 것입니다. 글 쓰는 과자장수 맹긴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였기에 가슴 뜨겁고 눈물 많은 어른이 되었을까요? 전남 고흥군 대산부락에서 태어나 맹긴이로 불리던 어린 시절과 일곱 살 서울로 와 골목대장을 하던 초등학교 시절, 피 끓는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생운동을 하던 중고교 시절, 고등학교 졸업 후 모래내에서 독립하고 막노동으로 자신을 세워 가던 청년 시절을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1부는 글 쓰는 과자장수의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그리고 뜨겁던 청년 시절 이야기입니다. 2부 머리카락 보일라 군대에서도 맹긴이는 맹긴이입니다. 연애할 때도 맹긴이답고요. 근데 결혼을 하면서 더 이상 맹긴이로 살기 어려워집니다. 어른 박명균이 되어야 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과자트럭에 올라앉아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래도 신나게 액셀을 밟고 달콤한 과자를 배달하는 건 여전히 눈물 많은 맹긴이입니다. 2부는 글 쓰는 과자장수의 군대 시절과 연애, 결혼 이후 과자장수가 된 계기,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3부 못 찾겠다 꾀꼬리 친구의 소개로 발을 들여놓게 된 과자의 세계. 달콤함은 눈곱만큼 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 어느 곳이나 다 그렇듯, 이 세계도 치열한 경쟁의 연속입니다. 구멍가게는 물론이거니와 과자장수의 거래처인 슈퍼, 문구점, 마트 등 소상인들의 하루하루는 정말 버겁습니다. 과자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제 과자 대신 눈물이 보입니다. 그래도 웃습니다. 과자장수는 돌아온 히어로, 쿠키맨이니까요. 3부는 글 쓰는 과자장수가 과자 장사 20년 동안 겪어 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쩌면 3부는 소상인 몰락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4부 빈집에 숨었다 도매상 사장하고 아는 형님하고 셋이 같이 축구를 하면서 친해졌는데 축구 이야기만큼이나 언제나 재미있는 게 고향에서 놀던 이야기입니다. 콩에 독약을 넣어서 꿩을 잡아먹던 이야기, 참새를 잡던 이야기. 이야기 내용이 재미있어서 웃기도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면 이미 웃습니다. 어쩌면 그 이야기보다 우리에게 재미있는 건 그 시절인지도 모르겠네요. 빈집 이야기는 도매상 사장 명수(가명)가 들려준, 명수 자신과 시골 친구 정호(가명), 그리고 이웃 살던 빈집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