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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살 만한 자격이 있어요
첫번째 이야기/리자,45세-천사와의 동침 두번째 이야기/펠리치타스,33세-버림받은 남자 세번째 이야기/카롤리네,45세-오늘 밤에 남편에게 사실을 말해 네번째 이야기/베티나,52세-하느님, 남자 하나만 보내 주세요 다섯번째 이야기/한나,36세-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말아요 여섯번째 이야기/우테,39세-요양지 애인 일곱번째 이야기/안니,28세-두 남자의 아이 여덟번째 이야기/이네스,30세-내가 그의 아내라면 아홉번째 이야기/크리스티네,48세-그래도 일생일대의 사랑은 있다 열번째 이야기/가비,44세-남편은 땅, 애인은 하늘...177 열한번째 이야기/가브리엘레,38세-남편의 애인은 주말농장 열두번째 이야기/로지,71세-나는 행복하다고 믿었다 열세번째 이야기/게르스틴,38세-내 사랑은 아프리카에 열네번째 이야기/마리,41세-낮을 위한 남자, 밤을 위한 남자 열다섯번째 이야기/안야,41세-나는 손가락 그림을 이해 못했다 열여섯번째 이야기/울리케,34세-섹스만으로는 부족해 열일곱번째 이야기/이나,30세-이별은 천천히, 결말은 열어두기 열여덟번째 이야기/기젤라,38세-열광적인 인터넷 항해 열아홉번째 이야기/자비네,48세-후회는 없다 스무번째 이야기/디아나,40세-휴가여행지는 달라도 스물한번째 이야기/파비엔,40세-애인은 계획해서 얻어야 스물두번재 이야기/베아테,38세-내 남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스물세번째 이야기/도로테야,45세-너 자신을 사랑하라 옮긴이의 말, 그리고 스물네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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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이런 일들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일흔 살쯤 되면 남편에게 한번 물어볼 생각이다. 이 일로 남편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이나 아이들로서는 짜증내는 아내와 엄마 대신 즐겁고 만족스러워하는 아내와 엄마를 가지게 되니 사실 더 나은 일이다. 내 애인은 나를 매력적이고 활기 있고 사랑스런 존재로 만들어준다. 여자친구 하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자가 둘 필요해. 낮에 곁에 있으면서 일상을 지탱해줄 남자와 열정적인 밤을 함께 보낼 남자."
파울은 너무나 지루한 회의석상에 앉아 있을 때면 나한테 휴대폰 메시지를 보낸다. "지금 당신이랑 하고 싶어."파울과 나는 가끔 그처럼 점잖지 못한 말을 전화로 주고 받는데, 그러고 나면 그는 화장실에 가야 할 정도다. 나도 그에게 에로틱한 이야기들을 써보내는데 내가 나중에 다시 읽어도 스스로 흥분이 된다. (...) 파울에게서 한동안 이메일이나 휴대폰 메시지가 전혀 오지 않으면 나는 서글퍼진다. 하지만 가끔은 그가 그처럼 바쁘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결코 그에게 "지금 당장 네가 필요해. 나한테 와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가 가끔 내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나 분노가 치솟아 내 편에서도 한동안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가 다시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런 생각은 당장 사라져버린다. 그래서내 애인은 언제나 내 최선의 모습만을 보게 된다. 내가 아프거나 상황이 나쁠 때면 남편 코니가 늘 내 곁에 있다. 그는 우리 가정을 평온하게 떠받치는 지주다. 애인을 두는 일을 나는 건강한 이기주의라고 생각한다. 섹스를 전혀 하지 않거나 멋진 섹스를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럴 때 인터넷은 사람을 사귈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 때가 많아졌다. (...) 남편과 나는 아주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섹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남편과 섹스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정말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면에서는 엄격한 교육을 받은 것 같다. 애무를 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마사지는 좋아하지 않는다. 발을 문지르는 것 따위는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점에서 그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무엇이 그를 진정으로 흥분시키는지,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나는 그와 함께 성적인 상상을 이야기해보려 했지만 그것도 가능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그는 대체로 방에서 나가버린다. 저녁에 텔레비전에서 에로 영화가 방영되면 남편은 얼른 침실로 나가버린다. 한번은 내가 침대에서 에로틱한 소설을 읽다가 남편이 눕는 자리 쪽에 펼쳐두었는데, 그는 그 책을 덮어 내 쪽으로 밀어놓았다. 남편과 나는 처음 만난 뒤로 첫번째 키스를 하기까지 두 달이 걸렸고 첫번째 섹스까지는 1년이 걸렸다. 초기에는 물론 자주 섹스를 했다. 연애초기에는 누구나 만족을 모르고 서로를 원하게 되니 말이다. 지금 코니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다정한 애무다. 코니가 어떤 여자를 사귀게 되어 그 여자와 멋진 섹스를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나는 가끔 해본다. 그가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정말 그러라고 허락해주고 싶다. 그가 가족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 파울을 만난 초기에는 남편을 떠날 생각도 해본 적이 있음을 앞에서 이미 밝혔다. 언젠가 파울도 안야와 헤어지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경우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얼마나 많은 것을 무너뜨리게 될 것인지를 생각했다. 내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결혼생활은 모범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내가 가족을 떠난다면 누구도 그 일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은 내 손을 잡고 다니고, 내게 꽃을 선물하고, 애정어린 선물을 정성 들여 고른다. 그는 정말 사려 깊고 내가 원하는 바를 헤아릴 줄 안다. 코니는 내 즉흥적인 성격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정리할 줄 모르는 내 나쁜 버릇을 용인하고, 또 단정한 꽃밭 대신 잡초로 뒤덮인 정원을 좋아하는 내 성향을 받아들여준다. 내가 집을 떠난다면, 나는 정말 모든 사람에게 몹쓸 짓을 하는 셈이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구름 위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좌절을 경험할 것이다. 나도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 나는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한다. 파울도 사랑하지만 그건 감각적인 사랑이다. 파울과 함께 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함께 살게 되면 일주일 동안은 침대를 떠나지 않고 지내다가, 그 다음엔 가장 요란하고 시끄러운 싸움으로 이웃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파울은 17년 전부터 결혼한 여자 한 사람을 사랑해왔다고 말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지금 이대로가 좋을 것이다. --- 239~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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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 윤리의 새로운 얼굴이 드러날 것인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TV드라마 <위기의 남자> 등 혼외정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때에 2001년 독일에서 출간되어 큰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원제『Ich habe einen liebhaber(내겐 애인이 있어요)』)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마르티나 렐린은 시사, 문화, 오락과 성을 다루는 진보적인 동독잡지《매거진》의 편집장으로 일했던(1994~2001년) 여성이다.
남편이 있거나 동거하는 남자가 있는 23명의 여성들이 자신의 '아주 특별한 애인'에 대해 이야기한 이 책에 대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시사주간지《슈피겔》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아는 현명하고 자부심 강한 여성들의 삶의 보고서'라는 말로 평가를 내렸고,《슈테른》은 12페이지를 할애해 이 책이 일으킨 열풍을 특집으로 다뤘다. 얼핏 보면 선정적이거나 통속적일 것 같은 이 책이 진보적인 신문과 잡지의 주목을 받은 요인은 우선《슈테른》에서 이 책의 소개와 더불어 이 주제에 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설문에 응답한 여성들(18~60세, 5백 명 이상) 가운데 절반 정도가 외도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외도에 대해 가책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대답한 20대 여성들이 15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45~60세 여성들('68학생운동'과 함께 6,70년대 진보적 사회 대변혁에 참여한 세대) 가운데는 48퍼센트가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혼인기간이 길어질수록 외도에 대한 여성의 욕구가 일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이혼율의 증가와 전통적인 가족구성 체계의 변화라는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리면서 여성의 주체적인 자아실현과 행복추구의 방향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저자 렐린은 부부의 3분의 1이 이혼하는 독일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일부일처제가 기존의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면서도 실제로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제도라면, 그 보완책으로 남녀간의 좋은 친구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책 렐린은 자신이 편집장으로 일하던 잡지《매거진》에 '애인 있는 기혼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실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언제나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의식적으로 자신감 있게 애인과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삶의 이야기이자 대단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도 여전히 금기에 속하는' 문제인 만큼 저급하고 센세이셔널한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한 여성들 중에서 '그저 일상이 권태롭고 심심해서 애인을 사귀는 여성'은 한 사람도 없으며 이혼을 원하거나 남의 남편을 이혼시켜 결혼하려는 여성 또한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밝힌 이들은 예외없이 '일하는 여성들'이며 자신의 삶과 가족을 사랑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인생에서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체험'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소중한 기쁨을 허락함으로써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더 즐겁게 헌신할 수 있기 위해 연애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삶에 대한 열정을 갖고 인생을 즐기며 삶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충분히 음미할 뿐만 아니라 닥쳐오는 문제에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게 대처하는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무척 즐겁다. ……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오로지 대화를 나누며 보냈다. 우리는 한 번, 두 번 그리고 또 한 번, 계속 만났고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다음 나는 인터뷰 내용을 원고로 정리했고, 인터뷰에 응한 모든 여성들의 이름, 직업, 거주지, 특징적인 모든 주변환경을 가능한 한 완전히 바꿔서 그들이 누구인가가 전혀 드러나지 않게 했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에는 모두 23명의 기혼여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28세부터 71세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처한 환경 또한 다르다. 그러나 저자가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나는 이렇게 살 만한 자격이 있어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건전한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인생에서 뭔가를 놓쳤다는 느낌으로 자신을 비난하며 살고 싶진 않아요" 라는 말들이다.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스스로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본 후 애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은 만큼 그들은 대단히 사려 깊은 태도를 보인다. 스스로를 배려하고, 배우자와 가족과 애인 모두를 배려한다. 물론 독일은 유교적인 전통의 굴레가 없고 시가나 친정과의 관계가 느슨하며 자녀교육의 스트레스가 우리보다 훨씬 적다. 삶의 기본조건 자체가 우리보다 훨씬 단순하다. 따라서 여성이 외도를 할 경우에도 당사자를 크게 구속하거나 주위 사람들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독일과 우리나라의 현실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결혼제도와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고 현재와 같은 결혼제도가 유지되는 한 '애인'에 관한 논의 역시 계속될 것이다. |